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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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해외평생학습동향 ⑥
여유만만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대안교육운동부터 각 나라의 평생학습 정책을 대표하는 단체와 프로그램까지. 정해진 틀은 없다.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의 평생학습 체계와 내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기대할 뿐이다.
지난 영국 편에 이어 이제는 독일이다. 독일은 정치교육·시민교육이 발달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나치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반성하고, 교육을 통해 올바른 시민상을 제시한다. 또한 통일 전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동서독 시민들의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고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독일의 평생교육을 단순히 시민교육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은 OECD 국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중하위권에 머물지만, 모든 시민이 평생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교육 혜택을 누리며 그 힘은 나라를 지탱한다. 수많은 제반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잘 짜인 제도들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 탄탄하게 독일을 받쳐 주고 있는 독일을 평생교육을 살펴보자.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독일은 학교 교육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부러워할만한 나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턱없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며, 통일 후 국가의 지원 감소로 인해 학교들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PISA의 결과에 충격을 받은 독일 정부가 교육개혁의 칼을 뽑아 들긴 했지만, 급격한 제도 변화에 대한 현장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아서 무척 어수선한 상태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독일이라는 나라의 경쟁력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유럽 전역에 몰아닥친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홀로 위풍당당하다. 무엇 때문일까? 나는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학교 밖에서 계속되는 교육, 즉 평생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1).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하는 시민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더 나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1) 독일에서는 평생교육을 ‘계속교육(Weiterbildung)’ 또는 ‘성인교육(Erwachsenenbildung)’이라고 부른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는 활동적인 삶을 이루는 근본활동으로 노동 (labor),  작업 (work), 행위(action)를 꼽았다. 노동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며, 작업은 노동과는 별개로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물을 창조하는 것이고, 행위는 정치적 조직체를 건설하고 보존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아렌트는 근대사회에서 사람들이 노동하는 동물이 되어가고, 인간의 활동이 오직 노동으로만 수렴하는 경향을 경계했다. 굳이 철학적 설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에 매몰되어 취미생활도, 시민으로서 정치참여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허무하게 느끼게 되고, 그들의 공동체 역시 피폐해질 수밖에 없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노동, 작업, 행위가 균형을 이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 평생교육이다. 

독일 사람들은 졸업한 후에도, 입시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공부한다. 지하철 안에서, 카페에서, 거리의 벤치나 공원에서 신문과 책을 읽으며, 일상적으로 공공도서관을 찾는다. 또 전국의 시민대학들에서는 연중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수의 강의가 개설된다. 왜 그런 것일까? 독일의 대표적인 평생교육기관들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이번 호에서는 독일 시민들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독일 사회의 저력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다.

여유만만 독일사회

교과부의 발표를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OECD 회원국의 평균인 40.8%에 훨씬 못 미치는 30.5%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주로 시간이나 돈이 없거나 가까운 곳에 적당한 시설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무언가를 배우려면 우선 여유가 있어야 한다.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그리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의무교육을 모두 마친 성인의 경우에는 이런 여유가 더욱 중요하다. 내가 본 독일 사회는 시민들에게 이런 여유를 제공해 주는 사회이다.   

독일 시민들은 많은 권리를 누리고 산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자녀수당과 보육비를 지원해 주고, 대학교육까지 무료로 제공해 주고, 병이 들면 무상의료 서비스를 해 준다. 일터에서도 그들은 매년 6주 이상의 휴가를 보장받고, 경영자들과 영업시간, 일시휴업, 노동자 해고 등 사업장 운영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직장협의회라는 조직을 통해 협상을 할 수 있다. 더욱 놀랍게도 독일에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와 경영자가 동수로 참여하는 노사공동결정제도라는 것이 있다. 물론 이런 제도들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결정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노사공동결정제도는 직원이 2,000명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경영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며,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주요한 결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 준다.

또한 독일은 유럽의 모든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근로자의 해고보호규율이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일의 직장인들은 퇴근할 때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노동자들은 임금협상을 포함한 그들의 권익을 위해 나서주는 막강한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독일의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고 충분한 휴식을 누린다. 그 밖에도 독일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더라도 실업수당과 기초복지수당 등을 통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받는다. 이렇게 촘촘하게 짜인 사회안전망 속에서 사람들은 여유를 갖게 된다.

여유는 그들의 삶 곳곳에서 배어난다. 그들은 해마다 6월~8월이 되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볕이 좋은 곳을 찾아 휴가를 떠난다. 물론 나머지 휴가일정도 공휴일, 샌드위치 휴일에 덧붙여서 연중 틈틈이 즐긴다2). IKEA에서 조립식 가구를 사다가 조립하는 것을 즐기고, 여러 달에 걸쳐 퇴근 후 집수리를 하기도 하며,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서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일도 즐긴다. 소규모 별장형 농장인 클라인가르텐 (Kleingarten)을 가꾸느라 큰 몸집을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한다3). 그들은 이렇게 번거롭고 불편하게 살 수 있는 여유를 누린다. 물론 여유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유가 그들에게 공부를 또는 그 밖의 무엇인가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2) 2010년 현재 독일의 노동시간은 연간 1,408시간이고, 우리나라는 2,193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775시간이다. OECD 회원국들 가운데 독일은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짧은 국가이며, 우리나라는 칠레보다도 노동시간이 긴, 최장시간 노동 국가이다. (출처: OECD Statistics)

3) ‘작은 농장’이라는 뜻의 클라인가르텐 (Kleingarten)은 텃밭이 딸린 소규모 별장형 농장이다. 이는 주말농장의 시초이기도 하다. 독일에는 전국적으로 클라인가르텐 단지마다 협회가 조직되어 있는데, 그 수는 약 15,000개소에 이르고, 회원 수는 약120만 명에 달한다. 회원 1인당 관리하는 클라인가르텐의 면적은 250-300㎡ 정도이며, 1/3이상의 면적에 과일이나 채소를 심어야 하고, 1/3 이내의 규모로 집을 지을 수 있으며, 1/3이상에는 의무적으로 꽃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도서관과 스포츠클럽

독일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을 일상적으로 애용한다. 그곳에서 숙제를 하기도 하고, 소설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며 쉬기도 한다. 도서관의 도서대출(반납)코너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도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에게 도서관이 시험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나를 외부와 단절시키기 위해 찾는 닫힌 공간이라면, 독일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세계와 그들을 연결시켜 주는 열린 공간이다.

독일에는 이런 공공도서관들이 동네마다 촘촘히 들어서 있다. 총 8,256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으며, 이는 주민 9,902명 당 1개의 도서관이 있다는 뜻이다. 독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도서관을 가까이에 두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공공도서관들 덕분에 시민들은 돈 걱정 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책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을 맘껏 이용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출판사들 역시 공공도서관들이 안정적으로 도서를 구입해 주는 덕분에 양질의 책들을 큰 위험부담 없이 꾸준히 발간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을 지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공간이자 과도한 상업화의 논리로부터 시민들의 지성을 지켜주는 든든한 요새인 독일의 공공도서관은 평생교육이라는 나무가 자라기에 더 없이 좋은 토양이다.

[##_Gallery|1150209534.jpg|독일 공공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벼룩시장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http://bit.ly/MWMQY|1385510807.jpg|독일 공공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벼룩시장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http://bit.ly/MWMQY|width=”400″ height=”300″_##]


■ 주요 국가별 도서관 수, 1관당 인구수
[##_1C|1182095534.jpg|width=”227″ height=”15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자료출처:e-나라지표/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문화체육관_##]


독일은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생활 스포츠 선진국이다. 독일의 생활 스포츠를 견인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클럽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약 9만 개의 스포츠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클럽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익적인 성격의 조직으로서, 7명 이상의 회원만 확보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정부는 클럽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그 밖에도 운동시설의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스포츠클럽들은 상업스포츠 시설에 비해 훨씬 저렴하며 매우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대도시에 살건 소도시에 살건 접근이 용이하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독일 인구의 약 1/3 가량이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한다. 즉 독일 사람들은 몸에서 적신호를 보내야 비로소 시작하는 절박한 치료 목적의 운동이나 여름철 비키니를 입기 위한 벼락치기 운동이 아닌, 생활의 활력과 즐거움을 위한 생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이런 성과를 얻기까지 독일 정부는 이른바 ‘황금계획(Goldener Plan)’이라고 하는 스포츠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 황금계획은 독일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10분 거리 이내에서 스포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1961년 이후 꾸준히 투자가 이루어진 덕분에 오늘날 독일에서는 구 동독지역의 소도시들에서도 잔디구장과 수영장 등의 체육시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의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책임지고 있는 스포츠클럽은 공공도서관과 함께 독일 평생교육의 훌륭한 바탕이다.

4) 예를 들어, 대도시 소재의 피트니스 스튜디오의 경우, 월 80~100유로의 회비를 납부해야 하지만, 스포츠클럽의 경우, 성인의 평균 월 회비는 7.5유로로 이는 독일 노동자의 시간당 최저임금인 8유로 보다 적은 금액이다. 청소년은 4.5유로, 어린이는 3.5유로, 가족 단위로는 14유로의 월 회비를 지불한다. (송형석, <독일의 생활체육 육성정책과 스포츠클럽>, FES-Information-Series, 2009)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교육의 폭은 주부들이 주요 수강생인 문화센터의 취미교실에서부터, 성인들이 자신의 지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또는 자아실현을 위해 듣는 다양한 교양강좌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다. 평생교육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직업교육이다. 직장인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추기 위해서 외국어를 배우거나 업무와 관련된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앞으로 연재될 <해외평생학습동향 독일 편>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독일의 역사, 문화, 사상 등을 잘 드러내 주는 기관과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해외평생학습동향 독일 편>과 함께 독일사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내일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글_ 강현선 (前희망제작소 연구원,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학 석사)

* 해외평생학습동향 연재 목록
1) 영국에 부는 대안교육의 바람
2) 영국의 평생학습 생태계, 그 비밀을 캐다
3) 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4)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
5)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이 필요하다
6) 여유만만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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