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연필 한 자루와 두꺼운 법률서적, 그리고 밤 새워 공부하는 고시생. 불과 몇 년 전까지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고시촌은 사라지고 있지만, 지식에 대한 관악구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운 듯하다. 도서관과 평생교육으로 지식문화도시를 만들고 있는 유종필 구청장을 만났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관악구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이하 유) : 관악구는 1960년대에 서울 중심부의 인구 분산 정책으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자리 잡은 곳이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아닙니다. 또한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라 강남, 신촌, 영등포, 구로 등에 산업인력을 많이 공급하고 있지요. 주변지역보다 물가가 낮은 편이라 보통사람, 즉 서민과 소외된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신 지역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기반이 약한 고시생, 사회초년생 등 20~30대도 38.8%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 지역에는 관악산, 삼성산, 장군봉, 국사봉, 청룡산 등이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주거지가 가파른 곳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산이 많은 것은 단점이지만 동시에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를 잘 살리기 위해 관악산을 비롯한 동네 뒷산을 연결해 둘레길을 조성했습니다. 구민이 손쉽게 산을 오르고,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지요. 서울대 또한 우리 관악의 엄청난 강점입니다. 산·학·관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관악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에 구정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_1C|1311971664.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_##]
윤 : 민선 5기 관악구의 구정을 이끌고 계신데요. 구청장으로 재임하시면서 느꼈던 소회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유 : 과거에 관악구는 ‘달동네’의 이미지가 강했어요.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사실 사람이나 지역이나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민선 5기 출범하면서 관악의 이미지를 ‘지식문화도시’로 바꾸기 위해 ‘지식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도서관과 평생교육의 도시라고 불리고 있지요. 지난 3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무엇보다도 도시 이미지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도서관특별구, 3년 만에 도서관이 30개로!
윤 :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관악구 하면 ‘도서관’부터 떠오르는데요. 도서관 확충을 선거 공약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굉장한 의지를 보여주셨지요? 각고의 노력 덕분에 취임 전 5개에 불과했던 도서관이 30개로 늘어났던데요. 다른 지역의 도서관 정책과 비교했을 때 관악구만이 가지는 차별성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유 : 취임 후 도서관을 만들면서, 새로운 건물을 일절 짓지 않았습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지요. 구청사, 동사무소, 체육센터, 버려진 관악산 매표소, 컨테이너 등의 공간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서가도 기증도서로 채워나갔어요. 사무실 공간을 줄여 만든 구청사 1층의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 무용지물이 된 관악산 매표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관악산 시(詩)도서관’,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만든 ‘낙성대공원 도서관’ 등은 이미 우리 지역의 명소가 되었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도서관을 우리는 ‘착한 도서관’이라 부르고 있어요.
또 다른 차별성은 바로 새마을문고와 윈-윈(Win-Win)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지요. 요즘 많은 지역에서 도서관 운동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새마을문고가 어려워지지요. 그래서 새마을문고와 시?군?구청이 갈등 관계가 되어버리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는 취임 초 새마을문고 회장단과 간담회를 했어요. 협의를 통해 새마을문고를 작은도서관으로 바꾸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지요. 새마을문고가 작은도서관으로 바뀌게 되면 문고의 간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파랑새문고를 파랑새 작은도서관으로 바꾸면, 새마을문고라는 간판은 붙이지 않는 거죠. 대신 새마을문고의 조직은 구에서 관여하지 않습니다. 또 새마을문고는 오후 몇 시간 동안만 운영했는데요, 작은도서관으로 바뀌고 나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게 했습니다. 작은도서관으로 업그레이드한 새마을문고는 관악구통합도서관시스템에 등록되어, 상호대차 서비스 등이 가능하게 됐어요. 동 청사를 새로 지을 때는 작은도서관 자리도 꼭 만듭니다. 그리고 새마을문고에 운영권을 줘요. 이렇게 해서 전체 21개 동 가운데 11개 동의 새마을문고가 작은도서관으로 바뀌었어요.
구민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가까운 동 청사에 가기만 해도 관악구에 있는 439만 권의 책을 모두 빌릴 수 있으니까요. 2010년 3570권에 불과하던 상호대차 서비스가 올해 8만2073권으로 무려 23배가 증가했어요. 관내 4개 전철역에 무인 유비쿼터스 도서관도 설치했는데요, 이곳에서 도서를 신청하면 해당 전철역에 가져다줍니다.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에 편히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거죠. 이 또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취임 초 7만3000명이던 도서관 회원이 12만3000명(전체 구민의 24%)으로 증가했지요.
[##_Gallery|1260389132.jpg|관악산 숲속도서관|1255963136.jpg|관악산 시도서관|1046927709.jpg|낙성대공원 도서관|width=”400″ height=”300″_##]
윤 : 도서관 시설 확충과 더불어 책 읽는 분위기 확산을 위해 리빙라이브러리, 책 잔치, 어르신 자서전 제작 등 독서 문화 진흥 사업도 펼치고 계시지요?
유 : 리빙라이브러리는 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겁니다.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로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는 제가 국회도서관 관장으로 있으면서 처음 시도해봤는데요. 반응이 좋더라고요. 구청장이 되어서도 시도했는데, 상설화되어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요즘 보니까 노원구에서 상설화해 잘하고 있더라고요.
어르신 자서전 사업은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는 개인의 인생도 역사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죽으면 그 역사가 사라지는 겁니다. 또한 실제 살펴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 현대사의 굵직한 것이 다 들어 있거든요. 이를 남기자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상업용 출판사는 배제시켰어요. 그리고 자서전 기술과 제작을 관내에 있는 사회적기업에 맡겼습니다. 인원 모집은 구에서 관여하고요. 젊어서 빨치산 운동을 했던 할머니 한 분이 복지시설에 사시거든요. 이 분의 이야기를 담아서 자서전을 발간했는데, 출판기념회 때 고맙다면서 많이 우시더라고요. 재미있는 게 다른 해에는 빨치산 토벌대에 참여하셨던 분의 이야기도 자서전으로 나왔어요. 각자의 자서전이 서로를 이해하고 통합, 화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통 100권 규모로 제작하는데요. 팔순이나 칠순 잔치에서 자서전을 기념품으로 나눠주니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대우도 다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수건 같은 선물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거죠. 그러다보니 책을 더 찍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2011년 6권, 2012년 9권, 2013년 10권 등 올 연말까지 총 25권이 만들어집니다. 구에서는 발간비용의 50%(1인 당 200만원) 정도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홍보가 잘 안 돼서 10명 모집에 6명 정도가 지원했는데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신청하고 계세요. 만 65세 이상 관악구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발간된 자서전은 관내 구립도서관에 비치해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있고요.
[##_1C|1306912703.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르신 자서전 출판기념회_##]
윤 : 관악구만의 고유 축제라 할 수 있는 책 잔치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요? 축제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민간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던데요.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서 구민의 호응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 : 10월에 책 잔치와 평생학습축제를 같이 묶어서 해요. 말씀하신 민간위원회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다 줍니다. 공무원들은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요. 봄에 하는 철쭉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악에는 독서문화진흥위원회가 1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분들이 매달 회의를 해요. 그러다 나온 아이디어가 책 잔치고, 규모가 구 차원으로 확대된 거죠. 현재 민간위원회 위원으로 책 잔치에는 30명, 평생학습에는 1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축제에 그대로 나타나서 놀랐어요. 앞으로도 저희는 앞장서지 않고 민간이 잘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고 뒷받침하는 데 주력하려 합니다. 필요한 것은 지원하되, 기획과 준비, 참여, 평가 등은 온전히 주민들이 할 수 있게 하는 거지요.
책 잔치에서는 저자와의 만남, 책 읽고 나누기 발표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기관별로 도서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그런데 책 잔치에 빈손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 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중 많은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인 셈이지요.
[##_Gallery|1025528872.jpg|관악구 책잔치|1360210689.jpg|관악구 평생학습축제|width=”400″ height=”300″_##]
학교 가지 않는 175일, 관악구가 책임집니다
윤 : 지식복지도시 구현의 일환으로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셨지요? 사실 교육 관련 정책은 많은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데요. 관악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22위라는 낮은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많이 얻었더라고요. 덕분에 작년에 서울시 교육지원사업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된 것 같고요. 특히 ‘175 교육지원센터’가 눈에 띄던데요.
유 : 2010년 11월 관악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에듀밸리 교육특구로 지정됐어요. 이 일환으로 진행한 사업이 ‘관악구 175 교육지원센터’입니다. 175라는 숫자는 학생들이 연간 학교에 가지 않는 날들을 합산한 숫자예요. 수업일수의 공백은 각 가정의 사교육비와 돌봄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지요. 175 교육지원센터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요.
교육사업과 안의 한 팀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에 위탁해서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전적인 위탁은 아닙니다. 프로그램 구성은 구와 운동본부가 함께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지요. 175 교육지원센터에서는 자기주도학습, 토요체험교실, 창의인문학, 톡톡멘토링 등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8개 분야 2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구에 초?중?고등학생이 4만5000명 정도 있는데요. 이 중 3만100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70% 가까이 되는 수치예요. 신청률과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요. 프로그램을 늘려 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은 외부에서 강사들이 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앞으로는 지역 안에 있는 좋은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해요.
[##_1C|1000481302.jpg|width=”400″ height=”2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75 교육지원센터 활동 현장에 방문한 유종필 구청장_##]
윤 : 앞서 서울대가 관악의 강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서울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학?관 협력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사회적 배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SAM 멘토링‘(SNU Active Mentoring)을 서울대와 함께 하고 있던데요.
유 : 서울대와 함께 85개 학?관 협력사업을 하고 있어요. 단과대학 차원, 교수 재능기부, 학생 재능기부 등 3가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취임할 당시 29개 사업이 있었는데 계속 늘렸지요. 인근 숭실대, 중앙대, 그리고 경희대 등과 함께 총 112개 협력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편이지요. 큰 줄기로는 시민대학, 시민대학원, 중학생 대상 관악영재교육원, 미술대와 함께하는 관악창의영재교육원, 물리학캠프, 공학캠프 등이 있습니다.
SAM 멘토링은 서울대와 함께 하는 85개 협력사업 중 하나입니다. 사범대학과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400여명의 서울대 학생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1명이 각각 초?중?고등학생 4명의 멘토가 돼요. 서울대 멘토들은 진로와 진학상담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 있습니다.이 사업은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멘토링을 통해 형성된 감성과 정서는 향후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바꾸고 꿈을 키우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윤 : 멘토 참여는 자원봉사 성격을 띠고 있는 건지요?
유 :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봉사학점을 부여하고 있어요. 또한 교통비 정도의 실비는 지급합니다. 개인별로 주지는 않고요. 동아리 등에 연 100만 원 정도씩 지원하고 있어요. 또 저희는 행정조직 안에 대학협력팀이 있습니다. 담당 팀장은 협력 대학에서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대 등에 굉장히 자주 방문하고 있어요. 이들이 학?관 협력사업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일곱 빛깔 인문학 배달 강좌
윤 : 서울대라는 지역의 자원을 아주 잘 활용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역 청소년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지역주민의 인문학적 소양과 자질 겸비를 위해 인문학 강좌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던데요.
유 : G7 관악구 인문학 대중화 사업입니다. 언어학, 문학, 역사학, 철학, 종교학, 고고학, 예술학의 7가지 맞춤식 인문학 강좌를 배달하고 있어요. 관악(Gwanak)의 알파벳 G와 숫자 7을 합쳐 이름을 만들었는데요. ‘관악구의 일곱 빛깔 인문학 대중화 사업이 지역 전체를 물들인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관내 지역주민과 장애인, 새터민, 비문해자 등을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주민들이 모여서 요청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찾아가 강의하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30명에서 50명 정도가 듣고 있어요. 이외에도 평생학습관에서 주별로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지요.
이와는 별도로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플라톤아카데미’와 협력하여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요. 매회 20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7월에서 9월까지 진행한 ‘내 삶을 바꾸는 인문학을 만나다’에는 매회 500여명, 11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서양 인문학, 삶으로 스며들다’는 매회 6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석하고 있고요.
윤 : 우리나라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최근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그동안 관악구는 교통체증이 큰 문제로 지적됐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요?
유 : 서울시와 관악구에서 추진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남부순환로와 강남순환로를 연결하는 신봉터널, 여의도에서 서울대까지 이어지는 경전철 신림선, 서부선 연장, 난곡선, 신안산선 등 대중교통망이 구축되면 남부순환로의 상습 정체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구의 교통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은 물론이고요.
[##_1C|1367300701.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강남순환도로 공사현장_##]
‘우문현답’이 답이다
윤 :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현장중심 행정을 적극 펼쳐오셨습니다. 관악구만의 소통 행정에 대해 소개해주시지요.
유 : ‘목요일마다 동장이 되는 구청장’을 운영하면서 구청장이 직접 주민을 찾아가는 현장행정을 펼쳐 왔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주민들로부터 지역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지요. 덕분에 2600여 건의 건의사항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관악에는 통장 600여명, 반장 5500여명이 있는데요. 작년에 서울시 최초로 ‘반장 역량강화 교육’(2012년과 2013년 21개 동 매년 1회씩)과 간담회를 시작했어요. 여기에 3780여명의 반장이 참여했습니다. 구청장과 반장이 만나는 것은 사실 드문 일입니다. 이 분들을 만나서 들어보니 통장들을 만나서 듣던 것보다 좀 더 구체적인 건의사항이 나오더라고요. 반장들이 지역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도 됐고요. 이외에도 관내 109개 경로당(비인가 포함)을 비롯해 학교장, 학부모,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 등 332개 시설과 현장을 방문했어요.
윤 : 현장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그리고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주민들과 소통하시던데요. 특히 ‘관악 파스타’(Pod star) 팟캐스트 방송이 주목할 만한 것 같습니다.
유 : 올해 9월부터 시작했어요. 처음 가져온 기획안을 살펴보니 구정 관련 내용으로 가득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걸 누가 듣겠느냐’라고 말했죠. 지금은 다른 방송들처럼 주제를 선정해서 2주에 한 번 녹음하고 있어요. 매주 제가 출연합니다. 마침 오늘도 녹음했는데요. 아버지와 관련된 주제였어요. 우리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지요. 팟캐스트에는 주민기자단 분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요. 필요하면 주민들의 인터뷰도 진행됩니다. 진행하시는 분도 우리 주민이세요.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관악 파스타는 정부 및 공공조직 카테고리 중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어요. 매주 수요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현재 9회까지 방송이 녹음됐어요.
윤 : 2011년 관악구 주민자치기본조례가 제정됐지요? 이를 통해 자치기본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주민이 구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셨습니다. 이외에도 교육정책과 주택정비계획 수립 등에도 주민 의견을 잘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관악에서 주민의 구정 참여 일환으로 진행 중인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유 : 우리 관악구는 민?관협치(거버넌스) 부분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관 혼자서 일하는 시기는 지났어요. 관의 안정성과 조직력, 민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합니다. 그래서 취임 후 민관 동수의 ‘구정운영기획단’을 만들었는데요. 이를 통해 민선 5기 구정운영과 철학이 반영된 ‘구정운영 4개년 기본계획’을 만들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사람중심 관악특별위원회’도 설치했고요. 이 부분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안정감 있게 구정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이지요. 덕분에 앞서 말씀드린 책 잔치, 철쭉제, 평생학습축제 등도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고요.
누구에게나 산에 오를 권리가 있지요
윤 : 관악산에 무장애등산로도 만드셨지요?
유 : 건강한 사람만 산에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보행약자들도 산에 올라가 맘껏 ‘만세’를 부를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심신을 단련시키고요. 취임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공원녹지과 직원들과 함께 답사 다니며 장소를 물색했는데요. 우리가 선택한 곳이 다행히 서울대 소유 부지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관악산의 무장애등산로는 길이 1.3km로 수도권에서는 제일 깁니다. 최근에 몇몇 지자체에서 비슷한 것을 만들긴 했는데, 둘레길 일부에 갑판만 설치했더라고요. 저희는 무장애등산로를 통해 모자봉이라는 봉우리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동휠체어가 2대가 양쪽으로 교행할 수 있도록 폭도 2m로 조성했어요. 경사도는 8도 이하입니다.
[##_1C|1329406457.jpg|width=”400″ height=”2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악구 무장애등산로_##]
윤 : 과거 사법시험 준비생으로 가득했던 대학동 고시촌이 최근 로스쿨 도입 등으로 침체되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유 : 고시촌이 개인재산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지식문화마을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용역도 하고 토론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도 거쳤어요. 그래서 올해 9월 초부터 ‘스토리텔링 작가 클럽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작가 5명이 입주해 있어요. 이곳은 융합?통섭형 스토리텔링 작가마을로, 소설 영화 방송 연극 애니메이션 등 이야기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작가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함께 할 수 있는 작업도 모색하고 있고요.
양치기 리더십이 필요한 때
윤 :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국정홍보처, KTV, 국회도서관 등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해 오셨습니다. 구청장님이 보기에 공무원 조직의 가장 안타까운 문화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또한 공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유 : 무엇보다 경직됐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지요. 이런 문화를 타파해 보려고 보라색으로 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양복 대신 점퍼를 입고, 책 잔치를 알리기 위해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등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저는 리더가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을 포함한 그 어떤 조직도 모두 마찬가지지요. 그래야 조직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획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조직원들을 적절히 고무 찬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보통의 리더는 앞에서 이끌거나 뒤에서 채찍질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조직의 중간에서 함께 가려 합니다. 양치기들이 무리 중간에서 양떼를 이끄는 것처럼요. 이렇게 되면 속도는 약간 더딜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을 잘못 잡은 상태에서 속도를 내면 바꾸기가 쉬운 게 아니거든요.
윤 : 민선 5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실 계획이신지요?
유 : 다른 단체장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존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역점을 두려 해요. 그리고 관악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장애인복지관 건립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그동안 지역에 공공장애인복지관이 없어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었거든요. 지난 선거 때 장애인복지관 건립을 공약하니까 많은 분들, 특히 장애인 분들이 믿으려 하지 않았는데요, 구 예산에서 매년 15억~20억원씩 적립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했더니 서울시가 상당한 예산을 지원하고, 또 로또복권기금에서도 상당한 액수를 지원받아서 100억원 가까이 모았습니다. 복지관 건립에 총 130억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다행히 제 임기 중에 첫 삽은 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