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만약에 학교에서부터 가만히 있지 않고 토론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세월호가 과적이나 무리한 개조를 할 때 선원들 간에 충분히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 EBS 지식채널e ‘가만히 있으라는 말’ 편 중

지난 7월 18일 금요일 <노란테이블> 토론을 시작하기 전, 미니 다큐멘터리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스크린에 흐르는 동안 20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은 참가자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영상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습니다. 영상을 보며 각자의 마음에는 분노, 후회, 슬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오고 갔을 테지만, 딱 한 가지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더는 우리 사회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0대 청소년에서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평소라면 같은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서로 부담스러웠을지 모르지만, 이날은 같은 마음과 목적으로 모여서인지 첫 인사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우러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조를 짜셨어요?”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12세부터 70세, 남과 여, NGO 활동가부터 공무원, 프랑스 파리부터 대한민국 김포 거주자까지 시민 한 분, 한 분 공들여 조를 짠 보람이 느껴지는 한 마디였습니다. 11조 여러분 모두 조원의 다양한 (성별, 나이, 직업, 성향) 배경에 놀라고 감탄하셨습니다.

– 최호진 님(11번 테이블 토론 진행자) 후기 중

자기소개가 끝나고 각 테이블의 토론 진행자가 토론에 활용할 토론카드를 꺼내자 참가자들의 눈이 더욱 빛나기 시작하며 침착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던 토론장이 참가자들의 목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원전사고’에서부터 ‘금융’, ‘저출산 고령화’ 문제까지 우리 사회가 품은 다양한 안전이슈에 대하여 토론카드를 활용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토론이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이슈와 그 원인이 되는 문제를 발견하는 1부 토론으로 배정된 50분의 시간이 끝나고 휴식시간을 알리는 사회자 멘트에도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짧은 휴식시간이 끝나고 열띤 1부 토론의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참가자들이 꼽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안전이슈로는 ‘원전사고’와 ‘빈부격차’가, 그 원인으로는 ‘공동체의식 부족’, ‘돈만 밝히는 사회’ 등이 꼽혔습니다. 화면이 나오자 장내에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마치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사실을 다시 마주한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각 테이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20번 테이블에서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고용불안, 차별, 자살 등 ‘소외 현상’과 각종 산업재해와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상사고의 이면에 존재하는 ‘관행’, 그리고 우리 주변에 상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와 함께 이와 연관된 ‘원전사고’ 문제에 대해서 주목했습니다. ‘소외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돈만 밝히는 배금주의와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발생한 배려심과 관심의 부족이 만들어낸 공동체의식의 상실을 주요 원인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관행’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으로는 사람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들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원전사고’ 문제에서는 부정부패와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정부의 대처들을 언급하시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원전이 운영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말씀을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 김지헌 님(20번 테이블 토론 진행자) 후기 중

5번 테이블에서 주요하게 논의한 이슈-문제로는 ‘해상사고, 빈부격차, 분단국가, 어린이 학생안전’ 등이 있었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으로 ‘신뢰가 없다, 공동체 의식이 없다, 무책임하다’ 등이 있었습니다. 학교생활, 직장생활, 자녀의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험 등 본인의 일상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해 주셨고, 북한 문제나 FTA, 인터넷 유해환경 등 전문분야와 연결되는 구체적인 내용도 있었습니다.

– 장우연 님(5번 테이블 토론 진행자) 후기 중


이어서 2부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관용’, ‘진정성’, ‘다양성’과 같이 각 테이블에서 발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이 적힌 주황색 카드를 활용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우리가 발견한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상을 덮는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돈만 밝히는 사회가 사람 중심의 사회가 되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회에 공동체의식의 중요성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더디더라도 확실한 문제 해결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어른들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원미르 학생의 참가 후기를 함께 보실까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 만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과정이 새로웠구요!
특히 어린 저의 말도 잘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사실 배려, 관용, 이해…
이런 단어들 막상 사용하려면 조금 낯간지럽잖아요~
그런데 오늘 보니 이런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세월호처럼 침몰해가는 우리 사회를 우리가 직접 참여해서 끌어올려야겠죠?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는 넋 놓고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은 넋 놓고 정부만 바라보는
그런 일은 없어야겠죠…

– 원미르 님(3번 테이블 참가자) 후기 중

마지막 시간은 약속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회복하고 시급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에게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와 참가자 각자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시민의 행동’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구합니다, 정책결정에 생명존중과 사회 정의의 가치와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세요.
약속합니다, 함께 사는 삶 소박한 삶을 위해 실천하겠습니다.

– 문도운 님(8번 테이블 참가자)

요구합니다, 교육부에 다양성 교육을 요구합니다.
약속합니다, 우리 아파트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 것을 약속합니다.

– 한철수 님(14번 테이블 참가자)

요구합니다, 정치인, 공무원의 부정부패방지법을 요구합니다.
약속합니다, 동네 사람들과 마을 위험을 신고하겠습니다.

– 옹달샘 님(16번 테이블 참가자)

요구합니다, 일 가정 양립이 실질적으로 실천되는 사회를 요구합니다.
약속합니다, 마을도서관 운영을 후원하고 엄마들과 공동육아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 손혜진 님(19번 테이블 참가자)

이외에도 수많은 요구와 행동의 약속들이 모였습니다. 이 내용은 모두 모아서 앞으로 안전사회의 대안을 만들어 가기 위한 소중한 의견으로 활용하고 여러분의 행동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데 쓰일 것입니다.


물론 희망제작소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여러분의 약속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공감하시죠? 우리 각자가 작은 행동을 만들어 갈 때 그 효과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퍼져서 사회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최고령 참가자 이영구 님의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기억하며 7월 18일 <노란테이블> 후기를 마칩니다.

참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참가하지 못하셨던 분들도 우리 사회를 바꾸는 천개의 행동이 모일 때까지 집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노란테이블>을 열어 주세요!

글_ 송하진 (사회혁신센터 연구원 ajsong@makehope.org)
사진_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 각 테이블 토론 진행자

노란테이블 페이스북에 놀러 오세요. ☞ 클릭
노란테이블을 더 많은 사진으로 만나 보세요.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