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는 잘 모르는 1인가구 정책

셋 중 한 가구는 혼자 삽니다. ‘홀로’가 외로움의 동의어는 아닙니다. 곰돌이 푸우는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혼자이면서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연결될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지역혁신센터는 올 상반기 1인가구 연구를 했습니다. 김창민 지혁셕신센터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메가트렌드, 나홀로 가구 증가와 1인가구 지원정책
최근 ‘나 홀로 라이프’에 대한 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공(혼자 공부하기), 혼쇼(혼자 쇼핑하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어떻게 보면 이제 혼자라서 더 편한 사회가 된 것 같다. ‘나혼산’(나 혼자 산다)도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다. 이제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나 혼자 살고 있다. 1인 가구는 가장 빠르게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체 가구는 2015년부터 연평균 1.9% 증가했지만, 1인 가구는 연평균 5.4% 증가했다. 2022년 전체 가구는 2015년 대비 13.9% 늘어난 반면, 1인 가구는 44.2% 늘었다. 1인 가구의 주류화는 거스를 수 없는 거시적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결혼을 안 하거나, 이혼이나 별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사별로 혼자가 된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연령별로 그 원인도 다르다. 나 홀로 라이프가 좋아서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청년층의 경우 학교나 직장 때문에, 중장년층의 경우 이혼, 별거, 사별 때문에, 노년층의 경우 여기에 더해 노부모 부양 문화의 변화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기도 산다.

나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다르다. 지금까지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진행한 1인 가구에 대한 연구와 조사, 그리고 2023년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서대문구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종합해 보면, 청년층은 스스로 1인 가구가 되었기 때문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층이 아닌 1인 가구는 이혼, 별거, 사별 등 비자발적 원인으로 1인 가구가 돼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성별‧연령별로도 1인 가구가 느끼는 고충이 달랐다. 청년 여성은 ‘안전’, 중장년 남성은 ‘노후 및 건강에 대한 불안’, 노년층 남성은 ‘소속감’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청년 1인가구는 주로 도시에 거주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년 1인 가구는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 건강 문제가 있으며, 노년 1인 가구는 경제‧사회‧건강 측면 모두 열악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보장하며, 인식개선, 사회활동을 증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정부가 2020년 수립한 ‘1인 가구 중장기 정책 방향 및 대응방안’이다. 이 계획을 통해 정부는 ▴취약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1인 가구 주거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주거모델 활성화,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신산업 육성, ▴치안서비스 강화, ▴공동체와의 연계 강화와 관련된 사업들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보다 앞서 2019년부터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중점을 둔 ‘1인 가구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했고, 2022년부터 1인 가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4대 안심정책, 21개 추진과제’를 수립‧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4대 안심 정책은 ▴건강안심, ▴고립안심, ▴범죄안심, ▴주거안심 분야로 구성된다. 경기도도 2020년부터 1인가구 지원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외로움․고립, ▴식생활, ▴자립, ▴건강, ▴안전, 웰다잉 6개 분야에 대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1인 가구 사업은 다음과 같다. ▴재무 경제 교육 및 재무 상담을 통해 1인 가구의 경제적 자립을 돕거나, ▴1인 가구의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혼밥 문제 개선을 위한 소셜 다이닝 사업, ▴몸이 아파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1인 가구 밀집 거주 지역의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CCTV 확대와 안전요원 배치, ▴고독사 위험이 큰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AI대화서비스와 건강음료 배달 등이다.

1인가구 사업은 많아… 문제는 전달체계
이처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정책의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희망제작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이미 1인 가구 지원 정책이 수립 중이다. 그러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나 심층면접을 하다 보면, 1인 가구 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 나아가 위험에 노출된 1인 가구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 지자체가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형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립 위험에 노출된 1인 가구의 경우 그런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시스템에선 1인 가구가 스스로 정책을 찾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지원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1인 가구 지원센터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사각지대를 줄이기에 한계가 많다. 민관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그물망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1인 가구가 우리사회의 주류가 된 만큼, 그들을 시혜적인 정책의 대상자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공공 혁신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희망이슈 제73호1인가구와 고용위기지역-지역특성을 고려한 1인가구 정책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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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창민 지역혁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