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글우드의 시니어는 왜 즐거운가


20대 청년보다 활기차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미국 시니어,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젊은 한국인 경영학도가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시니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년의 삶을 해석하는 미국 시니어의 일과 삶,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6) 

7월의 마지막 주말, 제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아 남편과 탱글우드(Tanglewood)에 갔습니다. 서울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있듯이 보스턴에는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BSO)가 있습니다. BSO는 보스턴 중심지에 있는 심포니 홀에서 주로 공연을 하는데 시즌이 끝난 여름이 되면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시간 정도 떨어진 버크셔(Berkshire)의 탱글우드로 옮겨가서 음악축제를 엽니다.

버크셔는 우리나라의 강원도와 같이 예쁜 곳이라 주변에 계곡, 산 등이 많아 캠핑족들에게도 인기입니다. 클래식 음악, 영화 음악, 재즈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을 드넓은 녹지에서 즐길 있는 곳이며, 동시에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음악캠프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행사장 안에는 숙박시설,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음악연습실,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있습니다.

[##_1C|1136970639.jpg|width=”500″ height=”3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Seiji Ozawa Hall (소공연장). 관객 대부분이 시니어입니다. _##]
휴가를 가도 평소 관심사가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주차를 하고 입장할 때부터 시니어 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반부터 입장이 가능한데 우리가 일찍 도착해서 서성이자 문을 지키고 있던 시니어 분이 다가오셔서 친절하게 어딜 가냐고 물어보십니다. 저희가 가야하는 소공연장은 걸어서 한참 가야한다고 하시더니 셔틀 골프카트를 불러주십니다.

첫번째 공연장에서는 잔디에 앉아 저녁도 먹을 참으로 피크닉 준비를 잔뜩해둔터라 감사히 타고 공연장 문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공연장에 들어가자 티켓을 확인하는 분, 공연 팜플렛을 나눠주는 모두 시니어분들입니다. 자리를 잡고 공연장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과 잔디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극명하게 그룹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음악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온듯한 10대, 20대의 청소년 혹은 청년 음악가들,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고, 한편에는 60대 이상의 시니어분들이 계셨습니다. 30대 혹은 40대 분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10대, 20대의 젊은 친구들보다 60대 이상의 시니어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시니어분들 몇몇 커플은 손주들을 데리고 피크닉을 나오셨습니다.

어떤 분들은 탱글우드 잔디밭 공연 관람 자세가 프로급입니다. 기존의 피크닉 준비물을 넘어서 의자, 식탁, 식탁보, 천 냅킨, 은식기, 도자기 그릇, 촛대, 샴페인 잔, 와인 잔, 맥주 잔, 화병까지 준비해오셨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섭씨 25도 정도의 여름 저녁, 술 걸치면서 생음악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나름대로 의자 개와 간단한 저녁거리를 챙겨간 것만해도  준비했다고 생각한 저희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즐기는 시니어의 모습이었습니다.

두번째 공연이 있는 대공연장으로 이동하자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곳에도 시니어가 대부분입니다. 공연시즌에 클래식 공연을 보러 심포니 홀에 가면 관객 정도가 시니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시니어가 공연장에 모여있는 것은 처음 보는 했습니다. 이곳도 역시 티켓을 확인하는 분, 자리를 찾아주는 분, 팜플렛을 나눠주는 분의 대부분이 시니어였습니다. 일하는 시니어의 모습이었습니다.

[##_1C|1285501083.jpg|width=”500″ height=”3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Koussevitzky Music Shed (대공연장). 이 곳의 관객 역시 대부분이 시니어였습니다. _##]


일하는 시니어와 공연을 즐기러 시니어. 관객도 관객이지만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시니어라는 사실 흥미로워 조금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탱글우드에서 일하는 시니어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였습니다. SOAR55 통해서 미국 시니어들의 자원봉사 자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탱글우드까지 놀러와서 다른 자원봉사 자리를 발견하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루를 돌이켜 보면 골프카트를 운전하던 대학교 1학년을 마친 소녀를 제외하고 저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시니어들은 선선한 여름 속에서 좋은 음악을 들을 있다는 점이 좋아 자원봉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최근 들어 자원봉사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지자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측은 돈을 내고 자원봉사를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수많은 시니어들이 돈을 내고 자원봉사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시니어 중에는 80살 가까이 되어보이는 분들도 계셨고,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저희와 같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한 시니어는 내리시면서 “믿기 어렵겠지만 난 여기 일하러 왔다”며 밝게 웃으셨습니다. 단순히 일하는 시니어가 아니라일하며 즐기는 시니어’였습니다. 즐기면서 있는 자원봉사라면 돈을 내서라도 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음악을 즐기러 시니어와 음악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도 즐기기 위해 시니어. 우리 사회에 즐기며 있는 자원봉사 자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탱글우드 웹사이트


글_ 김나정 (보스턴 컬리지 경영학 박사과정)

[##_1L|1021242510.jpg|width=”87″ height=”7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김나정은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조직사회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보스턴 컬리지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박사 논문 주제로 은퇴기 사람들의 새터 적응기 및 정체성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najung.kim@bc.edu


● 연재목록
1.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2. 인생의 의미,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3. 낯선 자신이 두려운 시니어에게 
4. 어떤 자원봉사 자리 찾아드릴까요?
5. 나이에도 종류가 있다
6. 탱글우드의 시니어는 왜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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