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중국,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지난 30년의 여정을 보면 중국이 ‘포스트 미국’으로 주목 받을 이유는 충분하다. 1978년 12월 중국 공산당 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 전회)를 통해 실시된 덩샤오핑의“흑묘백묘론”의 결과는, 세계적인 석학자 제프리 삭스(Jeffery Sachs)의“중국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 경제성장 사례”라는 언급이 과찬이 아닐 정도로 놀랍다.

30년간 연 평균 9.8%의 기록적인 성장 덕에 경제규모는 8년 마다 2배씩 증가하였고 이를 통해 4억 명의 중국인이 빈곤에서 해방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재 상하이의 푸동 지구는 런던의 신흥 금융지구인 커네어리 워프(Canary Wharf)의 8배 규모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20여 개의 도시가 모두 중국에 있을 만큼 중국의 경제성장은 눈부시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이니 말이다.

반면에 화려한 외형 속에 감춰진 이면을 들여다보면, 개발도상국가인 중국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펄벅의‘대지’에서 묘사되었던“몸부림치는 농민들의 농경사회, 홍수와 역병, 그리고 빈곤”등을 먼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이 단기간에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이 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미국은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중국은 과연 각종 난제를 잘 헤쳐내는 가운데 차세대 패권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가?

“동요하지도 태만하지도 않으면서 현대화된 위대한 중국을 건설하겠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8년 12월 18일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개혁 개방 30주년 기념식에서 대내외에 선포한 국가비전이다. 그는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한 민주적 문명을 가진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실현하겠다.”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결의와 함께 2009년을 맞이했다.

그가 ‘조화사회로의 진입’을 역설하며 맞이한 2009년은 중국 현대사에 있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은 종종 국가 통합과 인민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한 거국적 행사를 개최해왔다. 국가적 행사를 통해 인민들에게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공산당의 영도체제에 대한 신뢰감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2008년에는 북경 올림픽과 개혁개방 30주년, 선저우 7호의 우주 유영 등이 활용되었다.

[##_1C|1130388162.jpg|width=”500″ height=”359″ alt=”?”|G20정상회담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주석. <사진/연합뉴스>_##]

사실 중국에 있어 지난 30년은 희망으로 부푼 시기였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의 혼돈기를 지나 1979년부터 본격 시작된 개혁 개방은 1인 당 국내총생산(GDP)을 397위안에서 1만8,665위안으로 47배나 급증시켰으며 대외무역은 105.5배, 공업생산 또한 25.3배나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부상되며 중국은 명실상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는 그 만큼의 ‘성장통’과 ‘후유증’이 동반되었다. “부자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라. ”는 개혁개방의 선부론(先富論)은 빈부격차와 함께 “돈을 향해 돌진(向錢)!” 이라는 지독한 배금주의와 이기주의 현상 등을 초래하였다.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공산당과 국가 관료체제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공산당 정부는 급기야 과거와는 다른 통치철학과 통치구도를 들고 나왔으니 ‘과학적 발전관(科學發展觀)’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적 발전관’은 2007년 10월 17차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의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공산당 당장(黨章)에 삽입되었을 만큼 중요한 당대 중국 통치이념의 하나이다.

“인본(人本)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발전의 추구”로도 요약 가능한 이 개념은 일반적으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권력기반이 공고하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평가된다. 하지만 과학적 발전관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변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 함의는 ‘개혁개방’에서 ‘과학적 발전’으로의 전환, 즉 성장을 강조한 물적 팽창 위주의 정책에서 분배를 강조한 질적 균형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그 속에서 시민의식도 함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성장위주에서 분배를 통한 조화로운 사회의 건설이라는 것이 의도대로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발전관의 도입이 중국 사회의 경제적 불균형을 중국 당국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로 전환시키며 오히려 더 정부를 긴장시키기도 한다.

그 동안 중국인들은 확대일로에 있는 경제적 불균형을 시장경제의 불가피한 부산물의 하나로 인식해 왔다. 이들에 대해 경제성장의 균형적 분배를 이루겠다며 새롭게 도입한 과학적 발전관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과정에서‘무능한’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정치적 불만이 증폭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사회 안전망 확충 못지 않게 인민들의 동요우려에 대해서도 더욱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게 되었다는 점은 중국 정부가 중국 사회에서 불거지는 난제 앞에서 쩔쩔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중국 사회의 만연된 이기주의 현상이나 낮은 시민정신, 대세적 공공의식 등은 아직도 의연하기만 하다.

바로 이와 같은 중국 사회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면면만으로도 중국 학자들 가운데는 국제 사회에서 바라보는 미국을 대체할 글로벌 리더로서의 중국이라는 장미빛 미래를 부담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중국의 난맥상은 아슬아슬하게 의자를 쌓아 올리는 가운데 위기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려 막으며 관중들의 스릴을 자아내는 서커스의 ‘의자 쌓기’ 곡예나, 한 곳에서 튀어 나온 두더지 머리를 재빨리 제압하고 또 다른 곳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 머리도 제압해야 하는 오락실의 ‘두더지 두드리기’ 게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자 쌓기 곡예’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곡예자가 감당할 선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 또한 해당 게임을 만들 때 미리 정해진 숫자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중국사회의 난제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으므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13억의 인구 만으로도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대한 단일 국가 중국은 지금 어느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또 다른 험산준령을 향해 치닫고 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후의 30여 년이라는 ‘혼란기’를 거쳐 1978년 개혁개방 후의 30여 년이라는 ‘발전기’를, 그리고 이제는 그에 따른 성장통과 후유증을 치유하며 조화로운 사회를 이뤄내야 하는 ‘안정기’라는 건국 후 제3의 시기로 진입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중국이 안정기로 무난히 진입하면 장미 빛 미래로 더 다가갈게 될 것이요, 진입이 무난하지 못하면 봇물 터지듯 밀어닥칠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중국에 있어 포스트 미국의 강력한 대체 세력으로서의 여정은 현재적 난관을 잘 극복해 낸 다음에야 비로서 본격적으로 논할 수 있는 차순위 과제일 것이다. 중국적 “콴부랴오(管不了)” 현상, 즉 “영토가 너무 크고 인구가 너무 많기(地大人多)” 때문에 통치가 제대로 서지 못하는 중국의 당면 현안의 해결이 불가피한 전제조건이요 그 관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글은 미래전략연구원에 기고(5월14일)한 것임)  

글_우수근

우수근은 한국출신 ‘아시아인’임을 자처한다. 일본유학(게이오(慶應義塾) 대학 대학원) 중에 아시아를 자각했고, 미국유학(University of Minnesota, 로스쿨(LL.M)) 중에 아시아를 고민하다가, 중국유학(화동사범(華東師範) 대학, 법학박사) 중에 아시아인이 되었다. 좀 더 열린 마음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국내외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그는 현재 중국 상하이 동화(東華)대학교 외래교수(外敎)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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