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셜디자이너 인터뷰(3)_공동체인식 팀 송주희(이하 쏭감독) 님
기후소셜디자이너 쏭감독은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비건지향*’ 라이프스타일을 실천 중이라고 한다. 쏭감독의 기후위기 실천에 실패는 있지만 멈춤은 없다. 오늘 텀블러를 못 쓰더라도, 내일은 쓰면 되는 것!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면 삶은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쏭감독에게는 어떠한 강요도, 어떠한 재단의 메시지도 없었다. 그의 에너지와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설득할 수 있길 바랄 뿐. 공동체 인식 변화를 목표로 비건, 동물권,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하는 쏭감독을 만났다.
*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는 ‘비건 지향 flexible vegan’이라고 본인을 표현한다. 그는 거의 비건이지만, 비거니즘을 종교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느끼는 존재에게 돌아가는 이익과 손해가 중요하며,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해 행동한다. 비건 식단에서 약간 벗어나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그의 목표는 소비로써 비윤리적 행위를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Q. 자기소개 부탁해요.
쏭감독입니다. 하자센터에서 닉네임으로 일하는 문화를 접하고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치라 생각해서 10년째 쭉 써오고 있어요. 희망제작소와도 인연이 있어요. 희망제작소가 주관한 ‘2010 수원 시민창안대회’에 아이디어를 제출해서 1등을 했었죠.
Q. 어떤 계기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환경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었어요. 기후위기라는 단어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소수일 거 같아요. 그런데 기후위기 안에 다양한 이슈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기후위기라는 말은 뜬구름 같기도 해요. ‘기후위기 심각하지’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찾기가 어렵죠. 그래서 기후위기의 다양한 이슈 중에서 내가 관심 있고 실천할 수 있는 분야를 고르게 되었어요. 저는 비건, 동물권, 제로웨이스트 이렇게 세 가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는 이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배달음식을 자주 먹게 되었어요. 그렇게 쌓인 일회용기를 보고 죄책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불편함이 제로웨이스트 실천으로 이어졌어요.
Q. 비건지향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비건으로 점차 삶을 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실천하게 되었어요. 비건지향을 실천을 하면서 ‘네 아니면 아니오’ 식의 사고방식은 부적절한 것 같아요. 비건을 지향한다는 그 ‘가치’가 중요한 점이죠. 비건지향이라는 의미는 비건의 가치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 비건에 실패할 때도 있다는 걸로 해석할수 있어요. 그럼 다시 시작하면 되는거죠.
Q. 말씀하신 ‘가치’에 대해서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서적을 읽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모든 게 대단한 실천이에요. 자기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이 실천하는 데 가치를 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각자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테니까요. 제가 비건이라 해서 육식을 하는 사람을 비난할 이유가 없어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 실천하는 기후위기 활동을 존중해야 해요.
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지인들과 비건지향 삶을 실천하게된 계기와 저의 가치관을 설명한적이 있어요. 옆에 있던 분이 본인은 비건지향이지만 주변사람들한테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저도 요즘 비건지향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체험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지향을 멈추지 않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관계의 불편함보다 나의 가치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 때문이죠.
한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욕망 자체가 오만일 수 있어요. 우리가 이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즐기고 공유하고 확산해 사람들을 자극하고 그 사람들이 바뀌면 물론 좋겠지만, 타인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바꾸라고 강요하는 건 곤란하죠.
Q. 인식의 전환이나 실천을 강요하기보다 개인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비건도 운동의 한 맥락이에요. 다양한 결이 있는데, 그것을 하나로 묶어버리고 하나의 가치로 치부할 수 없는 거죠. ‘넌 비건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남에게 나의 가치를 강요하고 재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른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Q. 일과를 마치고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활동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요. ‘오늘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의 삶을 지향해요. ‘사람은 안 변해’라고들 하지만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씩 스며들면서 5년 뒤에 기후위기 활동단체 하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요(웃음). 소셜디자이너를 통해 목적이 생긴 거죠. 기후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를 통해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기후위기실천이라는 수평적 가치관이 하나 더 늘어나면서 넓어졌죠.
Q.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을 통해 평소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나요.
소셜디자이너 활동 이전에는 기후위기 관련 이야기를 할 친구가 한 명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희망제작소를 통해 그룹활동을 하면서 동료가 생긴 거죠. 아직 서로 결을 맞추는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그룹 안에서도 다양한 가치가 있지만 가치가 향하는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좋아요. 앞으로 책모임을 한다거나 다른 활동을 제안하고 싶어요. 사람을 만나는 건 중요해요. 같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발생하는 거니까요.
Q. 소셜디자이너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신가요.
클럽하우스(오디오 채팅 앱)에서 저녁마다 독서모임 활동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앞으로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 주제로 클럽을 만들면 어떨까 해요. 4명 정도 모아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책모임을 꾸준히 갖는 거죠. 지금 소셜디자이너 그룹 팀원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Q. 정부, 기업,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알아서 하세요(웃음). ‘나는 나, 너는 너’입니다. 인식변화나 실천 행동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지만,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게끔 행동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저 비건식 실패했어요’ 라고 말해요. 가끔 회식자리에서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그렇더라도 내일 다시 도전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아 비건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구나. 나도 해볼 만하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비건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본인 삶에서 조금만 실천하는 게 좋아요. 오늘은 텀블러를 쓰지만, 내일은 못 쓸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그 다음 날은 다시 써보고! 그렇게 실천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구에 변화를 가져오는 생각이자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실천이 어렵더라도 실천에 대한 생각을 갖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시작이 언제든 간에 그런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갖기 싫으면 갖지 마세요(웃음).
‘공동체 인식’ 팀은 우리사회의 기후인식 전환을 목표로 기후위기 현황에 대한 각 분야별 자료를 수집하고 좋은 자료를 선별해 널리 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영상, 문서, 예술 및 행사 등 세개 분야로 나누어 세계환경의 날 포스터, 기후위기 관련 다큐멘터리, 비거니즘, 동물권, 식단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토론했으며, 앞으로 이러한 자료를 이용해 우리사회의 기후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팀 팀장,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인터뷰 정리: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