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은 내 삶의 반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왁자지껄한 한강공원도, 북적이던 재즈공연도, 학생들로 가득찬 강의실도. 만나는 장소가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코로나19가 우리의 연결을 끊지 못했습니다. 직접 만나야 현장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온라인에서도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그리고 현장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약 2년간 대면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온라인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참여자로 참석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온라인으로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부담감과 막막함이 앞섭니다. 혹시, ‘위드 코로나’로 온라인 행사로부터 자유로울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나요. 그 기대는 접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의 종식과는 관계없이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도래했으니까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실무충전 시즌2>의 두 번째 강의, 레드나인커뮤니케이션의 김홍구 대표가 온라인 행사의 두려움을 차근차근 해소할 기획과 운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김 대표의 발제를 재가공해 전합니다.
🔏 로봇이 만드는 피자? 로봇이 배달하는 피자!
온라인 행사와 오프라인 행사는 각각 장단점을 가집니다. 오프라인 위주 행사를 온라인 맞춤형으로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그대로’ 전환한다면 오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기획 단계 전, 진행 방식의 특징을 파악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행사의 디지털 전환을 알아봅니다.
디지털 전환의 사례를 들어볼게요. 피자가게가 있습니다. 피자가게 사장이 ‘우리 가게도 디지털 전환을 해야지’라고 필요성을 느낍니다.직원은 “피자를 맛있게 만드는 로봇을 도입하자”라고 말하고, 사장은 “배달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주장합니다. 피자가게의 중요한 요소는 ‘고객에게 피자를 제시간에 배달해 파티 음식의 역할을 하게끔’ 하는 거죠.
디지털 전환 행사로 돌아가볼게요. 이때도 피자가게 이론과 똑같습니다.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이 필요할 때, 단순히 온라인 환경에 옮겨놓기보다 행사의 ‘가치’를 발견한 뒤, 가치를 온라인 환경에 맞춰 전환합니다.
✔ 살아난 이벤트 : 학술 대회(정보 전달, 텍스트 자료의 공유), 컨퍼런스, 포럼 등
✔ 사라져간 이벤트 : 예술, 공연: 화면이 아닌 오감으로 느껴야 하는 행사, 축제, 박람회, 군중 집회, 대규모 전시 행사 등
디지털 전환에 따라 위 표처럼 온라인 환경에 적합한 행사가 있지만, 적합하지 않은 행사도 있습니다. 행사가 참석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 디지털 노마드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온라인 행사의 장점 중 하나는 ‘장소의 한계가 없다’는 점이죠. 장소의 개념도 바뀌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할 때 모집 인원을 고려한 장소 선정이 필요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장소 선정이 ‘플랫폼 선정’으로 대체됩니다. 플랫폼 선정 시 1)최대 접속가능 인원 수 2) 이용료 3)기능(출석체크, 설문, 댓글 등)을 고려합니다.
최근 온라인 행사 참석자가 “함께 행사에 참석한 듯 하다”와 같은 후기를 남기기도 하는데요. 어떤 요인이 참석자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준 걸 까요. 특별한 기술? 원활한 진행? 앞선 요인도 영향을 미치지만, ‘익숙함’이 가장 큽니다. 온라인 전환 초기에는 ‘줌(Zoom)’ 사용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한 두번 사용하면서 그 환경에 익숙해진 거죠.
온라인 행사의 또 다른 장점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움’입니다. 물리적 이동이 없기 때문에 참석자의 시간 활용도가 높아졌습니다. 행사 기획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면 행사 시 물리적으로 준비할 사항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연사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행사라고 생각해봅시다. 해외 연사 섭외 및 일정 잡기,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동시간, 연사가 행사 기간동안 머무를 숙박 장소 정하기 등 체크리스트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온라인 행사라고 해도 기획자로서 준비할 사항이 있지만, 부차적인 요인에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 행사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언택트 행사를 ‘온택트’로 만드는 원칙
온라인 행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콘텐츠는 어떻게 구성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콘텐츠의 구성에 따라 비대면 환경을 서로 연결되는 ‘온택트 환경’으로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원칙은 1) 상호 소통 2) 기능을 고려한 플랫폼 선정입니다.
첫째, 상호 소통입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프리젠테이션(PPT)의 가독성이 필수적입니다. 온라인 행사에서는 영상, 음성, 화면공유가 주요한 소통수단입니다. 특히 포럼과 같은 정보전달 성격이 짙은 행사에서는 PPT 발표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해당 행사에서 간과하기 쉬운 점이 바로 PPT의 ‘텍스트 사이즈’입니다. 미적으로 만들기 위해 혹은 너무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PPT 폰트 사이즈를 10~18pt로 작성한다면 가독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슬라이드의 텍스트는 18pt 이상으로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PPT 슬라이드 사이즈도 고려해야 합니다. 4:3 사이즈를 화면에 공유할 경우 영상 화면의 양 옆으로 검은 화면이 생겨 참여자의 시각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 공유하는 행사인 만큼 PPT 슬라이드 사이즈의 비율은 16:9로 변형해 만드는 게 좋습니다.
참여자와 활발한 상호 소통 및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합니다.
⓵ 플랫폼의 기능을 고려한 댓글 소통 활용, 영상 공유
⓶ 해당 기능을 활용한 게임(예. 초성게임, 눈치게임, 퀴즈 등)
⓷ 게임 참여에 대한 적절한 보상(예. 모바일상품권, 자료집 제공 등)
둘째, 기능을 고려한 플랫폼 선정입니다. 기획자가 원하는 기능을 파악한 뒤, 해당 플랫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다면 참여자와 진행자 그리고 참여자 간 소통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 기획을 위한 기술, 장비 이해
온라인 행사를 기획했다면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를 구축해야 합니다. 만약 실시간 중계를 원한다면 vMix나 OBS와 같은 송출용 프로그램은 필수입니다. OBS의 경우 무료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지만, vMix(유료)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vMix는 전문 방송처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프로그램에 신호를 보내주는 영상 장비, 카메라, 오디오 장비가 필요합니다.
만약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화면을 다양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PIP(Picture-in-Picture) 기능을 활용합니다. PIP는 진행자, 청중, 발표자, 줌 화면 등 여러 영상 화면을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해서 송출합니다.
이를 위해서 카메라 뿐 아니라 각기 다른 스위처가 필요합니다. 스위처는 입력 받을 영상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4대 카메라의 신호를 입력할 수 있는 스위처가 있어도, 스위처 하나로는 하나의 화면만 보낼 수 있죠. 이 구성을 이해해야 추후 온라인 행사 기획 시 우리가 지닌 장비로 어느 정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지, 혹은 필요한 장비 개수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더불어 외부 신호를 수신하는 노트북의 단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밖에 원활한 진행과 모니터링을 위해 프롬프트를 활용합니다. 프롬프트에는 발표자료, 실시간 댓글, 타이머 등 출연자가 활용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화면 분배기를 활용할 수도 있는데요. 각 장비 간 신호를 연결하는 케이블의 배치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HDMI 단자는 신호를 멀리 보내지 못합니다. 100m 이상의 라인이 필요하다면 광케이블이나 증폭기 등을 추가해야 합니다. 또 블루 스크린이나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크로마키 기능을 활용할 경우, 발표자의 의상 색상과 소품 색상을 고려합니다. 이처럼 연출하고 싶은 화면에 따라 장비의 구성과 비용이 달라진다는 점을 염두해야 하며, 송출팀과도 긴밀하게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게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희망제작소는 실시간 중계를 위해 최소한으로 장비를 구성했습니다. 촬영 장비인 캠코더와 영상 신호를 입력하는 스위처를 활용합니다. 스위처는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송출용 노트북으로 입력하는 장비입니다. 음성 소스는 현장 스피커가 아닌 마이크를 통해 수신되는 소리를 직접 중계용 노트북에 입력합니다. 마이크 소리를 직접 받기 위해서는 디지털 오디오 믹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기술도 기술이지만 초석 다지기가 가장 중요
온라인 행사의 기획에 더해 장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초석을 다져야 합니다. 바로 연출 기획 단계인데요. 레드나인커뮤니케이션에서 진행한 사례인 2020 N포럼를 사례로 소개합니다. 2020 N포럼은 행사 당일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매일 참가자에게 뉴스레터를 내보냈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발제 관련 질문을 사전 접수하고, 행사 당일 영상을 통해 답변을 제공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더불어 무대 기획, 자료화면, 발표자의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행사의 톤 앤 매너를 맞췄습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성큼 다가온 비대면 환경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습니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참여자의 온라인 행사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단체마다 행사의 특성에 맞는 플랫폼을 선정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나가길 바랍니다.
– 글: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