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트라우마 너머 성장을 향해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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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너머 성장을 향해 ‘이스라에이드(IsraAID)’

이스라에이드(IsraAID)는 ‘국제 인도적 구호를 위한 이스라엘포럼’의 약칭입니다. 2001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인종과 종교, 국적을 뛰어넘어 긴급구호 및 의료지원, 심리적 외상치료, 공동체 재건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9.11 테러와 카트리나 피해지역, 아이티의 지진 피해지역, 일본 쓰나미 피해지역, 남수단과 시리아의 전쟁지역 등 대형사고와 재난 발생 국가들의 복구와 체계적인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Post Trauma Growth’(PTG)라는 메시지 아래,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와 재난지역 공동체의 재건을 위한 훈련과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PTG란 외상 후 성장을 말합니다. 절망스러운 재난이 남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면서 그 후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재 22개가 넘는 국가들의 재난과 전쟁지역에서 심리치료와 지역과 글로벌 전문가들을 훈련하고 있는 이스라에이드. 그들의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에볼라 발병국 시에라리온(Sierra Leone)의 손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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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는 병 자체가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낙인이 찍히고 가족과 생존자들에게는 차별이 가해져 더욱 고통스러운 질병입니다. 에볼라 발병국 사람들은 공포와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정과 불신감 때문에 막대한 피해와 역경을 겪고 있는데요. 에볼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의료 종사자의 2차 트라우마 또한 발병지역이 늘어나면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에이드는 시에라리온 보건복지부와 영부인 시아 코로마 여사(Sia Nyama Koroma)와 함께 전국적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사회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안전요원, 서비스봉사자, 그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0명이 넘는 예방 PTSD 전문가와 스트레스 관리사들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하여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사와 의료 종사자들을 교육하고, 구체적인 트라우마 예방법과 스트레스 관리 테크닉을 집중훈련하고 있습니다.

아이티(Haiti)에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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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에이드의 아이티 지원의 핵심은 지역공동체를 재건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2010년 일어난 대지진 진앙지 인근의 행정수도와 세 곳의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교육기회 향상과 경제적 개발, 성폭력 근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대지진으로 약 315,000명이 사망했고, 약 300,000명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으며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지진의 후유증과 싸우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 후 3년 뒤에는 해안지역에 대형 폭풍우와 가뭄이 발생하여 식량 부족이 이어졌습니다. 이스라에이드는 시범농가를 지정해 공동으로 경작이론과 농경실습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농부들은 마이크로파이낸스(저소득층에게 대출, 저축 또는 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를 소액규모로 제공하는 사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전국을 잇는 농산물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종합적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현재 75명의 농부들이 1톤이 넘는 농작물의 판매하고 있으며, 학교 교실부터 전국 슈퍼마켓까지 아우르는 유통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본(Japan) 지진 피해지역 청년들의 취업을 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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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에이드의 일본 프로그램(JISP)은 도호쿠 지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외상 후 재건, 사회심리 서비스, 청년들의 리더십과 전문역량 강화 분야에 역점을 두어 진행됩니다.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영토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400,000개의 건물이 파괴되고, 20,000명이 사망했고 250,000명이 생활터전을 잃었습니다.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 유출 피해까지 더해졌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는 최악의 실업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지역의 주요산업인 어업과 농업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해법과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스라에이드는 도호쿠 지역의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취업을 위한 준비와 기술훈련을 목표로 그룹활동과 기본리더십스킬, 직업훈련, 공동체 프로젝트의 세 가지 주요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감의 힘으로 한국(Korea)에 희망을 싹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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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에이드의 한국 활동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북한 새터민들의 회복과 적응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정부지원기관인 ‘하나원’과 연세대학교와 함께 새터민 트라우마 심리치료 프로그램인 생애스토리 인터뷰 (Life Story Interview)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의 형식으로 상처와 트라우마에 접근하고 있으며, 트라우마 이후 생존법 중 하나로 ‘혁신적 사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뷰 자료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예방과 치료를 위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안산의 상담교사, 지역사회 리더, 목회자, 사회복지사, 정신과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상담자를 위한 상담(TOT: Training of Trainer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세월호 유가족과 안산 주민들이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우울증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희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스라에이드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안정적이지만,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심리치료 지원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피상적이고 일회적인 위로의 메시지가 아닌,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행위(예를 들어 손편지나 사진집, 회고록 형태의 이야기에 대한 기억과 기록 등) 그리고 지속적인 감정적 유대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그룹워크(예를 들어 치유공감그룹 Circle of Peole for Healing)와 같은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글_ 이은경 연구조정실 연구위원 / eklee@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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