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성] 조례는 법령의 거울이며 깔때기다

전기성의 조례 사랑 이야기

1. 처음엔 ‘사랑방’에서, ‘조례를 사랑하는 이야기’로

‘조례사랑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지 벌써 15회가 된다. 처음 이 코너 이름을 ‘조례사랑 이야기’로 정할 때의 생각은 우선 조례를 비롯하여 ‘법’과 관련 있는 모든 용어는 이름부터가 딱딱하니까 좀 더 부드러운 용어를 써 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가까운 이웃 사람들끼리 사랑방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 나누는 것처럼 조례에 대해 부담 없이 의견을 나누는 코너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다음은 지방자치가 잘 돼야 국가행정이 잘 돌아간다는 염원을 담아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조례를 좀 더 가까이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느껴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15회를 넘기면서 느끼게 된 것은 조례가 갖는 규범적 성격과 충분하지 못한 법률용어의 한계 때문에 딱딱한 분위기를 고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 쉽게 쓰려고 해도 법률이론과 입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처음 생각과 달리 딱딱하고 어려워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은 필자만이 아니라 입법을 담당하는 공직자는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가질 것으로 본다. 거기다가 제대로 된 조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상위 법령에 대한 의견이 불가피하게 등장하게 된다. 그 결과 글의 제목도 ‘조례는 법률의 씨앗이다.’(1회), ‘조례는 법령을 평가한다.’(2회), ‘조례도 법령을 뛰어 넘는다.’(6회)와 같이 다소 저항적(?)으로 느껴질 듯한 제목을 달게 됐다. 그러는 동안 조례제정의 근거가 되는 상위법령과 그 입법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지방자치는 어려울 것이고 국가행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호 제목은 ‘조례는 법령의 거울이며 깔때기다.’라고 붙여보았다.

2. ‘조례는 법령의 거울’이다.

?개, 고양이 장례식장은 등록사항, 사람 장례식장은 자유업?
국회와 정부에서 법률을 제정하면 이때부터 국법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고 강제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치단체는 법령을 집행하고, 법령의 위임이 있을 때는 조례와 규칙을 제정한다. 그런데 법률의 내용이 합리적인 내용으로 되어있지 못할 때 엉뚱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조례라는 거울’에 법령을 비춰보면 법령의 내용이 합리적으로 되어 있으면 별문제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적잖은 갈등이 발생한다.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1991년에 제정된「동물보호법」은 2007년 2월29일 전문 개정되면서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소·말·돼지·개·고양이 등 “동물” 전용의 장례식장·화장장 또는 납골시설(이하 “동물장묘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업(이하 “동물장묘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농림수산식품부령(시행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하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내용만을 보면 별 문제없는 내용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생활의 실정과 자치단체의 실정에 비춰보면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1961년 제정된「매장등및묘지등에관한법」은 2000년「장사등에관한법률」(이하 ‘장사법’)로 개편된 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사망자의 장례절차를 치루는 데 필수시설인 장례식장은 전국에 800여개가 있다. 그런데 ‘장사법’에는 장례식장 설치에 관해 인?허가 또는 등록을 할 것인가에 관한 규정이 없다. 고인의 시신을 3-4일간 관리하는 장례식장이 마치 이발소와 같은 수준의 자유업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동물보호법」에서 개와 고양이의 장례식장을 등록제로 규정하여 관리하는 것과 비교할 때 사람의 장례시설이 동물의 장례시설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종합병원 장례시장, 불법시설로 고발돼도 속수무책 상태
이와 관련하여 2005년 5월 9일 전국의 54개 자치단체장과 그 지역 내에 설치된 71개 대형 종합병원장이 의료법과 국토계획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여 갈등을 빚고 있다. 장례식장 설치에 관한 주된 법에 따라 고발되지 않고 관련된 다른 법률에 따라 고발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부와 자치단체는 ‘장사법’과 관련조례에 인?허가와 등록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아 마땅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동물보호법」을 관장하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장사법’을 관장하는 보건복지가족부, 건축물을 관장하는 국토해양부가 입법과정에서 사전에 협의하면 해결되는데도 하지 사전협의 없이 입법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국민으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국회와 정부가 나름대로 좋은 뜻에서 제정한 법률이라 하더라도 자치단체의 조례라는 거울에 비춰보면 불합리하거나 시행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사례다.

3. ‘조례는 법령의 깔때기’다.

?42개 법률도 하나의 조례에 소화하는 다기능 ‘시세감면조례’
조례를 제정할 때 대부분 하나의 법률에서 위임된 내용으로 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2개 내지 그 이상의 법률에서 각기 다른 내용이거나 유사한 내용을 위임하고 이를 하나의 조례에 담아 제정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서울특별시세감면조례는「건설기계관리법」을 비롯하여「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등 무려 42개 법률에서 시세의 감면사항을 위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하나의 조례에 담아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법령 규정을 하나의 조례에 수용하여 지방자치의 실정에 맞게 정리하여 제정하는 입법방식이다. 이와 같이 여러 개의 기능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집중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법령이 산발적으로 위임한 내용에 따라 많은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기 보다는 유사하거나 같은 내용은 통합하고 조정하여 하나의 조례로 제정하면 입법의 간소화와 효율성 면에서 장점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입법방식을 조례의 “깔때기 입법방식”이라고 부르고자 하며 가급적 잘 활용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여러 가지 위임내용을 믹서기에 집어넣어 혼합하면 한 가지 새로운 맛이 탄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데 이런 깔때기 입법방식은 반드시 쉬운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 법률의 내용이 유사하면서도 서로 충돌하는 내용을 위임하는 경우, 자치단체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외출한 애완견도 장소에 따라 규제가 다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이하 ‘도시공원법’) 제49조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는 ‘누구든지 도시공원·도시자연공원구역 또는 녹지 안에서 동반한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아니하고 방치하거나(제1항) 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 또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에서 동반한 애완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 또는 도시자연공원구역에 입장하는 행위(제2항)를 한 자에 대해서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동물보호법」제6조 제5항은 애완동물의 ‘소유자등이 (등록대상)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하는 때에는 농림부령(법 시행규칙) 제7조(안전조치) 제1항에 따라 목줄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의 길이로 조절이 가능한 것을 사용하여야 하며, ‘소유자가 맹견(猛犬)을 동반하고 외출하는 때에는 목줄 외에 입마개를 하여야 한다. 다만, 월령이 3개월 미만인 맹견은 입마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금액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다만, 과태료 금액을 늘리는 경우에도 법 제26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과태료의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안 : 가칭 ‘애완동물관리 및 공중위생보호에 관한 조례’ 로 제정한다.

* 보고서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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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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