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남의 도시 되살림 이야기
그러나 저자가 전하고자 한 두바이식 경제 성장의 폐해에 대한 경고는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판단해 본 글을 게재합니다.
두바이, 미래가 시작되는 곳?
두바이는 제주도의 약 2.5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중동의 작은 포구에 지나지 않았으나, 70년대부터 막이 오른 유전 개발로 사막에서 ‘기적의 오아시스’를 일궈낸 도시로 오늘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전국토의 90%가 사막인 이 도시에 현재 전세계 타워크레인의 20%가 밀집되어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구촌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초고속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_1C|1398017836.jpg|width=”500″ height=”33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두바이 인공섬 `팜 주메이라’ 항공사진 (사진:연합뉴스) _##]두바이의 도심 개발을 맡고 있는 3개의 대형 개발회사 가운데 하나이자, 통치자 셰이크 무하마드가 직접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나킬’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두바이의 사막과 바다 양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사의 대(大)현장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위성사진을 보면 두바이의 상징으로 바다 앞쪽에 세워지고 있는 해상도시 ‘팜 주메이라(The Palm Jumeirah)’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인공섬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해상도시군이 자리잡고 있다. 내륙에는 주메이라 빌리지(Jumeirah Village)를 비롯해 이븐 바투타 몰(Ibn Battuta Mall), 로스트 시티(The Lost City), 인터내셔널 시티(International City) 등 하나하나가 모두 경이로운 사업지구로 채워져 있다.
셰이크 무하마드가 야자수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팜 주메이라’는 지름 5.5킬로미터, 면적 25평방킬로미터에 줄기 부분과 17개 야자수 잎,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방파제로 이루어져 있다. 2005년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지 3주 만에 분양이 모두 끝나 커다란 화제가 되었던 이곳은 특히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베컴과 톱 가수인 마돈나가 고급주택을 구입해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두바이 해안과 약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해상에 건설되는 ‘팜 주메이라’는 왕복 6차선의 해상 고가도로가 양쪽 부지를 연결해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 인공도시는 두바이 앞바다에 있는 수심 10여 미터 속의 해사토를 쌓아올려 지반을 만드는 아주 특이한 공법으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에는 35개의 특급호텔과 빌라, 아파트, 쇼핑장, 요트장 등이 건설되는 대역사가 이루어져 공사가 끝나고 나면 약 3만여명이 거주하는 해상도시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_1C|1029891393.jpg|width=”500″ height=”33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공사가 한창인 두바이 인공섬 `팜 주메이라’의 진입부 지역 (사진:연합뉴스) _##]‘팜 주메이라’를 중심으로 오른 쪽에는 330개의 세계 각국의 지도를 본 떠 모형으로 삼은 해상도시 ‘더 월드(The World)’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는 또 다른 해상도시 ‘더 팜 데이라(The Palm Deira)’가 조성 중이다. 왼쪽에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두바이 워터프론트(Dubai Waterfront)’ 개발사업이 진행중이고, 또 다른 해상도시인 ‘더 팜 제벨알리(The Palm Jebel Ali)’가 세워질 계획이다.
흔히 많은 언론인들이 열사의 사막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역 발상의 백미(白眉)로 지적하고 있는 실내스키장에는 400미터의 슬로프에 매일 30톤의 인공눈이 뿌려지고 있다.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실외온도를 가진 사막의 땅에 영하 5도를 유지하는 완벽한 냉방 시설을 갖추고 운영되는 두바이 스키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2005년 건설계획이 발표된 세계 최초의 해저호텔 ‘하이드로폴리스(Hydropolis)’ 또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두바이 주메이라 해변에서 200미터 떨어진 20미터 깊이의 바닷속에 건설될 이 해저호텔은 해변의 선착장 시설, 선착장과 해저호텔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객실과 레스토랑을 갖춘 호텔 본관 등 3개 부분으로 나뉘어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약 80만평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의 하이드로폴리스를 찾은 관광객들은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특수 유리를 통해 바닷속 풍경을 만끽할 수 있고, 인공적으로 조절되는 기상조절 시스템을 통해 지상에서와 같이 낮과 밤을 느끼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_1C|1288925270.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두바이의 실내 스키장 (사진:연합뉴스)_##]이외에도 오일달러를 등에 업은 두바이는 주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도시ㆍ건축ㆍ경제ㆍ금융 등의 전문가 2천여 명을 싱크탱크로 영입, 토건국가의 CEO 셰이크 무하마드의 주도하에 무수히 많은 ‘꿈과 환상의 도시’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 가운데 특히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버즈 알 아랍 호텔(Burj Al Arab Hotel)’과 ‘버즈 두바이(Burj Dubai, 두바이의 탑이라는 뜻임)’가 있다. 해변의 인공섬 위에 건설된 앞의 호텔은 7성급 호텔답게 돛대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에다 벽과 기둥 장식에 금을 사용했고, 높이도 321미터로 호텔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 호텔은 개관하는 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티샷을 날린 곳으로, 지금까지 두바이의 대표적인 상징 건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_1C|1271674547.jpg|width=”300″ height=”22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버즈 알 아랍 호텔전경 ⓒ 박용남 _##]
그리고 2008년 완공을 목표로 하루 최대 3,500명의 인부가 동원돼 한국의 삼성건설이 주축이 되어 공사중인 ‘버즈 두바이’는 여의도 63빌딩(249미터)의 3배에 달하는 700미터 높이로 지어지는 복합건물이다.
“세계 지붕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이 대형 첨단건물의 1~39층까지는 호텔, 40~108층에는 고급 아파트, 109~160층에는 사무실과 전망대(높이 600미터), 그리고 그 위에는 약 100미터의 첨탑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버즈 두바이’는 건물 하나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만드는 셈인데, 권력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세계 최고라는 ‘버즈 두바이’를 제외하고도 100층 이상이 넘는 초고층 건물만도 2015년까지 5개가 추가로 건설될 계획으로 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110층의 시어스 타워(443미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88층짜리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83미터), 그리고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101층, 508 미터) 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아주 높은 바벨탑을 계속 만들고 있는 것이다.
[##_1C|1173430807.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화려한 두바이의 야경 (사진:연합뉴스)_##]이렇게 두바이의 사막과 바다 위에서 신기루 건설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일머니를 주체하기 힘든 중동의 부국들 사이에서 ‘두바이식 개발’이 유행성 바이러스처럼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마저도 3천억 달러(약 280조원)를 투자해 사막에 맨해튼 3배 크기(161평방킬로미터)의 메트로폴리스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우디 북서부 타북 지역의 통치자인 파드 빈 술탄 왕자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사우디 건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세계에서 모인 약 7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복합문화도시를 만든다는 구상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는 타북을 제외하고 5개의 ‘메가 시티’를 2020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인접한 아부다비, 카타르와 바레인 등도 어촌과 사막을 금융ㆍ관광 허브로 개발한 두바이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아,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신기루 건설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바이의 아이러니
두바이는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셰이크 무하마드가 2011년 두바이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물류, 관광, 레져, 쇼핑, 부동산과 IT산업 등의 분야에서 ‘역발상적 투자’를 통하여 주변 산유국 부호들의 엄청난 오일머니와 유럽 자본가들의 자본을 끌어들인 나라로 유명한 곳이다.
이 블랙홀이 얼마나 빠르게 큰 속도로 커지고 있는지는 금년 초에 ‘두바이 전략계획 2015(DSP 2015: Dubai Strategic Plan 2015)’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그들의 경제성장 성적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0년의 국내총생산(GDP) 목표로 삼았던 30조를 지난 2005년에 이미 37조 4천억원으로 초과 달성했으며, 8년 후인 2015년의 목표를 108조로 상향 조정해 발표했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도 원 목표인 2만 3천 달러를 초과 달성해 3만 1,140달러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4만4천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목표치를 수정해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두바이는 2000~2005년까지 6개년 평균 GDP 성장률이 13%로, 최근 들어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9%)과 인도(6%) 마저도 훨씬 능가하는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로 두바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석유부문의 비중이 2005년에 이미 95.1%에 도달해 1차 목표연도인 2010년의 96%에 근접하는 아주 놀랄만한 성과를 보였다. 이 수치를 보면 두바이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0%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 뉴컬리지의 리처드 하인버그(Richard Heinberg)는 석유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를 진단한 그의 저서《파티는 끝났다(The party is over)》에서 ‘에너지와 인간 연구소’의 리처드 던컨이 제시한 국가별 석유생산정점(피크 오일)을 인용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석유생산정점은 2007년이고, 중동 전체가 2008년으로 나타난다. 이 지표를 보면 석유고갈에 대비한 두바이의 노력이 얼마나 시급한 일이었는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_1C|1250170488.jpg|width=”375″ height=”5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지역 다훅주에 위치한 유전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_##]
하지만 전 세계 토건국가의 상징인 두바이는 국내총생산에서의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두바이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계속 엄청난 양의 석유를 가져와야만 도시가 지탱되는 지속 불가능한 사회를 창조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기후와 자연적 조건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석유에 탐닉할 수 밖에 없도록 건설되는 모든 구조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스키장과 해저호텔, ‘버즈 두바이’ 등 모든 건물들이 화석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섬과 섬 사이에 교량을 건설하지 않을 계획인 ‘더 월드’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보트와 헬기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도록 되어 있어 고갈위기에 있는 석유가 없으면 이 시스템은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아주 불가능해 보인다.
자타가 공인하는 ‘두바이 그룹의 CEO’인 셰이크 무하마드는 금년 초에 열린 ‘두바이 전략계획 2015’ 발표회장에서 “두바이, 미래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든 나라가 그의 모토처럼 두바이를 ‘미래’로 보고 신중한 검토 없이 계속 쫓아간다면 연약한 지구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두바이와 같은 개발방식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 신기루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생태 발자국’의 크기를 알아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생태 발자국’으로 본 두바이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빌 리즈가 개발한 개념인 ‘생태 발자국’을 계산해 보면 우리가 두바이처럼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생태 발자국’이란 정해진 일년 안에 한 개인이나 국가가 소비하는 생태적 생산량을 잰 것이다. 한 국가(또는 도시)의 ‘생태 발자국’은 그 나라(또는 도시)가 사용하는 물질을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생산활동 그리고 일반적으로 쓰레기 흡수 활동 과정에 필요한 생태적으로 생산 가능한 지역, 곧 땅과 바다의 면적을 말한다.
지속성이 생기려면 인류는 지구의 생산량을 사용하되, 그 생산능력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느리게 사용해야 하고 그것을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그 속도보다 빠르게 이용하면 환경은 손상을 입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생명을 키워내는 지구의 수용력은 파괴되고 만다. 이것은 ‘생태 발자국’이 크면 클수록 지구가 수용 가능하지 않고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바이의 ‘생태 발자국’의 크기가 아주 궁금해진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지구의 지속성에 관한 포괄적인 전망을 담아 2006년에 발표한 《살아 있는 지구 리포트Living Planet Report 2006》에 따르면, 아랍 에미리트(UAE)는 ‘생태 발자국’이 11.9로 고소득 국가 평균(6.4)의 2배에 가깝고, 우리나라(4.1)와 비교해도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이 작은 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생태 발자국’은, 비교적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알려진 섬나라 쿠바(1.5)와 단순 비교해도 거의 8배에 이를 만큼 가공할만한 크기이다.
[##_1C|1367060453.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2월 1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사진:연합뉴스)_##]이외에도 영국의 유명한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 the new economics foundation)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만족도와 기대 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과 에너지 소비량 등의 환경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한 ‘지구행복지수(HPI: The Happy Planet Index)’를 보더라도 우리가 모델로 삼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지구행복지수는 28.2로 순위가 조사대상국가 가운데 하위권인 154위, 한국의 102위(41.1)보다도 월등히 낮다. 앞서 언급한 세계야생생물기금의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 제시된 ‘생태 발자국’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된 아랍에미리트의 ‘생태 발자국’은 9.9로 지구행복지수가 상위권에 있는 바누아투(생태 발자국 1.1, 이하 동일), 콜롬비아(1.3), 쿠바(1.4), 부탄(1.3) 등과는 비교가 되지도 않고, 도시국가인 홍콩(4.6)과 싱가폴(6.2)보다도 월등히 크다. 또한 스위스(5.3), 독일(4.8), 영국(5.4), 프랑스(5.8) 등 유럽의 선진국과 가까운 대만(3.9)과 일본(4.3) 등 아시아에 있는 나라보다도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신경제재단’이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수준이라고 보는 ‘생태 발자국’ 1.5에 비해서도 자그마치 6배가 넘는 규모로서 우리가 모델로 삼기에는 아주 불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을 구성하는 7개 토후국 가운데서도 가장 개발사업이 왕성한 도시국가의 하나이다. 이들처럼 천지개벽 수준의 개발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서구 선진국을 능가하는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을 지속시킨다고 가정할 경우,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20개 정도의 지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지구는 두바이 앞바다에 현재 셰이크 무하마드가 세계의 모양을 본떠 조성하고 있는 인공 섬 “더 월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살아 숨쉬는 지구라는 사실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전 세계의 많은 정치가와 자본가들은 냉철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국민들이 니코틴 중독자들처럼 ‘토건의존증’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무지와 무감각의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월등히 더 클지도 모른다.
무엇이 다음세대를 위한 길인가
공중파 방송의 하나인 SBS가 2006년 4월에 ‘기적의 사막으로 오라-천지개벽 두바이’를 방영하면서 우리사회에 두바이 열풍을 거세게 몰고 온 이래 주요 일간지들 또한 두바이 특집기사를 연이어 싣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MBC가 신년특집의 일환으로 2부작 다큐멘터리 ‘성공의 조건, 창조도시를 가다’ 중 첫편으로 ‘두바이 리더십’을 방영하면서 그 열기를 계속 이어갔다. 이렇게 주류 언론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사회에는 두바이의 성공신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찬사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그 덕분에 국내의 정계와 관계, 그리고 재계 고위급 인사들의 두바이 방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작년 5월에 두바이를 방문한 후 한명숙 전 총리와 허남식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그리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편집자 주: 이 글은 2007년에 작성되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 등 이름만 들어도 중량감이 느껴지는 인사들이 수없이 앞다투 듯 두바이를 방문하였다.
[##_1C|1151754500.jpg|width=”500″ height=”33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김문수 경기지사가 팜 주메이라 건설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_##]게다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CJ 이재현, SK 최태원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경영전략’의 일환으로서 이곳을 방문하면서, 두바이가 마치 우리사회의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처럼 자리잡고 있다. 작금에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 뿐 아니라 두바이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두바이가 창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개발사업을 벌이는 데 반드시 참고로 해야 할 하나의 바이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6년 11월 두바이와 자매결연을 맺은 부산을 필두로 하여 인천, 새만금, 평택, 당진, 광양, 진해, 고흥, 제주 등 해안을 끼고 있는 무수히 많은 도시들과 충남과 경기도, 강원도 등의 내륙도시에 이르기까지 두바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례는 하나하나 열거하기조차 버거울 정도이다.
여기서 두바이를 우리나라의 파워 엘리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몇 가지 간단히 언급해보자. 아주 최근에 수도권에 투자를 희망하는 ‘인터글로브사’와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하기 위해 두바이를 찾은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인공섬 조성현장 등 각종 개발 프로젝트의 현장을 둘러본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막의 나라, 역사도 변변하지 않은 나라가 현대의 역사를 직접 쓰는 모습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두바이가 세계를 놀라게 하는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불모의 사막을 젖과 꿀이 흐르는 유토피아로 만들고 있다. 정부 고위관료, NGO 회원, 언론인 등은 창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바이를 견학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경기도가 신개념의 신사유람단을 두바이에 파견할 용의가 있다.”
이렇게 두바이를 ‘젖과 꿀이 흐르는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양식 있는 지식인 가운데 하나라는 도올 김용옥 기자까지 나서 “새만금에 대한 도발적 해법을 내놓는다”고 말하면서 “맨해튼보다 큰 새만금방조제, 도요새가 나는 그곳에 두바이를 능가하는 한류ㆍ카지노 문화복합도시를 건설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도올은 자신이 쓴 기사에서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의 말을 빌려 “세상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세대를 위해 카지노 사업을 하자”고 주장한다. 새만금에서 갯벌을 살림과 동시에 라스베이거스를 건설하는 한 방안으로 두바이식 개발모델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는 미래가 아니다
앞에서 필자는 두바이의 개발방식을 따라갈 경우 지구가 대략 12~20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생태 발자국’이 가장 큰 두바이를 능가하는 개발을 하게 되면, 도올의 주장과는 달리 다음세대는 어쩌면 그 엄청난 짐을 그대로 떠안고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요즘 들어 선거철이 아주 가까이 임박해왔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형 개발사업들이 도처에서 은밀히 또는 공개적으로 기획되거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입증해준다. 두바이는 바로 그 중심에 놓여 있다. 여기서 필자의 고향인 대전에서 두 해 전에 직접 경험한 해프닝을 간단히 소개해 보기로 한다.
2005년 11월 단체장 출마를 위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지역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선거공약의 하나로 ‘대천루 프로젝트’를 실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그 해가 해방 6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광복절을 기념해 815미터 높이에 약 200층의 건물을 건설하겠다는 아주 원대하고 야심에 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의원은 ‘버즈 두바이’를 능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붕을 대전에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야망을 공약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 내용을 발표하지는 못했다.
즉, 대천루를 짓기 위해서는 얼마만한 면적에, 어디에 건설할 계획인지, 또 그 정도의 건물에 상주할 인구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입주해 활동하기 위해서 어떤 고용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경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은, 여건이 확연히 다른 우리나라에서 두바이식 모델이 얼마나 허구에 찬 신기루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셰이크 무하마드 총리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CEO 리더십과 아랍전통 부족장의 리더십을 겸비한 아주 탁월한 인물이다.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년 5월 호에 발표한 ‘세계를 변화시킨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에 포함되어 이미 중동의 한 변방에 있는 부족장이 아닌 세계적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 있다.
[##_1C|1208288189.jpg|width=”500″ height=”35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07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셰이크 모하마드 (사진:연합뉴스)_##]이런 그의 리더십을 배우고 학습하는 것은 메시아와 같은 진정한 지도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셰이크 무하마드 리더십의 한계 또한 분명히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중동아연(中東阿硏)의 장세원 수석연구원이 얼마 전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게재한 장문의 기사를 보면 셰이크 무하마드는 상상력, 추진력, 판단력 등 최고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예외 없이 갖추고 있지만, 그의 리더십에는 몇 가지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셰이크 무하마드의 리더십은 ‘글로벌’하기보다 오히려 작은 집단과 공동체 또는 도시 국가(예, 싱가포르)와 같은 협소한 지역과 범위의 국가에 어울릴 뿐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두바이에서는 지도자가 군주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즉시 실행에 옮겨지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정치체제와 경제환경이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실천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금번에 <조인스닷컴>과 <판도라TV>가 공동으로 실시한 ‘선거 UCC 공모전’에서 1등으로 뽑힌 “제주도에 인공섬 300개를 분양합니다”와 같은 구상이 두바이의 ‘더 월드’처럼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 국민들에게 질문한다면 거의 부정적인 대답을 할 것이다.
[##_1C|1064317058.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수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_##]두바이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중세 아랍의 저명한 역사가 이븐 칼둔이 일찍이 “낙타 고기를 먹는 자, 낙타의 습성을 가진다”고 말했다지 않는가? 우리에게는 우리 실정에 적합한 창조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의 연약한 지구가 심하게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방식을 신속하게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시급히 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 이 글은 녹생평론 2007년 7-8월(통권 95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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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2009년 세계도시라이브러리는 주로 참다운 도시재생에 관한 사례를 모아 소개할 계획입니다. 도시의 속성상 끊임없이 제기되는 교통, 쓰레기, 주거 등의 문제를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으로 풀어가는 생생한 사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박용남의 도시 되살림 이야기는 앞으로 여섯번에 걸쳐 매주 1회 연재될 계획입니다. 이 글은 세계도시라이브러리 블로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세계 도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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