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민관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살피고 지원하는 지방정부 단체장은 우리시대 목민관입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문제가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 시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우리시대 목민관들을 만나 고민과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시대 목민관 – 구인모 경남 거창군수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3곳의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거창군은 경남 10개 군 가운데 지난 5년간 인구감소율이 가장 낮았습니다. 10개 군 평균 인구감소율이 7%인데 반해 거창군은 2.8% 수준이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거창군은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지난 9월 14일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구인모 거창군수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보았습니다.

▲ 구인모 경남 거창군수

경남 다른 군지역과 비교할 때, 민선 7기 거창군의 인구감소 대응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군수로 부임했을 때 인구가 6만 3천여 명 정도 되었는데, 4년 임기 내 6만 명이 붕괴하면 어쩌나 걱정이었죠. 재정자립도가 7.5%에 불과한 거창군은 지방교부금에 크게 의존하는데, 교부금 산정은 인구수에 비례하거든요. 그래서 교육도시 거창의 비전과 인구정책을 담당할 인구교육과를 만들었습니다. 타 지자체보다 앞서 대응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지요.

어떤 사업들을 추진하셨는지요?

“인구증가 실무추진단을 통해 임신과 출산, 보육과 교육, 문화‧평생학습, 귀농‧귀촌 등 다양한 분야의 신규사업들을 발굴했어요. 거창은 초등학교가 17개교, 중학교 8개교, 고등학교 8개교, 대학교 2개교, 특수학교 1개교까지 포함해서 총 36개교가 소재한 교육도시입니다. 지역 내 2개 대학교 재학생 중 68%가 타 지역 출신입니다. 그래서 전입하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 10만 원, 생활관 입사생 30만 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죠. 고등학생들도 타 지역에서 유학을 많이 오는데, 기숙사로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 대학생처럼 기숙사비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으로 유입된 청소년,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선제적으로 인구교육과를 만들었고, 2020년에는 청년담당팀도 신설했습니다. 청년기본조례를 만들었고, 거창형 청년기본계획을 세웠고, 청년 네트워크도 출범하도록 했어요. 1년에 한번 청년포럼도 개최하는데, 지역 청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들려주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안하면, 행정에서 함께 해법을 모색합니다. 결혼축하금, 청년디딤돌통장 등 자립기반 지원뿐만 아니라 관내에 취업하면 3년 이내 월 30만원의 월세도 군비로 지원합니다. 민선 8기에는 청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여 창업할 수 있는 ‘청춘창고’를 개소할 예정입니다. 청년임대주택을 건립하여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실정에 맞는 거창형 청년수당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도 중요한데, 민‧관‧산‧학이 협력해서 만든 거창승강기산업밸리 모델은 타 시군의 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승강기대학교를 중심으로 승강기산업을 중점 육성하면서 관련 기업 37개사를 유치했습니다. 특히 민선 7기에 승강기산업특구를 지정받았죠. 승강기안전기술원도 유치했는데, 여기에는 100여 명의 젊은 인력들이 상주합니다. 아울러 세계 승강기 허브도시 조성 및 스마트 승강기 실증 플랫폼 구축사업 등 총 571억 원의 대규모 국비사업을 끌어왔습니다.”

▲ 거창승강산업밸리 ⓒ거창군

거창이 세계적인 승강기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더 보완해 나가야 할까요?

“앵커기업이 될 수 있는 대기업유치가 남은 과제입니다. 이천에서 공장을 옮기려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만, 충주로 가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또 최근 GS건설이 엘리베이터 산업에 진출하려는 것을 알고 많은 공을 들였는데, 실무진에서는 공장설립까지 검토했으나 최종단계에서 무산되었습니다. 거창군은 승강기밸리 조성 초창기부터 승강기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대기업들까지 찾아가 승강기 산업진출을 권유할 정도로 대기업유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거창승강기산업밸리는 한국승강기대학과 함께 승강기 안전 승인 및 교육을 담당하는 승강기안전기술원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관련 생태계가 거창을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그런데 승강기 안전 관련 협회 등에서 별도로 안전교육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대응 중입니다. 승강기산업밸리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인구과소화 문제가 더 심각한 면 지역 상황은 어떠한가요?

“거창군은 6만여 명 중 4만여 명이 읍내에 모여있는 불균형 구조입니다. 각 면에서 농한기에 타깃을 맞춘 특색있는 일자리 사업을 발굴하려고 시도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다행히 교육도시 브랜드 덕분인지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역본부와 ‘거창군 작은학교 살리기’협약을 맺고 다자녀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인데, 올해 첫 입주를 시작한 신원면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 수가 23명에서 44명으로 늘었습니다. 귀농‧귀촌 인구도 덩달아 늘어나서 2019년말 1478명이던 인구가 올해 7월말 기준 1536명으로 48가구 58명이 증가했습니다. 인구감소 지역에서 인구가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로 봅니다.

신원면 사례에 자극을 받아서 북상면, 주상면 등 인근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추진위를 꾸리는 등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농촌 면단위 지역은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임대주택 수요뿐만 아니라 농번기 일손 지원하는 외국인들의 숙소,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주거 수요가 함께 있습니다. 제가 이것을 묶어서 추진하려고 국토부 출장도 다녀왔는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상황이 ‘원조’라는 일본보다 심각한 실정입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판을 다시 짜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거창군의 출생아 수는 129명인데 반해 사망자 수는 561명으로 4배 이상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인구 증가는 어렵고 감소 폭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 89개 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요. 지방정부가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평가해서 지원하는 상향식 방식이라고는 하나, 단기적인 성과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 사장되기 쉽습니다.

중장기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고, 사업계획서대로 집행이 되는지 잘 평가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방정부에 재정과 조직운영 자율권과 책임을 넘겨주어 새로운 대안을 스스로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조금과 지원금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서, 지방자치를 근본적으로 확대해야 지방소멸도 막을 수 있습니다.”

▲ 인터뷰 사진

* 인터뷰 및 정리=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자치분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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