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본 기사는 2011년 4월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에서 진행된 알렉스 니콜스 교수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5주년을 맞이하여 사회적기업 정책에 대한 평가와 이후 발전방향에 대한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민간영역과 정부영역의 고민이 깊은 시점입니다. 1년이 지난 인터뷰이기는 하지만, 본 기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래된 녹취록을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①

조우석(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이하 조): 영국의 사회투자 현황 등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알렉스 니콜스(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 강의교수, 이하 알렉스): 영국의 사회투자 현황은 여전히 규모가 매우 작고, 사회투자시장에 있는 자금의 대부분은 정부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아마 지난 10년 동안 사회적기업으로 유입된 정부 자금 규모는 대략 700~800만 파운드 정도 될 겁니다. 현 정부는 빅소사이어티 뱅크 Big Society Bank 라는 것을 통해서 사회적투자시장 활성화를 꾀하려는 듯합니다. 대략 200~300만 파운드 규모인데요. 아마 금액은 조금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십억 파운드 규모로 커질 것 같고요. 이 과정에서 수천만 파운드 규모의 민간자본이 투자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자금 규모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작은 부분일 듯 합니다. (Big Society Bank는 Big Society Capital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4월 최종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사회적투자시장에서 민간영역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영리기관이나 사회적기업의 경우 정부로부터 종종 후원금이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보다 정부로부터 공짜 지원금을 받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사회적기업 등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굳이 민간기관을 찾아갈 이유가 없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는 상황인 셈이죠. 사실 이 문제는 사회적투자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의 효과를 논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용자
 조: 영국 민간영역에서의 사회투자시장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알렉스: 잠재력은 상당 수준에 달한다고 봅니다. 영국의 재단이나 채러티 등은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투자는 거의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다폰이나 피엔지, 은행과 같은 곳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 중 일부는 충분히 사회적기업 등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봅니다. 비영리기관에 대한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이들 기관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투자를 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채러티들이 하지 않는, 사회적 동기를 가진 미션중심의 투자 mission-related investment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조: 사회적기업 등 시장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충분히 있다는 것인가요?

알렉스: 정부 이외에도 사회적기업들에 투자할 다른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적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정부가 ‘공짜’에 가까운 자금을 공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민간이 들어갈 기회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위한 시장을 만드는 작업, 투자를 받을 기관을 위한 시장을 만드는 작업, 사회적 동기가 있는 프로젝트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펀드를 만드는 사람을 위한 시장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는 등 다양한 종류와 수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현지 시점에서 본다면 사회적기업들에 유입될 자금의 규모가 매우 작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된 사회적기업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영국이 사회적투자와 관련해서 매우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투자는 영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말을 합니다. 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방법론을 실험하고 개발하고 있다는 면에서 현재까지는 유효한 말이긴 하지만, 이 명성이 미래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아의 중국, 싱가포르, 특히 방글라데시 지역에서 의미 있고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 과거 노동당 정부 시절의 정책이 궁금합니다. 사회투자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책에 대해 평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렉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이끌면서 의미 있으면서 창의적인 방식의 투자를 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는 면은 분명 칭찬받을만한 부분입니다. 당시 정책의 상당부분은 2000년과 2001년 사이에 만들어진 Social Investment Task Force 에 의해 추진된 것입니다. 이 정책 중 다수는 상당히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적기업을 위해서 Comunity Interest Company CIC와 같은 새로운 법적 형태를 만든 것은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지요. Community Investement Tax Relief와 같은 세제 혜택 역시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Bridges Community Ventures가 설립될 때 정부가 가교 역할을 한 것은 사회적투자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했던 정부의 지원정책 중 하나입니다.

제 생각에 정부 지원 자금의 규모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나 활성화 전략 중 몇 가지는 매우 유용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700~800만 파운드 규모의 현금을 해당 분야에 투자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사회적투자 시장에 생성된 자금의 75%가 정부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이것이 여러 사업의 결과나 효과를 왜곡시킨 면이 있습니다. 노동당 정부가 취했던 정책 대부분은 좋았고 창조적이고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노동당 정부 지원금 전부가 궁극적으로 매우 유용했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현 정부는 Big Society Bank 위주로 많은 사업을 벌일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서 판단하기 이른 감이 있겠으나 정부의 자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면에서 Big Society Bank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말씀하신 Big Society가 영국에서 뜨거운 주제인 것 같은데요. 사실 Big Society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잡한 계획인 것 같습니다. 지역과 시민사회에 권한을 위임하고 3섹터를 발전시키겠다고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3섹터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더군요.

알렉스: 사실 매우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현 정부는 노동당 정부가 했던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노동당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현 정부와 노동당 정부 사이에 유일하게 정책적으로 일관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사회적기업 관련 정책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노동당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던 방식과 현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에요. 노동당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공공 영역에서 상품과 서비스 전달하는 국가사업의 중요 부분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정부의 중요한 파트너로 바라보았습니다. 현 정부는 그렇지가 않아요. 카메론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국가가 사라진 곳에서 발생하는 빈 공간을 채워주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들은 정부가 공공 서비스를 줄이거나 중단하면 사회적기업이 그 빈자리에 들어와서 부족함을 채워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것은 노동당 정부가 원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노동당 정부는 사실상 사회적기업을 정부의 일부분으로 보았다면, 현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정부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정부가 떠난 빈 곳을 채워주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big society bank 는 정부가 만들어 놓은 빈 공간을 채우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씨앗자금을 제공하는 곳인 셈이에요.

사회적기업 관련해서 노동당과 현 연합정부의 정책은 매우 일관적이지만 그 철학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연합정부의 정책이 잘 작동할지 또는 어떻게 작동할지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 같네요.
 
조: 현 정부의 big society bank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파트너십은 필수 요소라고 생각되는데요. 현재 영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알렉스: 영국 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3섹터 또는 시민사회 내에 예산 삭감 등을 추진하는 정부 계획에 분노하고 반기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와 협력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정부 예산 삭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서비스 등을 축소하려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정부와 일할 수 없겠지요.

반면, 실용적 노선을 택한 조직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봐, 모든 분야의 예산이 삭감되고 있어. 그렇다면 그것이 big society bank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가능한 많은 영역에서 서비스가 유지되고 운영되고 이를 위한 자금지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온힘을 다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정부와의 협력을 필요한 일이야.”

다소 이른 감은 있으나, 후자의 입장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결국은 시민사회가 현 정부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당장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정책의 결과가 현실화되는 시기로 접어들면 또 다시 길거리에 시위대가 등장하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겠지요.

역사적으로 1997년으로 돌아가 보면, 그때 시민사회는 노동당 정부의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2001년까지 시민사회는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었지요. 2001년 접어들면서 정부와 시민사회는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현 정부 역시 그런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려면 기다리고 지켜봐야겠지요.

조: Social Enterprise Coalition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정부 자금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48%에 달하는 기업이 전체 사회적기업의 50% 이상이라고 합니다. 자립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매우 위험한 수치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을 갑작스럽게 줄이는 것도 사회적기업 자립성 강화의 대안이 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일종의 딜레마인 셈인데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알렉스: 만병통치약과 같은 하나의 해결책이 없을 것 같네요. 만약 정부가 위탁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의 예를 들어보지요. 교육 또는 홈리스나 망명자를 위한 서비스와 같은 공공재의 경우 정부 이외의 곳에서 펀딩을 받기 매우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을 주요 사업 분야로 하는 사회적기업은 매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몇몇 사회적기업은 그냥 주저앉고 말겠지만 또 일부의 사회적기업은 민간 시장에서 돈을 끌어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겠지요.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요금을 부과하거나 사업을 다각화 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겠지요.

몇몇은 사라지고 또 몇몇은 생존할 겁니다. 사실 여기에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현재 40~50%의 사회적기업이 정부 계약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2년 후에 얼마나 많은 수의 기업들이 살아남아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업의 규모나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정부가 아닌 지역공동체를 통한 펀딩이나 각종 재단의 지원금과 같은 종류의 다양한 자원을 끌어들이는 방법에 있어서의 창조성 등에 따라서 기업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한동안은 대격변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상당수 사회적기업은 도산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파국적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민사회는 정부와 날선 대립을 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지지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요. 힘든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미 일부 사회적기업의 도산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옵니다.

* 다음 주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 알렉스 니콜스 교수 인터뷰 2부를 게재합니다.

인터뷰 정리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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