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 ‘완전참여 완전평등’을 꿈꾸는 자립형 장애인단체

<장애인 지역공동체>

질라라비 장애인 야간학교

오후 6시 30분 대구광역시 동구 효목동에 위치한 ‘질라라비 장애인 야간 학교’(이하 질라라비), 휠체어에 몸을 실은 학생들이 하나 둘씩 건물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 안에서는 활동보조를 해주시는 어머니들과 학생, 선생님들이 저녁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몇몇은 누가 학생이고 누가 선생이랄 것도 없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질라라비가 저녁밥을 함께 먹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_1C|1015505073.jpg|width=”547″ height=”204″ alt=”?”|수업 시작 전 식사준비를 하는 질라라비 모습과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_##]
질라라비가 수업을 하는 이곳은 낮에는 ‘한사랑’이라는 발달장애, 자폐아를 위한 학교가 운영되는 곳이다. 한사랑의 도움으로 오후 6시 30분 이후부터 질라라비가 이곳을 사용한다. 그래서 질라라비는 ‘야간’학교다. 시간이 한정되다 보니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들로선 저녁을 차려먹고 수업시간에 제때 맞춰 나오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대부분 혼자 사는 사람들이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모두가 모여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먹는 방법을 택했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7시 10분에 수업을 시작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검정고시를 위한 과목들로 구성된 수업은 45분간 계속돼 이들에겐 만만치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교사로 활동하는 조경원씨는 “학생들은 모두 7~10명 정도인데, 이동에 어려움이 있어 매일 출석하는 학생 수가 다르다”고 전했다.

현재 ‘장애인 지역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박명애씨도 이곳 질라라비 출신이다. 두 살에 소아마비를 앓아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박 대표는 47세라는 늦은 나이에 질라라비의 초등학교 과정에 입학하여 5년 만에 중학교 검정고시까지 마쳤다. 박 대표는 “그 전까지는 아이들 학교 생활기록부의 부모 학적란에 무학으로 적어 보내는 것이 가슴 아팠는데, 이제 중졸이라고 적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끝까지 학교를 다니며 고등학교도 마칠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질라라비는 바로 이런 곳이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재정의 문제야 두말할 나위 없고, 다른 단체에 더부살이를 하는 학교 건물도 문제다. 또 과거와 달리 사회가 팍팍해지며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큰 어려움이다. 그래서인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조민제씨와 박명애 대표, 조경원씨 등 모든 구성원들이 “대학생 자원봉사 대환영”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장애인 지역 공동체

질라라비를 운영하는 주체는 장애인 지역공동체(이하 장지공)다. 장지공은 장애인에 대한 교육, 문화, 사회참여 및 자립생활 지원을 통하여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념으로 하는 사회단체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활동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회원들도 물론 모두 장애인들이다. 박명애 대표는 장지공을 “완전평등 완전참여를 통하여 장애인이 권리를 찾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_1C|1295977797.jpg|width=”547″ height=”204″ alt=”?”|장지공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명애씨(왼쪽사진)와 장지공 전체 업무와 질라라비 교사, 다릿돌IL센터 등 모두 업무를 두루 처리하는 조경원씨_##]
장지공은 2000년 3월 11일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8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소개한 질라라비 장애인 야간 학교와 다릿돌 장애인독립생활센터(다릿돌IL센터), 보치아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치모임으로 전동사모(전동휠체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꾸려가고 있다.

(주 : 보치아 경기란, 팀을 나누어 표적구(흰공)을 파란색 혹은 빨간색 공을 이용해 가까이 붙이거나 다른 팀의 공을 밖으로 쳐내는 경기이다. 뇌성마비 혹은 신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이다.)

다릿돌IL센터는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무엇이 필요한지, 어렵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한 일 등을 같이 고민하고, 먼저 독립생활을 경험한 이들의 지혜를 공유하기 위한 기구다.

보치아 스포츠팀은 장애인들이 여가를 보내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매월 보치아 경기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만든 기구이다. 또 자치모임인 전동사모는 전동휠체어(그들은 줄여서 ‘전동’이라고 부른다)를 타는 사람들이 전동을 타고 거리를 다니며 불편한 점, 어려운 점들을 발견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장지공 정책제안 활동과 어려움 점

장지공의 소모임과 자치기구가 하는 활동은 주로 하고자 하는 활동에 대한 사전 준비 혹은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이런 모임과 활동을 통해 장애인이 서로 문제점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다. 발견한 문제점을 놓고 시나 해당기관에 시정을 요구해 고침으로써 그들이 말하는 ‘완전평등’으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 장지공의 가장 큰 활동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 상인점과 대구백화점 등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스위치’, ‘장애인 화장실’등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해 이를 개선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정부가 임금을 부담하여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이 일정 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도 “우리가 직접 요구하고 투쟁해서 얻은 결과”라고 했다. 최근에는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사안으로 대구시와 한창 줄다리기 중이다.

대구시 측에서는 이런 장지공의 요구와 시위 등의 실력행사가 불편하기만 하다. 그로인해 장지공은 대구시나 동구청 담당자들과 늘 어색한 관계에 있다고 한다. 지원 규모도 일반 복지재단에 비해 적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여느 장애인 복지재단처럼 ‘관’에 순응하는 것은 장지공을 시작한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길을 택했다. 장지공은 장애인 복지 재단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이다.

[##_1R|1120038415.jpg|width=”269″ height=”155″ alt=”?”|조민제 사무국장의 명함 뒷면, ‘차별에 저항하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_##]
하지만 재정 문제는 역시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이다. 조민제 사무국장은 “인권시민단체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여겨 왔던 일이라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에 단련이 된 모습이었다.

장지공의 재정은 정기후원과 회원들의 회비, 대구시에서 제공하는 사무국장 인건비 일부 가 전부다. 실제로 활동보조인 사업을 장지공이 맡아서 하고 있지만 “장지공으로 돌아오는 이득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 탓에 장지공은 변변한 학교 건물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장지공 숙원사업인 질라라비 학교 건물 마련도 몇 년째 답보상태다. 다릿돌 IL센터에서 지난해 추진한 ‘장애여성 체험홈’도 언론, 시민단체 등의 주목을 받으며 출발했지만 예산 문제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장지공 홈페이지도 몇 년째 리뉴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회원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지공은 형편이 더 어려워 보였다.

[##_1L|1382238593.jpg|width=”272″ height=”204″ alt=”?”|대구대 특수교육학과 휴학 중으로 현재 장지공 상근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조민제 씨_##] 그러나 ‘완전참여, 완전평등’을 바라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조경원씨는 ‘희망’으로 답했다. “최근 관청으로부터 질라라비 학교 건물에 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질라라비 학교 건물이 생기면 학생들이 이른 시간부터 학교에 와서 수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중단되었던 소식지 작업도 계속하고, 문예교육도 시작하는 등 활동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활동보조 서비스 업무를 통해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은 스스로 좌절하여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만 지낸다면 의미가 없다. 힘들어도 더 많이 다니고 배우면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피시니어가 활성화된다면 “그분들이 학생들도 지도해주고, 한 달에 한번 있는 문화체험 활동도 함께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이 영화를 보고 거리를 다닐 권리가 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을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 우리도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재 _ 해피리포터]

장애인 지역공동체

후원 : 대구은행 [040-10-000977] ‘장애인지역공동체’
전화 : 053) 953-9460
e-mail : jangjigong@hanmail.net
홈페이지 : http://www.jangjigong.org
자원활동 참여 : 대구광역시 동구 효목 1동 133-1번지 1층 ‘장애인 지역 공동체’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NPO·NGO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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