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총서 14
볍씨야, 학교가자

■ 소개

접시학교 아니죠, 볍씨학교 맞습니다!

2001년 광명시 옥길동에 볍씨학교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곧잘 접시학교가 뭐냐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라이스 씨드’ 볍씨요, 한다. 볍씨는 사람을 살리는 ‘생명’을 뜻한다. 볍씨학교는 광명에서 활동하던 생협 회원들이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잘 키우고, 부모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공부하던 모임이 발전해 만들어진 비인가 대안학교다.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먹거리와 지역문화, 환경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왜 교육에 뛰어들었을까? 좋은 일을 하려면 좋은 사람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지역 공동체 형태로 시작한 볍씨학교는 지역과 학교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바깥, 지역사회 활동에 함께해야 하며 그러한 관계 맺기가 곧 배움이라고 믿고 있다.

‘내 아이가 먼저’라는 마음을 지우기는 힘들지만 볍씨에서 자란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자신이 자라고 놀던 동네에서 펼치고, 지역을 일구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안이 있는 대안학교 ― 지역을 살리는 일꾼을 키우다

볍씨 학교에서는 1, 2학년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반말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생님들도 그런 모습을 두고 버릇없다고 나무라지 않는다. 선생님에 대한 존중이 가르친다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학생과 교사로 관계를 맺고 생활하면서 아이들은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존칭을 쓰게 된다.

또 볍씨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면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설거지할 쌀뜨물을 받아놓는다. 컵을 씻고 주전자에 시원한 물을 떠놓고 앞마당을 쓴다. 수업시간에도 밭농사 수업, 집짓기 수업, 옷짓기 수업을 하며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수학 문제를 하나 덜 풀고, 영어 단어를 하나 덜 외우고 일을 한다. 몸을 움직여 일하면서 독립체로 성장하고, 내 몸을 아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애쓰는 자세를 배운다.

간식은 과자 대신 직접 키운 고구마, 감자, 오이, 당근을 먹으며,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해 친구가 힘들어하면 둘러 앉아 이야기한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이 아이들이 자라서 외롭지 않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힘을 쌓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이 나고 자란 이 지역을 지키며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지역공동체학교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학부모와 교사가 훈련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낀 좌절과 보람을 모두 담았다. 1장은 아이들이 학생대표 없이도 의논하고 협동하며 자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2장은 권위를 버리고 아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을, 3장은 아이를 업고, 또는 퇴근을 한 뒤 학교로 달려와 운동장을 고르고 담장을 고치는 학부모들의 열정을 보여준다. 4장은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안에서만이 아닌 지역 안에서 살고 있는가를 함께 반성해보고 있다.

■ 목차

들어가며
볍씨 한 톨, 배움 놀이터에 풍덩

1장|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
우리가 다 우리 학교 대표예요
선생님 애들이 싸웠어요, 우리 모여 앉아요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
볍씨학교는 공부 스트레스로 몸살 중
매일 아침, 산을 넘는 아이들
일 배우는 학교
볍씨가 좋아하는 것들

2장| 진짜 선생님을 찾아서
친구 같은 선생님
아이들과 줄다리기, 힘다리기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사회
다함께 결정하는 민주주의
교사들이 달라졌다

3장| 평생 배우는 엄마, 아빠
아이가 자라 친구가 되었습니다
부모에겐 꿈, 아이에겐 현실인 학교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
이제는 내 학교라고 말할 수 있다
소통이 밥 먹여주는 공동체
부모들은 의사소통 훈련 중

4장| 볍씨학교, 지역을 꿈꾸다
지역학교를 꿈꾸다
지역을 찾아가는 볍씨는 현재 진행형
도전하고 나아가는 볍씨학교

나오며

■ 저자 소개

강옥희

1996년 광명YMCA에서 사람들과 만나 함께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배우며 생명이 소중한 세상을 꿈꾸었고, 학부모들과 만나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2001년 광명YMCA 볍씨학교를 시작해 9년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애쓰지 않아도 생활과 배움이 하나되어 몸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선생이기를 바라며, 아이들과 배움을 나눌 수 있는 교사가 되려고 계속 배우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