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가 마련한 행복설계아카데미(행설아)에서 느낀 점을 한마디로 정리해달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12기 행복설계아카데미는 41명이 참여한 가운데 7일간(2010년 3월 16일~24일)의 강의, 현장 중심 기본교육과 1박 2일 워크숍(30~31일)으로 진행됐다. 20명에 이르는 전문강사와 NPO 활동가, 아름다운 시니어들로부터 유익한 강의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회원들 마다 참여 동기나 이유는 다르지만 ‘어떻게 하면 해피시니어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희망제작소가? ‘제 2의 삶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드리는 희망 메시지’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었나.


낙오가 없는 이유

2010년 3월 30일 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교남어유지 동산내 강당.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남녀 40여 명이 어울려 친교를 나누고 있다. 이날 오후 4시간 넘게 모두 둘러앉아 앞 날의 꿈과 진로를 토로하던 ‘Help me, Hope us’ 시간의 진지함은 잠시 내려놓았다.

테이블 마다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하며 권커니 자커니 술잔이 부딪힌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담긴 정겨운 대화로 실내가 떠들썩 하다. 흥이 오르면 혼자서, 혹은 무리를 지어 무대로 나가 멋들어지게 한 곡 뽑아내니 가수가 따로 없다.

‘짝짝짝’ 박수와 ‘와아’ 하는 환호가 이어진다. 강당 밖에서는 함박만한 보름달 아래 두꺼운 삼겹살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지글지글 구워진다. 한쪽에서 “교육비 10만원에 호강 한 번 잘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행설아 1박 2일 워크숍에서 회원들은 이렇게 하나가 됐다.

잠자리나 먹을거리를 내건 복불복 게임 대신 ‘모두가 함께 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찾자’ 는 공동체적 연대감이 충만했다. 덧없는 한바탕 봄꿈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의 기운이 서려있는 작은 축제였다.

기본교육 시간에 강사들은 “멋진 인생 후반전을 설계하겠다고 제발로 걸어온 여러분은 분명히 앞서가는 시니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이러한 자발성 덕분인지 12기 행설아는 회원들의 열렬한 참여와 주최측의 헌신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 앞으로 살아갈 바람직한 삶의 방향과 모습에 대한 갈증이 단 한 사람의 낙오없이 완주한 원동력이 됐다고 믿는다.

가면을 벗어라

“젊을 때는 50대하면 다 산 것처럼 생각했는데, 지금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얼굴은 세월을 비켜갈 수 없어도 마음은 아직 청춘입니다.”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전 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설계도를 그려야 할까? 이에 대해 행설아는 참 인생, 나아가 멋진 후반전을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베풀고, 나누며, 공익에 기여하는’ 삶을 제안했다. 전직 유명 CEO로서 스스로 봉사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송장식 행설아 운영위원장의 가르침은 울림이 컸다.

송 위원장은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는 선생님들은 과거 소속된 직장과 가족만을 위하여 애써온 틀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는 나 자신과 사회를 위하여 하고 싶은 일, 보람찬 일을 찾아 이루어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김신형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직장생활은 귀찮고 힘들더라도 내색하지 못하는 ‘가면의 얼굴’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유 의지에 따라 해나갈 수 있는 ‘진짜 인생’이라는 말이 된다. 이를 위해 김위원은 NPO 활동을 적극 추천했다.

송판심 행설아 운영위원은 “행복한 시니어가 되려면 건강, 배우자, 재물,? 일자리,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고? 일자리의 보람을 크게 해주는 게 NGOㆍNPO 활동이나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행설아 회원들은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에 기꺼이 응할 태세다.

“일터는 널려있다”

행설아 회원 대부분은 평소 관심이 있었건, 아니면 이번 교육을 통해서 알았건, 일단 NGOㆍNPOㆍ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교육 때 오간 얘기를 들어보면 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궁합이 딱 맞는 일터의 부재가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익적인 일에 처음 뛰어드는 사람이 대상에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아무리 선의로 접근하더라도 배척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바꾸는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을 맛보았다는 원기준 태백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옳바른 일이라 할지라도 지역 주민의 정서와 동떨어져서는 안된다. 철저히 동화되고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자세를 갖지 않으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왜 더 좋은 물건을 주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현실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아무리 공익적인 일터라도 최소한의 경제적인 댓가가 있을 경우 지속 가능하리하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수긍했다. 이와 관련해 30년 직장 생활 후? 의정부 고용복지연대에서 저소득층 일자리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박병창씨는 “NPO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고 보람을 찾으려면 현역의 자존심을 버려야 하고, 때로는 자기의 돈을 써야한다”고 충고했다.

행설아 회원들은 NPO와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다양한 길라잡이 교육을 받았다. 희망제작소에서 해피시니어와 관련한 각종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남경아 팀장은 “행설아 11기 까지 300여 명이 수료했는데, 절반 정도가 각종 공익사업과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나눔과 사랑을 시작하려는 해피시니어를 필요로 하는 일터는 널려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 팀장은 최근의 NPO는 광역적인 거대 이슈 보다는 소규모 지역과 생활 이슈에 집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마을계획, 육아, 교육, 복지, 문화 등 풀뿌리 민생이 시민사회 활동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의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공공성과 영리를 추구하며 제 4섹터로 불리는 사회적 기업 창업 바람에 대해 유병선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전했다. 유 위원은 “사회적 기업은 이타적인 동기가 있는데다 세대간 대화의 장이 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다” 면서도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실천한다(Think Big, Act Small)는 자세를 가져야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들의 발견

“지금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선 라이온스 클럽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점차 남을 돕는 일을 해나가겠다.”
“NPO와 NGO가 무엇인지 알게 돼 의미있었다. 공익적이면서도 명분있는 일에 적극 참여하겠다”
“그동안 방관자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지금까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일해왔는데, 이번에 봉사에 관심을 두는 기회가 됐다.”

12기 행설아 회원들이 교육을 마무리하며 밝힌 소감이다. 교육을 통해 진화하는 공익 참여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일부 회원은 “사회복지재단 업무에 참여하고 싶다”거나, “사회적 기업에서 봉사할 생각”이라고 구체적인 진로를 제시했다.

전직 금융기관 간부는 전공을 살려 “서민들이 자활하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서민금융을 다루는 분야에 종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 아이디어도 나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주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
‘시니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용 놀이공간을 함께 운영하자.’
‘부부가 힘을 합쳐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에 동참하는 부부를 모아 활동하는 일종의 부부멘토 클럽을 만들고 싶다.’

이밖에 교직에서 은퇴한 한 시니어는 “은퇴교사 모임을 만들어 저소득 가정의 비만아동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저소득층 공부방 운영과 다문화 가정 봉사도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한 교육생은 “우리가 봉사를 받아야 할 판에 돈을 벌어야지 무슨 자원봉사냐고 집사람이 얘기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이색호소를 해 폭소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천이 뒤따라야 무슨 일이든지 설득력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당장 나서자”는 한 회원의 말이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글_김석기 (행복설계아카데미 12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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