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난 7월,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강일리버파크 7단지 아파트에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공동체, 혹은 마을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파트만큼 주민들이 서로 만나기 쉽고 함께 일을 하기 좋은 곳도 드물 것 같습니다. 아파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살아가는 ‘마을’이지요. 아파트에 살았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무관심이 편하다.’는 생각부터 바꾸는 것이 정말 살기 좋은 아파트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관심’을 버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와 그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한자리에 모인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7단지 아파트 주민들을 만나볼까요?
7월6일 토요일 첫 번째 만남
7월 6일, 강일리버파크 7단지 관리사무소 2층에서 열린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 첫 번째 시간에는 아이들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오셨습니다. 먼저 아파트공동체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진행될 커리큘럼을 소개한 뒤, 참석한 분들의 자기소개를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단지 내에서 서행운전을 하자는 제안부터 운동시설이나 노인 쉼터로 활용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주민들이 어떤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깨끗한 아파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쓰레기 배출 문제와 외관 청소 등에 관한 의견을 내주었고,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뒤 많이 나아졌지만 담배연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어머니들이 여러분 오셔서 공동육아에 대한 내용과 함께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놀이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였고, 아파트 주민들이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아파트공동체학교가 열린 공간은 원래 탁구장인데, 이 공간을 잘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하셨습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된 강동구답게 도시농업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편 아파트에서 살면서 생기는 문제나 요구사항에 대해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서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한 주민의 의견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_Gallery|1123983413.jpg||1042573481.jpg||1152937203.jpg||1315834401.jpg||1228773942.jpg||width=400_##]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서 희망제작소 교육센터 남경아 센터장의 ‘호모 키비쿠스’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사람이란 각자의 주관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인데, 이렇게 ‘서로 다른 나’가 모여 어떻게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법과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의식이라는 것이지요. 이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공동체가 원활히 굴러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인데, 각종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강의를 통해 여러 사례를 보면서 이 사회적 자본을 이용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지역에서 어떻게 마을만들기를 시작할 것인지, 아파트공동체학교를 통해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_1C|1236270384.jpg|width=”400″ height=”26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7월12일 금요일 두 번째 만남
7월 12일 금요일에 열린 두 번째 시간에는, 평일이라 그런지 첫날보다는 조금 적은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홍선 센터장의 강연에 이어 첫 워크숍이 진행됐습니다. 강연에서는 다른 아파트에서 여러 형태의 공동체를 이룬 이야기를 시작으로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란 어떤 것인지, 국내외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외에 우리나라의 완주, 수원, 원주 등에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았는데, 특히 강일리버파크가 위치한 강동구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도시농업지원센터와 농산물판매장 등이 있어 관련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강연 말미에 말씀해주신 내용처럼,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를 통해 모이신 분들이 지역의 자원을 찾고 작은 일부터 재미있게 시작해 점차 활기찬 지역을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2개 조로 나누어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에서 주민들은 ‘우리 마을 장단점을 찾아라’라는 제목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보았습니다. 꼭 아파트, 혹은 강일동에 한정되지 않더라도 나와 내 이웃에게 영향을 미치는 넓은 테두리 안에서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조별로 한명씩 돌아가며 각자 생각한 우리 마을의 장단점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취합해 조별로 장점과 단점을 각각 3가지씩 뽑았습니다.
1조가 생각한 우리 마을의 장점은 첫 번째 ‘쾌적한 마을’이었습니다. 서울 중심보다 바깥으로 나와 있다 보니 공기가 맑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가까이에 차 없이도 갈 수 있는 주말농장이 있다는 점이었고, 세 번째는 젊은 학부모가 많아 자원봉사에 뜻이 있는 분이 많다는 점을 꼽아주셨습니다. 반면 단점은, 첫 번째로 가볍게 산책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 만한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지하철역이 멀다는 점이었는데요. 새로운 역이 더 가까운 곳에 들어온다는 소문만 돌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세 번째 단점은 복지시설이 부족하고, 청소년수련관이나 주민센터가 있지만 참여할 수 있는 인원과 프로그램 종류가 한정적이라는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2조 역시 첫 번째 장점으로 공기가 맑다는 점을 꼽았고, 두 번째로는 아파트 동 간에 거리가 멀어 쾌적한 느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 장점은 학교가 가까워 학부모와 아이들이 편리하다는 점을 꼽아주셨습니다. 단점은 첫 번째로 1조와 똑같이 지하철이 멀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이런 점에 대해 민원제기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과 함께, 주민들이 화합해서 민원을 제기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두 번째로 반상회가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주민 화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앞서 나온 민원제기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세 번째 단점으로, 지은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부실이 많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 마을 장단점을 발표한 뒤, 주민들이 열심히 해서 공동체를 이뤄내면 지역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하는 데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또 7단지뿐만 아니라 다른 단지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이번 워크숍을 통해 주민들의 화합, 아파트공동체에 대한 의욕이 높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강원도 원주로 현장탐방을 가게 되는데, 강의에서 들었던 사례를 직접 보고 그 내용들을 아파트에서 어떻게 적용시킬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와, 그 이후에 주민들이 만들어갈 강일리버파크 7단지 아파트공동체가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됩니다.
글_ 유승민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장우연 (뿌리센터 연구원 wy_ch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