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증 환자는 어떻게 상상할까요?

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지난 이원재의 희망편지, 희망제작소 뉴스레터 발송 안내 메일에 이어서
첫 번째 이원재의 희망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오늘 저는 조금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건네려고 합니다.
1년 전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기억상실증 환자의 상상법

희망제작소는 지난 3월 28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는 토크콘서트 ‘말하는대로’를 열었습니다. 이곳에 참석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기억과 상상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각각 특정한 상황을 주고 상상하도록 하는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눈앞에 바다가 보인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지금 모래사장 위에 서 있고요.
앞에 무엇이 보이는지 3분간 상상해 보세요.”

의사가 요청하자 정상인 피험자들은 다양한 상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지요.

‘저물어 가는 태양, 키스하는 연인들, 달리는 아저씨, 갑자기 나타난 상어, 아이들…’

상상의 분위기는 더 고조되어 엽기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하고
평소 꿈꾸던 이상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달랐습니다.

“온통 파래요.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그들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이 실험결과는 기억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알려줬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이를 “기억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라고 해석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기억은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0분 만에 기억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끊임없이 메모를 합니다. 10분 뒤의 자신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면서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대사를 남깁니다.

저는 오래 전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사회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사회가 참혹한 순간도
영광의 순간도 성찰하는 끈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망각하면서 겪었던 고통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기억하기 어렵다면 기록하면 됩니다. 과거를 잊은 다음 세대에게,
또는 다음 해의 우리에게 지금의 기억을 기록해 남겨두면 됩니다.
그런데 걱정도 있습니다. 이 기록은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기억을 담은 것이 맞을까요?
누군가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축소된 기억은 아닐까요?
그래서 기록은 함께 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일수록 더욱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기록하는 데서 위대함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희망제작소가 세월호 사건 1주기를 맞이하며
함께 기억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당신의 첫 기억은 무엇입니까?

세월호 사건 1주기를 맞아,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캠페인 ‘잊지않았습니다’를
시작합니다. 함께 기억하는 일의 위대함을 향해 아주 작은 한 걸음을 같이 떼어 봅니다.

특히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더 많이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안산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 안산시협의회, 환경운동연합, 경실련,
안산YMCA 등 다양한 단체들에게 참여를 요청드린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취업뽀개기, 암환우 카페 등 사회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커뮤니티 카페에도 이런 생각을 알렸습니다.

이 단체들과 카페 가입자들 중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지만,
세월호 사건을 마음 아파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 주십시오.

1. 기록하기

‘잊지않았습니다’ 페이지에 2014년4월16일 당신의 기억을 남겨 주세요.
바로가기 ☞ 클릭

2. 기억하기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잊지않았습니다’를 걸어 글을 남겨주세요.
그 글을 3명 이상의 친구에게 태그해 주세요.
예 ☞ 클릭

3. 퍼뜨리기

페이스북, 카톡, 카스, 밴드, 트위터 등으로 ‘0416 잊지않았습니다’ 페이지 링크를 전해 주세요.
‘0416 잊지않았습니다’ 페이지 링크 ☞ http://www.makehope.org/my0416/

기억하고 기록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찾기 어렵습니다.
조각난 기억과 쪼개진 기록은 마음 속 상처만 더 깊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생각과 처지는 다를지라도, 아픈 마음만은 모두가 같습니다.
그 마음으로,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참여해 주십시오.

한국사회는 더 많이 기억하고 기록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와 희망을 제대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뉴스레터 구독’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