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촌스러운’ 월드컵 응원의 진수

지난 6월12일, 그리스와의 월드컵 첫 결기가 열리던 날. 충남 아산 내이랑 마을에서는 희망별동대와 함께 하는 월드컵 응원전이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오디따고, 응원도 하고’~ 그 뜨거웠던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한 2백 명쯤 되는 사람들이 막걸리 병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부터 3살배기 아이까지 저마다 양손에 막걸리 병을 꼭 쥐고 있었지요.
정확히 5번 ‘땅땅땅땅땅~♪’. 막걸리 통을 힘차게 맞부딪히고는
다 같이 4글자. “대한민국”을 목청 터지게 외쳐댔습니다.
꽹과리와 북장단까지 보태지자, 사람들은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고요.
한 쪽에서는 노릇노릇 굽힌 고기와 맛나는 전이 사람들의 뱃심을 채워주었죠

논두렁 개구리들도 개굴개굴 덩달아 흥얼거렸던 그날 밤, 도시사람과 농촌사람,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학생들이 한 데 어울려 얼~쑤! 한 바탕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들어갔더랬죠.
                                                                               
우선 영상으로 그 날의 열기를~ !

조금은 특별했던 이 날의 행사가 열리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왜 월드컵을 활용한 홍보는 도시 기업에서만 하는 걸까? 농촌에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잠깐! 시청에 함께 모여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는 거잖아.
그 사람들은 꼭 집에서만 응원해야 하나?’

농촌기획자 박종범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두 가지 생각에서 ‘오디따고 응원도 하고’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박종범씨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블로그트위터에 올렸고,  이를 본 희망별동대 빛트인 팀이 곧바로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빛트인 친구들이니 만큼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에 필이 꽂히지 않을 수 없었죠. 열정이 넘치는 내이랑 마을분들 덕분에 박종범씨의 ‘제안’은 ‘현실’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 빛트인팀은 희망별동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된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도 기꺼이 내이랑 마을로 출동하겠다는 얘기를 하셨지요. 거기다 필봉농악대, 쌈지농부까지 합세하게 됐습니다. 물론, 내이랑마을 분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번 행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구체적인 행사 계획이 잡히고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홍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신청자 100명이 금새 모였습니다.  ‘시청’과 ‘광화문’을 떠나 새로운 월드컵 응원 마당을 찾던 이들에게 ‘농촌’은 참신한 놀이판으로 느껴졌나봅니다.

[##_1C|1295904938.jpg|width=”400″ height=”28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쌈지농부에서 만든 붉은악마 허수아비!_##]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행사 당일, 주륵주륵 비가오기 시작하는 게 아닙니까.  마을분들을 비롯하여 빛트인, 자원봉사단 등 행사 준비를 위해 몇날 밤을 지샜는데 말이죠. 비가오면 야외 체험 뿐 아니라 응원도 못하게 될 판이니 모두가 아침부터 가슴을 졸였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달리, 현장 접수 인원까지 합쳐 약 130명의 사람들이 내이랑 마을에 운집한 겁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모인 수 십 가구의 가족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설렘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죠.

[##_2C|1248817919.jpg|width=”340″ height=”22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내이랑마을을 찾은 가족들|1187972497.jpg|width=”340″ height=”22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붉은악마 티셔츠까지 완비!_##]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도시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획단은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응원에 앞서 2시부터 농촌체험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첫 순서는 일명 ‘님도보고 뽕도 따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비를 맞아가며 뽕나무에서 오디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어진 떡메치기 체험, 느림보 마을택시(경운기) 타기도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찐밥으로 떡메를 쳐서 떡을 만들던 한 도시 아이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죠.

“밥으로도 떡이 만들어지는 난생 처음 알았어요!’

[##_Gallery|1345237527.jpg|한 아름 오디를 손에 담은 아이들|1256896827.jpg|논에서 우렁이 찾기!|1077555830.jpg|농기구 박물관에서 옛 농기구를 만져보기도 하고|1137947180.jpg|아빠와 함께 떡매도 쳐보고!|1406440271.jpg|필봉농악의 신명나는 길놀이로 흥겨움이 한껏!|width=”400″ height=”300″_##]

즐거운 체험행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어둑어둑한 저녁 시간이 됐습니다. 마을표 ‘웰빙 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 한 뒤 모두 옹기종기 마을회관 앞 스크린 둘레에 모였습니다. 가마솥뚜껑 빈대떡과 막걸리가 함께하는 환상의 월드컵 응원이 시작되었지요.

2:0의 시원한 승리~ 현장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굳이 말씀을 안드려도 될 듯합니다. 승리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한 사람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지요. 별이 쏟아지는 시골하늘 아래 맞는 기분좋은 밤. 상상이 가시나요?

넉넉한 시골 인심과 평화로운 농촌 풍경 속에서 신나게 월드컵 응원을 할 수 있었던 신선한 경험! ‘내이랑마을’ 분들의 열정에다  ‘정보화마을사업단’의 농촌에 대한 남다른 사랑, 농촌과 도시를 잇기위해 젊음을 바치겠다는 ‘빛트인’이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한 행사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죠.  
2014년 월드컵 때도, 이날을 잊지 못해 내이랑 마을로 향할지 모르겠습니다.
 

글_ 회원센터 배민혜 위촉연구원

사진_자원봉사자 정지인
영상_빛트인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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