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곁의 소셜디자이너(4) –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최지백 대표는 강릉이 궁금한 청년, 강릉에 머물고 싶은 청년, 강릉살이를 꿈꾸는 청년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안내자다. 2017년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이라는 모토로 소셜벤처 ‘더웨이브컴퍼니’를 창업한 그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일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파도살롱’, 청년들의 지속가능한 강릉살이를 지원하는 ‘강릉살자’, 워케이션 서비스 ‘일로오션’ 등 다양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통해 강릉을 일과 쉼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동네로 가꾸는 데 큰 몫을 해왔다. 희망제작소가 지역에 풍덩 빠져 살아가는 청년들을 조명한 ‘로컬다이버 시리즈’로 처음 만났던 최지백 대표를,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며 행동하는 ‘소셜디자이너’로 다시 만났다.
강릉에 연고가 전혀 없던 최지백 대표가 강릉의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청년의 지속가능한 강릉살이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강릉의 어떤 매력이 최지백 대표를 오늘에 이르게 했나요?
바다가 있잖아요(웃음). 그리고 강릉을 사랑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요. 저는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다녔고, 대구에서 학사장교로 복무할 때 창업을 고민하며 ‘살고 싶은 동네’를 물색하다 강릉을 발견하고 무척 설렜어요.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물론 역사와 문화예술까지, 자원이 많은 곳인데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죠. 그만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강릉에서 창업하기로 마음먹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하면서 강릉에 더욱 정이 들었어요.
‘더웨이브컴퍼니’가 문을 연 지 올해로 5년째입니다. 그동안 지역에서 조금은 생소한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왔는데,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저희 사업을 영역별로 나누어 말씀드리면 우선 브랜드 빌딩과 디자인을 꼽을 수 있어요. 강릉 지역의 자원을 재해석해서 지역의 브랜드를 만드는 건데요, 이때 브랜드는 청년마을이 될 수도 있고 로컬크리에이터들의 브랜드를 함께 구축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죠. 두 번째 영역은 디렉팅인데,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지역탐색이든 도시재생이든 디자인싱킹이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이고요, 세 번째 영역은 지역의 창작가와 창업가를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서비스예요.
요즘은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인 ‘강릉살자!’와 워케이션 서비스인 ‘일로오션’에 주력하고 있어요. 지난 4년 동안 앞서 이야기한 세 영역에서 다양한 일들을 해왔지만, 저희가 추진한 모든 프로젝트의 목표는 결국 ‘지역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력을 키우며 성장하려고 노력했고요. 지금 주력하고 있는 ‘강릉살자!’와 ‘일로오션’은 다양한 시도를 거쳐 저희가 찾아낸 지역문제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한 해 저와 더웨이브컴퍼니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지역에 청년커뮤니티를 만들어냈고, 다른 지역에 살면서 강릉에 수시로 머물려는 청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정착을 준비하는 청년까지 강릉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이들이 다수 생겨났어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시도를 더해서, 올해는 좀 더 진전된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해요.
실제로 ‘강릉살자!’를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행정안전부·강릉시와 함께 추진하는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인데요, 2021년 7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1기를 시작으로, 현재 4기(2022년 7월~9월)를 모집해 진행하고 있어요. 보통 6주에서 8주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기수별로 15명가량의 청년을 모집해요.
전반부에는 강릉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일을 체험하거나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 지역살이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고요, 후반부에는 실제 강릉에서 어떤 일을 할 건지 탐색하고 각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는 과정이 진행돼요. 이 과정에는 비즈니스 컨설팅이나 디자인싱킹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도움을 주시죠.(강릉살자! 프로그램 및 활동 내용 자세히 보기)
더웨이브컴퍼니가 제시하는 지역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서 ‘강릉살자!’가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요?
저희는 강릉에 청년이 없는 게 아니라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고 봤어요. 강릉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다 보니 강릉에 살던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타 지역 청년들이 강릉에 이주해 정착하는 데도 지역 네트워크와 지지기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강릉에 탄탄하고 폭넓은 청년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장 무얼 시작해야 한다거나 먹고 살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기보다 강릉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마련해서 우선 강릉과 친해지도록 했고요,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는 자연스럽게 찾아내고 함께 이야기하고 구체화하며 전문가들에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이런 과정 속에서 참가자들이 강릉에서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다른 주력 사업으로 꼽으신 ‘일로오션’은 요즘 각광받는 ‘워케이션(Work+Vocation) 서비스인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휴양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블루오션 영역이라 저희도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복잡한 도심을 떠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일과 쉼을 함께 누리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고 기업의 근로환경도 변화하고 있어서, 앞으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워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은 강릉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관계인구‘거든요. 지역 공동체와 비즈니스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청년들의 이주와 정착이 활성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폭넓게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과 관계를 맺고 싶은 청년들, 나아가 지역살이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청년들이 입시나 취업을 위해 몇 년씩 투자하면서,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갇혀 힘들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반복되는 걸까 생각하면서 저는 결국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어린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의 환경은 가족의 영향을 크기 때문에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당연한데, 그 이후 즉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단 후부터는 본인이 의지를 갖는다면 충분히 환경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환경을 잘 안 바꾸려고 해요. 물론 적응이 안 되고 힘든 부분이 있죠.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역살이를 고민하는 분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반드시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겠어요. 성장이라는 게 단기간 내에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웅크리고 생각만 한다고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뭔가를 시도해야 하는데, 그때 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경험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나와 비슷한 도전을 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소통이겠죠. 지역문제 해결의 시작과 끝은, 결국 지역 커뮤니티인 셈이에요.
* 인터뷰 및 정리: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