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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도의 경계를 넘어 광양에 있는 청매실농원으로 향했다. 광양 청매실농원은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14호인 홍쌍리 여사가 시아버지인 율산 김오천 옹의 뒤를 이어서 개간하고 일궈오고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매실농원으로 향해 올라가다 보니 곳곳에 시가 새겨진 비석이 보인다. 한문으로 써진 옛것부터 안도현, 김용택씨의 현대 작품까지 모두 서른세 개의 시가 비석에 새겨져 있는데 이 시는 모두 매화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매화와 문학이 살아 숨 쉬는 문학동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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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조금 더 올라가보니 식품 제조장과 판매장이 보인다. 그 가운데에 기와가 얹어진 돌담장이 있고 수백 개의 항아리가 그 안에 빼곡하게 차 있는데 숙성중인 매실식품이 항아리마다 가득 담겨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매실농원 내에는 총 3,000개가 넘는 항아리가 있다고 하니 개인이 운영하는 농원으로는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수많은 항아리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고 있자니 홍쌍리 여사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빨간색 티셔츠에 회색 작업바지, 차광모자에 고무신 차림으로 6시가 넘는 그 시간까지 일을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우리는 판매장 안으로 들어가 홍쌍리 여사의 매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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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에 시집을 와서 이듬해 봄부터 매실농사를 시작, 올해로 44년째 매실농원을 일궈오고 있는 홍쌍리 여사는 29세 되던 해에 수술을 두 번이나 했을 정도로 젊어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수술 후에도 교통사고,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그녀의 몸은 성할 날이 없었으며 거기에 고된 농사일까지 겹쳐 정말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있었단다. 아픈 몸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해결책을 찾아 헤맨 그녀는 ‘밥상이 약상이고 곧 건강’이라는 결론은 내리고 매실과 쑥뜸으로 병을 이겨냈다. 매실이 피를 맑게 해주고 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니 온갖 스트레스와 오염물질로 병든 몸이 치유된 것이다. 매화를 딸 삼아, 매실을 아들 삼아 매화나무와 함께 살아오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로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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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쌍리 여사의 강연이 끝나고 그녀와 함께 산책로를 따라 매실농원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농원의 면적은 총 6만평으로 농약이나 제초제는 일절 쓰지 않고 대신 우분, 돈분, 계분 등 천연비료만을 사용하며, 잡초 등의 풀은 일일이 손으로 제거한다. 실제로 산책로 언저리에 베어낸 잡초가 쌓여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생화가 자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몸이 힘들고 인건비도 부담되지만 농사를 ‘작품’으로 짓기 위한 그녀의 고집과 신념이 오늘의 청매실농원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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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맑아서인지 산책로의 오르막길이 전혀 힘들지가 않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오르니 주변 경관이 한 눈에 펼쳐진다. 앞에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섬진강이 흐르고 뒤에는 지리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이처럼 풍광이 좋은 탓에 첫사랑, 다모, 취화선, 천년학 등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농원 한편에 지어놓은 초가에는 얼마 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머무르기도 했다며 스님과의 깊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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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는 성형수술보다 돈 안 드는 밝은 표정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홍쌍리 여사는 주차장까지 내려와 밝고 온화한 미소로 일행의 가는 길을 배웅해준다. 그녀의 바람대로 우리의 마음 속에 홍쌍리 여사는 흙이 부르는 그날까지 시들지 않는 아름다운 농사꾼으로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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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희망제작소 회원센터 김성재 인턴
*사진: 희망제작소 콘텐츠센터 정재석 인턴/ 대림공업사 장태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