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싱크탱크를 가다(7)]플라톤(Pl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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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본의 싱크탱크를 가다” 기획 연재는 매 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기획한 세계의 싱크탱크 조사는 2006년부터 일본, 미국, 독일에서 동시에 시작ㆍ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미래자원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인 이영근 박사는 당시 츠쿠바대학(University of Tsukuba)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1996년 일본에 발을 디딘 후 일본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본사회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아왔습니다. 본 연재는 일본 싱크탱크들을 소개하는 차원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필자 : 이영근
미래자원연구원 선임 연구원

공공정책 플랫폼

일본에는 특이한 형태의 싱크탱크가 존재한다. 정당이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적, 혹은 인사면에서 관여하는 싱크탱크가 그것이다. 2005년에 촉발된 이 움직임을 스즈키 (鈴木崇弘)는 일본의 제5차 싱크탱크 붐이라 부르고 있지만, 실은 2005년에 ‘플라톤’이 그리고 2006년에 ‘2005 일본’ 이렇게 고작해야 2군데가 생겼을 뿐이다.
필자가 정당계열 싱크탱크를 방문하고자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 정당계 싱크탱크라고 하는 존재의 특이성을 알기 위함이었다. 흔히 OO당에 가까운 싱크탱크 혹은 XX당 중심의 싱크탱크와 같은 표현은 귀에 익지만, 정당에 의해 설립되고 그 정당을 위해 움직이는 싱크탱크가 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소속 정당 내에서 얼만큼 큰 소리를 낼 수 있으며, 그들의 소리는 어느 정도 반영되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외에도 그들의 조직구성이나 정치가들(국회의원)과의 긴밀성 및 다른 정책제언형 싱크탱크와의 관계 등 많은 부분에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서둘러 방문 일정을 챙기게 되었다.
일본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운영하는 싱크탱크라고 하지만 건물에는 간판도 없고, 입구에는 공공정책 플랫폼이란 투명패널이 붙여져 있는 것이 플라톤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호화로운 정치인들의 사무소와 너무도 다른 모습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전에 이런 저런 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_1L|1391884430.jpg|width=”340″ height=”257″ alt=”?”|Platon의 정문._##]설립

필자가 방문한 곳은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이 창설한 싱크탱크 ‘공공정책 플랫폼’(이하 플라톤)이었다. 2005년 11월에 설립되었으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다(小田正規) 사무국장에 의하면 플라톤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민주당내 싱크탱크가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립성을 의식한 나머지 정당과 싱크탱크와의 긴밀함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민주당과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 버린 바람에 정작 의도한 정책제언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하지 못한 채 해산의 운명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교훈으로 오카다(岡田克也) 전 민주당 대표가 4년 전 민주당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로 독립적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싱크탱크를 설립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민당에 있어서도 같은 시기에 싱크탱크가 설립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에 초당파적인 싱크탱크 연구회가 존재하였는데, 플라톤과 2005 일본을 만든 주력 인물들은 이 연구회에 소속되었던 정치가들이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러한 연유로 유한책임 중간법인(현재는 사단법인)이라는 형식의 정당 싱크탱크가 탄생되었고 2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은 놀랄 만큼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플라톤의 상근 스태프는 단 두 명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설립에 관한 기초자료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경위로, 그리고 어떤 이념에 근거하였는가 하는 점에 관해서는 청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념 & 성격

플라톤의 정식 명칭은 ‘공공정책(公共政策) 플랫폼’인데 명칭에 관한 오다 사무국장의 애착은 각별한 듯 하였다.

“아시다시피 플랫폼은 여기저기서 열차가 들어오고 또 나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태워줄 기차를 기다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지 우리의 플랫폼은 기차가 아니라 공공정책입니다. 정책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의 교류가 행해지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장소를 만들자고 하는 우리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정책 플랫폼이 명칭으로 사용하기에 너무 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알기 쉽게 PLATON이라고 지었습니다만, 철학자 플라톤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플라톤을 Platform of Network라고 하자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이곳의 역원은 단 두 명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연구를 외부의 전문가와 협력하여 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싱크탱크에서도 행해지는 이런 방식을 네트워크 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를 플랫폼 형식이라 합니다. 야당인 우리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모아야 하고 그들과 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 싱크탱크 중에는 천명 이상의 대규모 조직도 있지만,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천명의 외부 인사에 협력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2명의 상근 직원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필자의 핀잔에 대해, 사실 그렇기는 하다며 수긍하면서도, 거꾸로 생각해 보면 2명이 수행한 업무의 양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3명 혹은 4명으로 인원을 늘린다면 더욱 많은 활동을 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겠냐고 한다. 싱크탱커인 이상 최대한 많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을 인정하면서도, 두 명으로 모든 문제를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장래에는 인원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_1M|1105039352.jpg|width=”443″ height=”327″ alt=”?”|오다(小田正規) 사무국장 겸 이사_##]민주당이 플라톤이라는 정당 싱크탱크를 설립한 이유는, 정권획득을 추구하고 역동적인 변혁을 단행하기 위해 중장기적 정책이념과 더불어 ‘정책’과 ‘인재’ 양면의 두터운 기반을 가져야 하는 것이 불가결하다는 인식아래 민간, 대학 및 (개인으로서의) 관료를 포함한 衆知를 형성 할 知的 양산박(梁山泊)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있었다.

플라톤이 추구하는 것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전면 쇄신을 위한 지적 集積
● 기동력 있는 네트워크 형 조직
● 최고 수준의 인재의 프로젝트 참여
● 현장, 지역 중심형 모델
● 자유로운 정책제언
● 분야별 최적 멤버에 의한 계속적인 의견교환

사업 및 성과

플라톤의 활동은 크게 2가지로 이루어 진다. 그 한가지가 연구회의 개최인데, 이는 플라톤의 커다란 목표중의 하나인 동지 모으기의 일환으로 이루어 진다. 따라서 연구회에는 연구자와 정책 실무가 등이 모이게 되고 동일한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게 된다. 연구회는 BBL(Brown Bag Lunch)이라고 하여 도시락을 먹으면서 인적 교류를 넓힘과 동시에 정해진 테마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각도로 논의를 행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개최되며 국회의원, 지방의원, 의원 스태프, 지방 자치단체의 토쿄사무소 관계자 등 매회 30-40명 정도가 참가하고 있으며, 주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가 된다. 2008년2월 현재 43회가 개최되었으며, BBL에서 행한 논의는 “BBL議事錄”이란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발행 배포하고 있다.

또 하나의 활동은 연구 프로젝트의 수행이다. 연구 프로젝트는 플라톤의 이사회에서 결정한 테마를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이루어 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가 종료되더라도 정치 일정상 공개가 늦춰지는 경우도 있고, 연구자의 이름대신에 플라톤의 이름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연구 프로젝트의 테마는 분권개혁, 교육/인적 능력 개발 정책의 재구축, 지역에 의한 문제해결 모델의 구체화, 새로운 분권형 재정 시스템의 설계, 사회보장개혁(연금, 의료, 개호 등 종합개혁비전), 근현대사 연구, 그리고 지역적 공약운동 지원이다.

이중 근현대사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물로 “역사를 만드는 것”(상하)가 2006년에 中央公論新社에 의해 출판되었으며, 플라톤 정책정보 데이터 베이스 시리즈로 2007년에 ‘격차사회의 일본을 검증한다”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출판되었다. 이 보고서에는 가정, 노동과 임금, 치안과 안전, 의료와 개호, 교육, 생활과 경제, 농업과 식품, 재정 등 8가지 분야에 대해 일본사회의 격차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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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的 양산박(梁山泊)을 향하여

플라톤의 운영은 100% 민주당으로부터의 교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예산은 1억엔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정도 예산이면 그들의 활동은 충분히 수행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정당 싱크탱크이기 때문에 선거가 있을 때는 예산이 줄어 든다는 점인데 얼핏 당연한 듯 보이면서, 야당계 싱크탱크로서의 재정기반의 한계라고 보여진다.

재정과 관련하여 플라톤이 비영리 조직인 점, 그리고 정책 싱크탱크를 지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록 정당계 싱크탱크라 하더라도 기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식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들이 기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하였다.

“장래에는 기부를 받아들이고는 싶지만, 현재 일본의 稅制上 기부를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정당에 기부할 때는 세금공제가 있지만, 싱크탱크에 기부하더라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싱크탱크에 기부하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 한가지 저희가 근심하는 점은 기부자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기부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기부자가 민주당에 기부를 하고 민주당이 그 기부금으로 플라톤에 교부하는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_1M|1144901227.jpg|width=”442″ height=”328″ alt=”?”|정책 마케팅室 사카타(坂田?一) _##]
외부에서 본다면 플라톤은 민주당과 다를 바가 없이 보일 것이고, 그러한 평가로부터 벗어나고 하는 것이 플라톤의 속마음이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그들은 민주당과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평가되고 인식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거듭 언급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미국과 같이 싱크탱크에 대한 기부금에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 지고, 플라톤이 기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일단 플라톤을 해산한 후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민주당에 가까운 플라톤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기부에 관해 세제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일본의 제도상 기부에 대한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높은 공익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당 싱크탱크라는 그들의 아킬레스 건이 공익성의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싱크탱크에 한해서 기부제도를 바꾸자는 정책제언은 정당 싱크탱크인 플라톤이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당장 그들에게는 기부보다 더 급한 수많은 테마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정당 싱크탱크라고 하는 독특한 형태를 취한 플라톤에게 있어서 정책제언 활동은 그 자체가 국회나 각종 심의회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집단과 그들을 둘러싼 각종 법인의 거대한 싱크탱크와의 두뇌싸움에 이길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 싸움에서 지게 되면 민주당으로부터도 버림받게 되겠지만, 두뇌싸움에서 패한 민주당 역시 선거에서 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그런 의미에서 다음 총선거까지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공헌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현 민주당 대표인 오자와(小?一?)씨는 플라톤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정책에 관한 논의는 정책조사회에서만 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플라톤의 조직구조상 민주당의 정책조사회 회장을 역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정책조사회는 현재의 정책 테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기 때문에 ‘미래’라는 부분에서 한계가 생기게 되는데, 그 공백을 플라톤이 메워 주고 있는 것이다.

[##_1M|1085699020.jpg|width=”601″ height=”451″ alt=”?”|인터뷰의 한 장면_##]

다음과 같은 말을 끝으로 오다 사무국장은 플라톤의 포부를 밝혔다.

“플라톤의 당면 목적은 민주당이 정권을 획득하는 것에 있습니다만, 그 정책이 일본 국민에게 얼만큼 도움이 되고, 세계에 얼만큼 공헌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와 교류를 원하고 특히 한국과 많은 접촉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知的 양산박(梁山泊)을 지향해 나갈 것 입니다.”

● 연재순서

0. [공지]기획연재 & 필자 소개(2/2)
1. 일본 싱크탱크 – 연재를 시작하며(2/2)
2. 미쯔비시종합연구소(2/16)
3. 일본종합연구소(3/2)
4. 東京재단(3/16)
5. 구상일본(3/30)
6. PHP종합연구소(4/13)
7. 공공정책플랫폼(4/27)
8. 싱크탱크2005일본(5/11)
9. 종합연구개발기구(5/25)
10. 지방자치연구기구(6/8)
11. 일본국제교류센터(6/22)
12. 가계경제연구소(7/13)
13. 유타카론(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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