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상상이 세상을 바꾼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맺은 분들과 많은 시민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토크콘서트 <2045 대한민국 말하는대로>가 진행되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자리입니다. 70여 명의 20대 청년이 함께한 소셜픽션과 전국 각지에서 열린 23개의 상상테이블을 통해 많은 분들이 미래의 희망찬 대한민국을 꿈꿨는데요. 토크콘서트에서는 서로의 상상을 공유하면서 힘 주고 힘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상과의 반가운 만남

소셜픽션에 참가했던 20대 청년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민주주의?사회 주제를 선택했던 홍승희 님, 통일 주제를 선택했던 박상재 님, 일자리 주제를 선택했던 구민수 님이 소셜픽션에서 오갔던 이야기를 공유해주셨습니다. 모두 평소 한국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갖고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소셜픽션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상상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셨고요.

민주주의?사회를 주제로 선택한 홍승희 님은 선거 참여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회사 대표이사 선거, 각 생애주기를 대표하는 정치인 제도 도입 등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통일을 주제로 선택한 박상재 님은 통일이 되어야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30년 후 통일이 되었을 경우 나타날 변화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평양캠퍼스 설립, 구글 조선어 번역 사전 등장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는데요. 통일은 하나의 현상이나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며, 지금부터 남북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일자리를 주제로 선택한 구민수 님은 30년 후 모든 직장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상상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뜬구름이 세상을 바꾼다!

상상테이블에 참여했던 분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서울대 부모학생 모임인 맘인스누(Mom in SNU)에서 활동하고 계신 서정원 님은 아이를 키우는 학생 엄마의 고충을 토로하셨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처지에 있는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대우받고 캠퍼스 안에서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교내 문화를 꿈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어울림이 지역과 사회 전체로 확산되길 바란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지요. 멀리 부산에서 오신 김상수 님은 부산의 많은 청년들이 기회와 일자리 부족으로 상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상상테이블을 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30년 후 부산이 문화수도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가 된 것을 상상해보았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칫 실현되기 힘든 엉뚱한 상상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매월 22일, 쌍쌍이 모여 상상하는 파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3월 22일에 첫 행사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당시 부산의 청년들이 포기하는 3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더니 문화, 기회, 일자리로 나타났다고 해요. 30년 후 부산에서는 이 3가지를 절대 포기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내 상상 내 곁에

김상수 님의 이야기처럼 상상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변화의 씨앗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상상을 항상 곁에 두고 즐기려 해야겠지요.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상상을 늘 곁에 두고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신윤예 (주)러닝투런 공동대표


“저는 상상에 제약조건이 있을 때,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다양한 방안을 찾게 되고, 자연스레 새로운 상상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저희에게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동네의 더러운 벽들을 예쁜 그림으로 가려달라는 것이었죠. 저희는 주민분들께 질문을 던졌어요. ‘더러운 벽을 꼭 벽화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3개월 동안 동네 주민들을 만나면서 토론도 했죠. 결론은 벽화로 벽을 꾸미더라도, 그 벽은 앞으로도 계속 더러워질 것이라는 거였어요. 주민분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니 벽화가 아닌 새로운 방법도 나왔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새로운 상상을 낳는다는 걸 깨달았지요.”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녹색당 창립 배경 중 하나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예요. 현재 우리나라에 23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앞으로 16개가 더 건설될 예정이래요. 모두 완공되면 우리는 40개의 원전과 같은 땅에서 살아가야 해요. 조만간 신고리 3호기가 건설, 가동될 예정입니다.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밀양을 거쳐 도시로 오게 돼요. 밀양 주민들은 자신들이 쓰지도 않는 전기 때문에 송전탑의 피해를 감당해야 합니다. 먹을거리나 전기는 사용하는 지역에서 자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서울은 전력 자립도가 4%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미가 남다르죠. 스스로 줄이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과 운동을 해야해요. 서울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이런 노력을 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사람들이 상상을 자유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상상하라고 했을 때 스스로 상상의 폭이 좁다는 걸 깨닫게 돼요. 다양성에 대한 존중문화가 없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게 성장동력이기도 했지요. 모든 사람들의 머리에 똑같은 것 하나를 효율적으로 입력해 온 거예요. 덕분에 문맹율 퇴치도 빨리 됐지요. 하지만 앞으로 30년도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게 맞을까요? 머릿속에 똑같은 걸 남들보다 얼마나 정교하게, 어떻게 빨리 넣어줄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제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획일주의를 없애는 게 필요한 것이지요.”



상상의 몽우리를 터트려라

새로운 경험과 지식은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좀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죠? 이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랩으로 인문학하는 래퍼’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박하재홍 님과 우리의 상상과 꿈꾸는 미래를 랩으로 만들고 직접 불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박하재홍 님은 랩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리듬을 타는 법과 말을 끌고 당기는 방법 등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한 상태에서 무대의 흥겨운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었지요. 힙합을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나이 지긋하신 참석자분들도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랩이 친구가 된 것이지요.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상상도 노력이 있다면 언젠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겠지요?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님의 멘트로 토크콘서트가 마무리 됐습니다.

“우리 중 어떤 사람도 모든 걸 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어떤 것 하나는 할 수 있지요. 무엇을 약속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고 실천해주시길 바랍니다. 희망제작소가 그런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랩을 만들고 불렀던 시간처럼, 즐겁게 어우러져서 함께 희망하고 꿈꾸는 사회를 만들길 바랍니다.”

talk 02

길가에 활짝 핀 꽃은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합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꽃은 몽우리를 터뜨리며 겨우내 꼭꼭 숨겨왔던 에너지를 온 세상으로 발산하지요. 우리의 상상도 그러할지 모릅니다. 현실이라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지쳐 터뜨리고 있지 못했던 여러분의 상상 몽우리에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프로젝트가 따뜻한 봄바람이 되었길 바랍니다.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맘껏 상상해주세요!

글_ 최은영 연구조정실 연구원 /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