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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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니콜스 교수와의 인터뷰 마지막 기사입니다. 지난 7월 사회적기업의 날을 맞이해서 알렉스 교수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 년 넘게 묵혀둔 알렉스 니콜스 교수와의 인터뷰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우연의 일치인지 이번 기사는 정부 교체에 따른 영국 사회적기업 관련 지형 변화와 협동조합에 대한 알렉스 니콜스 교수의 고민에 관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인터뷰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난 점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지난 연재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①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②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③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이하 ‘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 투자 관련해서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고요.

알렉스 니콜스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 강의 교수 이하 ‘알렉스’): 정부에겐 이 분야의 육성을 정책화하고 그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일종의 촉매제인 셈입니다. 정부는 촉매제로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고요, 그 실험을 통해서 이 분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가 유일한 재원조달원이어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첫 번째 수익원이 되고 그것을 이용해서 다른 수익이나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긴 한데요, 사실 사회적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이기도 하지요.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가 언제쯤 정부의 권한을 민간에게 양도할 것인가를 잘 결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해주셨는데요, 현재 영국의 사회적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알렉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과거 정부의 지원에 익숙해져 있는데, 새 정부는 별 다른 대책 없이 기존의 지원을 철회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마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일 듯 합니다.

두 번째로, 정부의 영향력에 관한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이슈입니다.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이 영역에서 영국 정부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정책, 자금은 항상 가장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사회적기업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를 재평가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CIC에 대해서 자세히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CIC에 투자한 사람은 투자액의 최대 20%까지만 배당받을 수 있는 배당제한제도가 있는데요, 지금 이 제한 조건을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사회적투자시장과 사회적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CIC의 배당 제한을 약화시키는 것이 전략저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찬성 측 주장의 요지입니다.

또 다른 큰, 아마도 매우 큰 이슈는 공공영역의 지형의 변화일 듯 합니다. 카메론 정부의 영국에는 ‘공급할 권리 (a right to provide)’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신노동당 시절에 도입되었던 ‘요청할 권리 (a right to reques)’ 라는 아이디어보다 훨씬 더 강화된 법 조항인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NHS와 같은 공공영역 내에서 일하는 사람(공무원과 같은 사람)은 누구라도 해당 영역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Spin-out) 정부와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지난 주에 만난 분의 이야기로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가 6개월 내에 9억 파운드가 넘는 규모의 사업을 스핀아웃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이는 NHS 전체 서비스 규모인 300억 파운드 중 3%에 불과한 금액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회적기업이 창업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법은 공공섹터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즉, 정부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축소시키면서 동시에 사회적기업이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이것은 정부나 사회적기업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질문에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조: 협동조합에 대한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협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구성원을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으며, 구성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에 최적화된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주식회사나 여타의 기업 지배구조와 비교했을 때, 주인-대리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이 협동조합인데요. 퀘벡이나 몬드라곤, 볼로냐 같이 협동조합의 이런 장점을 잘 살린 곳이 있기는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협동조합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이 현실에서 지배적인 기업지배구조로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렉스: 협동조합이 대세로 자리잡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도 당신이 말한 그 이유 때문일 것 같습니다. 저는 협동조합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존 루이스(John Lewis Partnership)라는 협동조합에서 7년 동안 일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협동조합의 저력과 장점을 몸으로 배웠고 그것은 제게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대로 당신이 말한 그 장점의 뒷면에 바로 협동조합 직면한 문제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에 대한 수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협동조합은 자주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물론 조합원들로부터 자본 조달을 할 수 있습니다만, 협동조합이 자본시장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돈이 바로 그 자본시장에 있다는 것이죠. 수 백조 파운드의 돈이 자본시장에 있는데, 이 자본시장은 협동조합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윤극대화를 하지 않으며 1인1표의 조합원 소유기업이기 때문에 주류 자본 시장에서 성장하거나 경쟁할 기회가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은 실제로 발전 중인 국가에서 잘 작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협동조합이 커뮤니티에 깊이 뿌리 내리면서 일할 수 있어요. 몬드라곤이 대표적 사례일텐데요. 엄청나게 큰 협동조합임에도 몬드라곤은 여전히 스페인 북부 지역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협동조합과 공제모델은 영국에서 상당한 주목받는 주제입니다. 영국의 기업 소유권 위원회(The Ownership Commission)는 최근에 공동 소유권과 관련된 다양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영국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제 동료인 조나단 미키 Jonathan Mickey가 위원 중 한명인데요, 미키 말에 의하면, 위원회에서 영국 미래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다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 최대 모기지은행인 노던록 Northern Rock이 2008년 파산 직전까지 갔을 때, 노던록을 다시 공제회사로 만드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노던록은 원래는 협동조합이었으나, 기업이 사유화되면서 주식회사 형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당시, 노던록은 결국 파산을 했고, 정부가 그 회사를 국유화했습니다. 정부는 그 회사를 사서 무엇을 할까요? 사실 그런 회사를 소유한 것은 정부 입장에서 매우 난처한 일이기 때문에 회사를 주주들에게 되팔거나 혹은 공제회사로 전환시켜서 투자자이게 그것을 되파는 방법도 가능 할 것 같습니다. 실제 위원에서 이런 방식들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구요. 어찌되었건 협동조합은 영국에서 매우 뜨거운 주제임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조: 조금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사회적기업으로 돌아와서, 사회적기업가를 인큐베이션하는 것이 스콜센터(Skoll Center)와 사이드 경영대학의 미션이라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더군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인큐베이션을 하시는지요?

알렉스: 중요한 질문을 하셨네요. 우리는 보이는 것처럼 그런 방식으로 인큐베이션을 하지는 않습니다. 웹사이트에는 우리가 수 백만 달러를 보유한 엄청나게 뛰어난 인큐베이터로 나오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MBA 학생이 되면 일 년에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합니다. 일반 비즈니스에 관심있는 학생은 기업형 프로젝트를 하고요, 사회적기업에 관심 있는 학생은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우리는 그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게 도와주거나, 필요한 투자자와 투자자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주는 등의 지원활동을 주로 합니다. 우리는 연간 행사로 경연대회를 하는데요, 대회를 통해서 학생들은 자금을 투자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주로 하는 일입니다. 즉, 전통적인 의미의 인큐베이터는 아닌 셈이지요. 충분한 능력과 여력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닌 듯 합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서 아이시스(ISIS)라는 인큐베이션 조직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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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스콜센터에서 매해 스콜세계포럼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럼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시는 것인가요?

알렉스: 사실 우리가 스콜세계포럼을 하는 것은 스콜재단이 우리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웃음) 2004년 1월1일 스콜재단과 맺은 기부협약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재단은 그들이 주최하는 큰 이벤트를 옥스퍼드에서 하길 원했고요, 그래서 재단과 함께 우리가 스콜포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상호간에 협의를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패널이나 발표자, 포럼 주제 등 스콜포럼의 콘텐츠와 관련된 부분은 스콜 센터에서 담당합니다.

조: 제 생각엔 스콜포럼이 사회적기업을 세계에 소개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알렉스: 맞습니다. 스콜포럼은 매우 독특한 이벤트입니다. 우선 재미있고요. 학술적이면서도 영화배우나 가수들과 같은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파티이기도 합니다. 다보스 포럼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주 이상한 이벤트죠. 사실 다보스 포럼 같이 만들려고 노력 중이기도 합니다. 다보스 포럼에 가면 유명 교수부터, 보노나 안젤리나 졸리같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잖아요.

스콜포럼이 아주 이상한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공공영역과 사회적기업 영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큰 기여를 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스콜포럼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벤트냐고 물으시면, 아마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긴 한네요.

조: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정리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