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만드는 사진가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아파트에서 행복한아파트공동체학교(이하 ‘행아공’)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아공은 아파트에서 보다 즐겁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일을 찾아내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행아공을 진행하며 만난 주민들을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
(1) 마을을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만드는 사진가 – 류인덕

류인덕 씨는 리버파크 2단지 주민으로 강일동에 자리를 잡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전부터 송파구와 강동구에서 살며 다양한 활동을 해서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이다. 주민참여예산위원, 자율방범대, 지역아동센터 사진교육 자원봉사 등 지역에서 다양한 공동체 및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자료 아카이빙 확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사회적경제 학습동아리 활동과 햇빛발전소 협동조합 준비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마을 주민이 생각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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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심 많은 주민이 모여 사는 강동구

강일동에 온 것은 1년 6개월 정도 되었는데 그 전부터 인연은 있었죠. 원래부터 강동구를 기반으로 활동을 했어요. 송파에서 살다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주고 싶어서 여러 군데 알아봤어요. 고르고 골라서 선택한 곳이 강동구의 선사초등학교였고 암사동으로 이사 와서 강동구 주민이 되었어요. 12년 정도 되었네요. 와서 보니 지역 주민 모두가 배려심이 많아서 인상 깊었어요. 공기도 좋고요.

저는 강일동 주민센터 2층에 있는 열린공간 카페를 좋아해서 자주 가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들르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해요. 또 근방에 벌말공원은 산책하기에 좋고, 가래여울도 추천합니다. 서울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마을이거든요. 조용하면서도 옛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시골 분위기라서 참 좋아요.

주민참여예산위원이 되면서 지역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생긴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강동구에서는 2012년도에 처음으로 열렸어요. 제가 그때부터 참여했으니까 3년 정도 되었네요.

강일동에서는 자율방범대,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 등을 했어요. 특히 저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주는 활동을 참 좋아해요. 저도 치유가 되고, 아이들에게도 꿈을 키워줄 수 있기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여름부터 시작해서 대략 3~4개월 정도 되었네요.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중1과 초6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사진수업은 아이들 스스로 무엇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인 관점도 기를 수 있어서 꿈을 이뤄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개인적으로 롤모델이 있는데 바로 청산도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진’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했던 목사님이 계세요. 청산도 사람들이 각박한 생활로 인해 마을을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도록 하자’라는 생각을 한 거예요. 한 달에 몇 번씩 방문해서 어부, 가정주부, 아이 할 것 없이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사진을 찍도록 했대요. 그 이후로 청산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지역을 다시 바라보고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던 거죠. 저도 이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 지역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마을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강동 사진아카이브

내가 사는 지역인 강동구에서 특별히 마음을 두는 곳을 사진으로 남기기를 했어요.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를 고르기도 했고, 또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찍은 아이도 있었어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 때 추억이 남아 있는 거죠. 또 예쁜 종이를 깔고, 배경을 꾸민 후 꽃을 찍기도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최근에는 자화상 찍기를 했어요. ‘셀카’찍기 같은 거죠. 10컷 이상의 사진을 찍어서 가장 나다운 사진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참여해서 강동구 어디든 마음이 편해지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는 행사를 하고 싶어요. 강동신문에다 행사에 대해서 홍보를 하고 전시회 같은 것을 해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 후에 사진들을 모아서 ‘강동맵지도’ 같은 것을 만드는 거죠. 어느 장소들이 사람들이 추억이 담긴 장소로 생각되는지 남겨보고 싶어요. 동네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나도 저런 생각을 했는데’ 라고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처음 동네를 찾는 사람들은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아쉬운 점은 지금은 사진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는 개인 카메라가 없어요.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고 있어요. 주변에 크게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특성상 보여줄 수 있는 뭔가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모든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카메라가 필요해요. 앞으로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죠.

현재 개인적으로 강동구에서 ‘강동아카이브’라는 것을 만들고 있어요.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진 자료로 남겨 하나의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에요. 지역 주민이 찍은 사진들이 모두 강동아카이브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어요.

행사사진 촬영 요청이 가끔 들어와요. 개인적인 일도 있기에 모두 할 수는 없는데 이런 행사 사진들도 모아서 강동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강동아카이브에 관심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몇 분 있어서 카메라가 조금 더 준비되고, 제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동호회를 이끌어나가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협동조합이 어떨까하는데 쉽지는 않을 거예요. 일단은 지역에 지속적으로 사진 교육을 하고 동호회원을 모으는 것이 지금 목표예요.

마을에 있는 협동조합 사진을 무상으로 찍어 줄 계획도 있어요. 단순한 사진 찍기를 넘어서 마을 주민들이 교류하는 것이지요.

강동구 사회적경제 지역특화사업단에서 동아리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작년에는 제가 1기로서, ‘사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5개월가량 활동을 했었어요. 지금은 6기인데, 주민참여예산 위원 50여 명 위주로 구성되었고 창업을 위한 모임 성격을 갖고 있어요. 여러 가지 사업 제안이 있는데, 강동아카이브도 그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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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는 동네를 꿈꾸며

강일동의 미래를 상상할 때, 가장 궁금한 건 주거 환경이 어떻게 변할 지예요. 10년 후엔 거의 제 나이가 예순인데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화할 것인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요. 당연히 좋은 방향이길 바라지요.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이런 공동체 모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수원 행궁동 마을에 있는 ‘대안공간 눈’이라는 카페처럼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드는 것도 꿈이에요. 강동아카이브도 그런 꿈의 연장선상인 거죠.

거리를 걷다가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카페는 꼭 문화,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강동구에도 예술 관련 종사자 분들이 많거든요.

강일동 아파트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해서 바라는 점은 각 단지의 대표들이 공동체 활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단지의 입주자대표들이 주민과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소모임을 만들어 나간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공동체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사회적경제 차원에서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사회협동조합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장우연(뿌리센터 선임연구원 wy_ch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