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속에서 든든한 나침반을 찾다!

2022 사회혁신을 촉진하는 희망제작소의 연구활동

법치라는 꼬리표를 단 낯선 독주의 통치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직 온전한 형태를 파악하기 힘든 압력과 위협이 시민사회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매하고 우호적이지 않은 시민사회 안팎의 기류들은 희망제작소에서 수행하는 연구사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올해 6월부터 진행한 ‘충청북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은 그러한 시민사회를 둘러싼 기류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2020년 5월 중앙정부는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고, 지난해 11월 23일 제1차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표준 조례안1 개정을 통해 시민사회 기본계획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체계를 정비해가고 있습니다.

난기류 맞닥뜨린 시민사회,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

충청북도는 경기도와 함께 선도적으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에 착수한 전국의 두 광역지자체 중 한 곳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청주, 충주, 제천, 옥천 등 충청북도 11개 시·군 지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만나 시민사회 활성화에 필요한 요소들과 기본계획의 방향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또한, 비영리민간단체를 비롯한 여러 공익활동 주체들이 참여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충청북도 시민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민관 협업을 촉진하고 활력있는 충청북도를 만들기 위한 공익활동 지원수요를 조사했습니다.

▲ 충청북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핵심 관계자 토론회 사진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10월 4일, 현정부는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 규정을 폐지하였고, 국무총리실 산하 시민사회위원회를 폐지했습니다. 시민사회위원회는 이명박, 박근혜정부 시기에도 유지되었던 핵심적인 협치와 민관거버넌스의 통로였습니다. 이러한 정책 환경변화가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의 추진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정책 기조의 후퇴는 역설적으로 지역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의 역할의 중요성에 더욱 주목하게 했습니다.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지자체와 시민사회, 지역기업들의 협력적 연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으며, 국가 단위의 중앙정부의 정책보다 훨씬 현장에 밀착되고 지역특성에 조응하는 시민사회 지원정책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컬과 공동체에서 발견한 희망의 씨앗

이러한 지역 주도 정책의 중요성과 로컬 활동에 대한 기대감은 마을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정책의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2, 서울시가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서울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운영종료를 예고하는 등 침체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의 마을 활동과 공동체 정책은 여전히 시작단계이거나, 체계적 지원에 대한 목마름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희망제작소에서 올해 수행한 창원특례시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수립연구와 충청북도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본계획(2차) 수립연구를 통해서 만났던 지역의 주민 공동체 활동에 대한 요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관련 글: 커뮤니티에 진심인 연구원들의 ‘마을공동체 연구’) 마을과 공동체 활동은 중앙정부에서 수직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기 이전에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며, 주민참여로 성숙해가는 영역입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맞물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혁신 사례를 발굴해내고, 궁극적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게 됩니다.

▲ 창원시 마을공동체 수립 연구, 정책 워크숍 사진

지역에서 굳건하게 시작되는 사회혁신2.0

지역 정책과 로컬의 중요성은 희망제작소의 기획연구인 ‘사회혁신2.0’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시민참여와 협치, 마을공동체의 활동에서, 또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도시재생의 현장에서 사회혁신 활동을 펼쳐왔던 소셜디자이너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지역의 크고 작은 혁신 활동들이 싹트고 자라나 튼튼한 지역의 소셜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그동안 수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애쓰며 만들어온 자유롭고 가치로운 연대와 혁신의 세계가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지역의 현장과 함께하는, 지혜롭고 날카로운 연구를 해나가겠습니다.

* 글: 이은경 연구사업본부 본부장 | eklee@makehope.org

[참고]
[전환의 시대,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핵심 키워드. 경기신문. (2022.1.27.)
“서울 마을공동체 지원조례 폐지, 마을공동체지원센터도 종료 수순” 한국NGO신문. (2022.11.1.)
“윤석열 정부 주민자치 정책 여전히 오리무중”, 주민자치.(20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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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5조 및 13조에 따른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표준조례」를 마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시민사회를 활성화하고 지자체와 지역 시민사회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도지사 소속으로 시민사회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지원조직을 위탁·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 “윤석열 정부 주민자치 정책 여전히 오리무중”, 주민자치.(202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