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갠 맑은 하늘이 반가운 6월 중순의 어느 날 저녁, 희망제작소에는 1004클럽·HMC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4월과 5월에 이어 지난 6월에 열린 세 번째 1004클럽·HMC 모임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시민연구공간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날 모임은 자주 봐서 반가운 후원회원, 오랜만에 희망제작소에 얼굴을 비추는 후원회원, 그리고 희망제작소를 처음 방문한 시민까지 함께해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비영리단체를 돕는 사회적기업 대표이자,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구자덕 님.
다산 정약용의 철학과 정신을 녹인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다산문화교육원의 김남기 이사장님.
시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더하고 싶은 성균관대 명예교수인 김태동 님.
강산애 모임 전 회장으로서 희망제작소를 아끼는 마음으로 1004클럽을 시작해,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은 나은중 님.
노조위원장 시절 NPO학교를 다닐 때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은 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후원까지 시작한 남영민 님.
이옥숙 님을 통해 희망제작소 모임에 초대받아,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문인숙 님.
1004클럽을 기획하고, 비영리단체가 성공적인 모금을 거둘 수 있도록 모금교육기관 모금전문가학교를 운영하는 이선희 님.
희망제작소와 오랜 인연을 잊지 않고 자리한 정진수 님.
퇴근후렛츠 7기 졸업생으로 동기들과 함께 1004클럽을 시작해 현재 소셜벤처를 준비하는 조준우 님.
소셜디자이너스쿨,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강산애 모임에서 만난 분과의 교류를 통해 더 나은 모임을 기대하는 홍성완 님.
서로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공유하면서 앞으로 희망제작소를 통해 사회 전반에 끼칠 변화와 희망에 관한 기대감을 품게 했습니다. 이어 이옥숙 후원회원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리더십 스토리’가 열렸습니다.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옥숙 님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분이었습니다. 특히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실천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전했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희망제작소,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옥숙 님의 이야기에서 시민과 함께 변화를 꿈꾸는 희망제작소의 미래를 잠시나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6월 1004클럽·HMC 모임의 주제는 북한 시리즈 두 번째 시간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강연에는 이수정 교수(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가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현재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강연을 풀어갔는데요.
이 교수는 우리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북한에 관해 모르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습니다. 전쟁이란 참혹한 방식의 접촉을 제외하고서 지금껏 북한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사회에 관한 편견이 한국에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잘 안다’라는 편견은 서로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소통의 노력을 놓치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냉전 종식 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맥락적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 남한과 북한이 함께할 수 있는 미래, 차이와 평등, 다름과 통합을 공명시키는 ‘탈분단’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북지원 NGO 코에이드(KorAid)의 카탈리나 젤버거(전 스위스개발청 북한사무소장) 소장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젤버거 소장은 최근 10년 북한의 변화를 ‘6M’으로 설명합니다. 바로 ‘돈(money), 시장(market), 휴대전화(mobile), 차(motor car), 중산층(middle class), 마음가짐(mind-set)’입니다. 북한에서는 2004년부터 체제화된 시장 ‘장마당’은 물론이며, 인민의 80~90%가 시장을 다니고 3분의 1은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보급도 600만대에 달하는데 이는 북한 인구(2,500만명, 2017년 기준)의 4분의 1수준에 달할 정도로 시장화와 휴대전화 보급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의 유행하는 단어에서 사회적 흐름을 짚어냅니다. ‘석끼’라는 단어인데요. 석끼는 ‘앉을 자리 설 자리 모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자본주의 바람이 불어닥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유일사상이니 집단이니 혁명을 부르짖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현재 북한은 사회주의(정치)체제와 시장경제의 이중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석끼라는 단어가 유행한다는 것은 국가권력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중구조(사회주의 체제-시장경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공모와 그 공모가 언제든 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드러낸다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변화 흐름에 주도권을 갖고, 사회 변화를 안착시키려는 정권과 주민 간의 끊임없는 협상, 그리고 위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2019년 북한 사회와 북한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노력하려고 할 때, 우리 시대의 통일 혹은 통이(統異)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중요한 원칙은 ‘동질성의 복제’가 아닌 ‘다양성의 조직화’입니다. 故 신영복 교수가 “함께 걸어가며 만드는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남한과 북한은 함께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최소화하고, 편견의 색안경을 내려놓을 때 서로 소통하는 지점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그 때 비로소 함께 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함께 배우고,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좋은 변화를 함께 만드는 희망제작소 1004클럽·HMC 모임은 7월에도 계속됩니다. 매월 모임을 열면서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뿐 아니라 후원회원의 동료, 지인 등 시민들을 만날 수 있어 다음 모임을 기대하게 됩니다. 1004클럽·HMC 7월 정기모임은 7월 18일 (목) 저녁 7시부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됩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사회 통합에 대해 살펴볼 수 있도록 이우영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가 ‘통일이 아닌 통이’라는 강연이 열립니다. 또 1004클럽·HMC 후원회원의 삶을 통해 사회혁신을 들여다보는 ‘리더십 스토리’도 준비되어 있으니, 후원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글: 유다인 이음센터 연구원·yoodain@makehope.org
– 사진: 이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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