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쳐라, 인터러뱅!

지난 10월 26일, ?제5기 소셜디자이너스쿨(SDS)이 개강했습니다.

그동안 좀 소식이 뜸했죠?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개강 강연 이후 조용히 향학열(?)을 불태우던 수강생들은 지난 11월 6 ~ 7일, 평창동에서 6km 정도 떨어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로 장소를 옮겨 5기 SDS 첫 번째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수강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달아오른 강당에서, 부드럽지만 강한 아우라로 청중을 압도하는 윤호섭 교수(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언젠가 인사동에서 윤호섭 교수를 만났을지 모릅니다. 매 주 일요일, 모자를 눌러쓴 채 인사동 바닥에서 헌 티셔츠에 녹색 그림을 그리는 윤호섭 교수(http://www.greencanvas.com) 입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윤호섭 교수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비관련 사물들을 결합해 창의성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_1C|1043698876.jpg|width=”400″ height=”27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페인트 사용량을 줄이는 윤호섭 교수의 도로 표지 디자인_##]

도로 위에는 많은 신호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인도와 차도 사이의 경계선, 직진 표시, 유턴표시 등.

그런데 그 표시가 더 커지고, 더 많아지고, 더 두꺼워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네요. 한 번 그려 놓은 뒤 영구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아스팔트를 새로 덮고, 긁어내기 마련인데 말이죠. 윤호섭 교수는 도로 위 신호 표시에 쓰이는 페인트를 최소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시가 조금 더 가벼워지면 이를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겠죠. 작업하는 사람은 매연을 덜 마시고, 교통체증도 줄어들게 될 겁니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그가 새로 디자인한 도로 표시는 작업에 쓰이는 페인트 양을 40%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사례는 최대한 줄인다는 의미의 맥시멈 리듀스(maximum reduce)라는 개념을 잘 설명해 줍니다.? 그린 디자인에서 언급되는 개념이라고 하는군요.

계란후라이와 지구가 만나면?

비관련 사물의 결합은 임의의 사물을? 30~ 50개 가량 적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편견없이, 자신의 정보나 체계를 통해 거르지 않은 채 주변 사물을 그냥 보고 적는 것입니다. 이후 중복되는 것을 뺀 뒤, 선정된 50개 단어들을 조합해서 서로 만나게 하는 것이지요.

[##_1C|1135027340.jpg|width=”450″ height=”30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비관련 사물 워크숍을 진행하는 윤호섭 교수_##]

윤호섭 교수가 소개한 국민대 학생들의 비관련 사물 결합 사례들은 우연의 마술을 보는 듯 놀랍기만 했습니다. 다음 사진을 보시죠. ‘지구 + 계란 후라이’의 사례입니다.

[##_1C|1319592861.jpg|width=”250″ height=”31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구를 후라이팬에 비유한 지구온난화방지 포스터_##]

이 외에도? 고인돌+백곰, 사막+펭귄, 물+부처 등의 비관련 사물 결합 사례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지 한 번 상상해보세요!

윤호섭 교수는 직접 제작한 달력을 나눠주며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디자이너가 가장 많이 쓰는 글자체가 헬베티카라고 하는데요, 윤호섭 교수는 달력에 헬베티카체 글자를 새기는 대신, 1년 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글씨를 받아 적어 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빈칸으로 남겨두었고요. 사용자가 스스로 글씨를 적어 넣는 순간 달력 디자인이 완성되는 거죠. 윤호섭 교수는 누구나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기에, 디자이너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주는 제품 대신?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게 하는 제품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벌이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후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김이혜연 연구원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이야기하는 소셜디자인과 사회혁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우선 수강생들 각자가 생각하는 사회혁신의 정의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김이혜연 연구원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김이혜연 연구원은 사회혁신의 다양한 흐름들에 대해 소개한 후, 희망제작소를 하나의 사회혁신 사례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영역 간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벌들이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다양한 영역들을 연결하는 네트워커의 역할을 희망제작소가 지향하고 있는 거죠.

기존의 언어와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기에 무수한 실패와 삽질(^^:)들이 있어 왔고, 스스로 내리는 정의 또한 많이 바뀌어 왔다고 합니다. 물론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고요. ?이제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혁신 센터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네요.

[##_1C|1138673109.jpg|width=”450″ height=”29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회창안 김이혜연 연구원의 발표를 듣는 SDS 5기생들_##]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모든 시민이 정책 입안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시민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여러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를 정책화시키는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몇년의 시행을 거치면서 이러한 과정이 오히려 시민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개방과 참여, 공유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DIY’의 개념을 도입해 시민이 제안 뿐 아니라 실행까지 함으로써 직접 정책 생산자가 되는 사회창안 모델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창안센터는 현재 열리고 있는 2009 ?사회창안대회에서 이러한 개념을 구현해보려 한다고 하네요. 제5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들은 이번 사회창안대회 본선에 자동으로 진출하게 되는데요, 막강 5기에서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외쳐라, 인터러뱅!

11월 7일 토요일. 5기 SDS 워크샵의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 밤 강연이 끝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니 할 이야기가 어찌나 많던지요. 일부 수강생들은 새벽까지 열띤 대화를 벌인 탓에 벌게진 눈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한결 편안해진 사람들과 함께 맛깔나는 가정식으로 식사를 한 터라 더욱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이 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획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강경록 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부 PD(Production Director)의 강연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기획보다 더 중요한게 ‘열정’이며, 그 열정을 배워가고 싶다는 겸손한 인사말로 강경록 PD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인터러뱅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는 수강생들에게 ‘왜 소셜디자이너가 되려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는 사물을 볼 때 ‘왜’라는 의문부호를 가지고 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_1C|1010676664.jpg|width=”350″ height=”37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국경제신문 강경록 PD_##]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보통 ‘도를 깨우친다’고 하죠. 인터러뱅은 그러한 순간에 사용하는 감탄사입니다. 인터러뱅에는 문제를 파악했을때 던지는 ‘물음표’와 문제를 푸는 방법을 찾아냈을때의 ‘느낌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는 기획의 비밀과도 같다고 하네요.

성공적인 기획에는 문제를 잘 파악하고, 문제를 잘 풀어내는 방법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문제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자료조사가 필수적입니다.

만일 내 인생을 기획하기로 했다면,?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데이터를 마련하고, 앞으로의 삶 또한 데이터로 마련해야 실패확률을 낮춰갈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소셜디자이너, 사회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렸으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우리들의 꿈일 뿐” 이라는 강경록 PD는 그들이 ‘왜 그렇게 해야하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케팅 뿐 아니라 기획 역시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내가 만든 아이디어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속에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가의 문제까지 고민해야 성공적인 기획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은 갖지만 문제의 본질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회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은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문제의 핵심이 숨어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죠. 기획의 기본은 ‘문제가 무엇이냐 ‘와 ‘문제제기를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창의력을 위한 5계명

창의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상상과 창의력의 차이는 목적의 유무에서 생긴다고 하는데요, 창의력은 공상에서 그칠 것을 목적을 두어 가치를 부여 하는 힘입니다.

강경록 PD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섯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발성ㆍ 독자성ㆍ 호기심ㆍ 집착성 ㆍ? 개방성 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집착성’입니다. 위에 언급된? 다섯가지 요소 중 자발성, 독자성, 개방성은 본래 개인이 가지고 있는 태도입니다. 반면 호기심과 집착성은 동기부여를 하고 스스로 뭔가를 바꿔야한다는 의지를 갖게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획을 할 때 문제제기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고정관념’인데요,?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야구선수의 볼이 1루에 빨리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우선 ‘왜 속도가 문제인가?’, ?’선수들의 착용장비를 좀 더 가볍게 하는 것은 어떨까?’ 등 문제의 배경과 가정들을 재기술 합니다. 그런 뒤 문제의 구성요소들을 나열해보고, 마지막으로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나에게 묻는다

2시간에 걸친 강경록 PD의 강연에서 되새겨봐야 할 대목을 꼽아본다면 ‘사회적 선순환구조’, ‘근본적인 문제제기’, ‘문제에 대한 집착과 몰입’, ‘창의력의 보편성’, ‘고정관념 타파’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질수록 ‘기본’을 되돌아 보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 시간이 없다는 핑계 혹은 불성실함으로 인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일회용 폐휴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남들과 똑같은 해결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열정이라는 말에 양심을 걸 수 있을 만큼 내 일에 몰입하고 있는지,
-나의 가능성마저 나의 현재 위치에 준해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물음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몇 분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역시 함께 밥을 먹고, 하룻밤을 지샌 사이가 되고나니 어찌나 서로가 살가워지셨던지요. 앞으로 SDS 5기가 펼쳐낼 성장의 여정이 더욱 기대됩니다.

SDS 5기의 여정은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월요일(16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 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주 월요일에는 블로터닷넷 이희욱 대표의 소셜 미디어 강연이 이어집니다.

홈블로그를 통해서 강연 내용을 소개해나가겠습니다. 추운 날씨를 무색하게 할 만큼 매주 뜨거운 열의를 보여주고 있는 SDS
5기 수강생들의 여정, 계속 지켜봐주세요.

글_이희성ㆍ이진아(인턴 연구원)

Comments

“외쳐라, 인터러뱅!”에 대한 2개의 응답

  1. 김규철 아바타
    김규철

    인턴 14기 김규철입니다. 다들 안녕하시죠? 이번에도 SDS에 멋진
    분들이 많이 오셨나 봅니다. 저는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못하고 있어서
    죄송스럽네요. 모울, 창안팀 연구원 선생님들, 인턴 분들 그리고 SDS
    5기 분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조만간 찾아뵐게요^^

  2. 강유가람 아바타
    강유가람

    규철씨! ㅎㅎ 잘 지내고 있나요? 어째 학기중이라 그런지 많이 바쁜가 봐요. 12월4일에 있을 SDS 송년모임에 오도록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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