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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의 사막을 건너는 법

버락 오바마 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됐다. 80년 만에 미국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재정정책이 실행된다.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하려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자세다.

그런데 2월 초 미국의 국토관리를 관장하는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매우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미국 서부 유타지역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를 할 수 있게 전임 부시 대통령이 내렸던 토지이용에 관한 허가를 자연환경 보전 차원에서 취소한 것이다. 중동을 비롯한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미국의 초당적인 염원이고 그 현실적인 해결책이 국내 석유자원 개발인데 이것을 마다한 것이다.

살라자르 내무 장관의 이 조치는 미국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이 급선회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이것은 바로 8년 전 부시 정권 출범 초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이 유럽연합을 향해 “교토(의정서)는 죽었다”라고 선언했던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크게 달라질 환경정책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이다.


“나는 지구온난화를 믿는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은 실과 바늘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것은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는 과학적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구환경 문제에 대해 갖는 철학적 기조는 1997년 상원의원 활동을 하면서 펴낸 책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에 피력된 한 마디가 잘 말해준다.
“나는 지구 온난화를 믿는다.”

오바마는 1월 2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다시 한번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핵위협과 같이 동일한 선상에 놓아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이 에너지를 쓰는 방식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면서 동시에 적대국의 입지를 명백히 강화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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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이런 신념 위에서 그의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온실기체 감축을 비롯한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집권과 동시에 오바마는 ‘그린 뉴딜’을 21세기 미국의 새 시대를 여는 정책모델로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도 2000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 산업과 밀접한 인연을 갖고 있는 부시의 이 공약은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당시 강력한 적수인 앨 고어 후보의 이슈를 선제공격하여 무력화하는 선거 전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집권하자마자 부시는 이 공약을 제일 먼저 내동댕이쳤다.

부시는 이 이슈에 대해 두 가지 기조에서 출발했다. 첫째,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불확실하다. 둘째, 화석연료 사용을 강제적으로 규제하면 미국경제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이런 바탕에서 지난 8년 간 교토의정서를 배격해왔다.

이렇게 환경문제에서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신념은 전략을 뛰어넘는 가치의 문제’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다시 얘기하면 오바마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책, 즉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대담한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이며 이 정책이 미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되게끔 추진해나갈 것이다.

오바마의 ‘그린 뉴딜’에서 기관차 역할을 하게 될 분야가 에너지 정책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은 자동차를 굴리고 공장을 돌리기 위해 태양 풍력 지열을 이용하는 장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개발에 미국이 나설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미국은 석유의 해외의존도를 줄여 세계전략 수행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고, 미국의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온난화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후보 시절 제시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까지 에너지의 1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25년까지 이를 2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2018년까지 1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과 온난화 방지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앞으로 40년 후 미국은 화석연료를 거의 쓰지 않거나 또는 이산화탄소를 분리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새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별나게 통찰력을 발휘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미국이 살 길이 거기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미 석유문명이 한계에 이르렀고 21세기는 ‘그린 에너지’ 시대로 갈 수밖에 없는 문명사적 전환점에 이른 것이다.

부시가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며 미국경제를 위한다고 했지만 미국경제는 교토의정서가 아니라 미국이 자랑하던 금융시스템의 결함으로 치명타를 입었고, 자동차를 비롯한 ‘녹색기술’경쟁에서 유럽과 일본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미국은 녹색으로 가고 있다. 뒤늦은 발자국이지만 그 진동은 클 것이다.

* 이 칼럼은 내일신문에 함께 게재합니다.

올챙이 기자로 시작해서 주필로 퇴직할 때까지 한국일보 밥을 먹었다. 혈기 왕성한 시절의 대부분을 일선 기자로 살면서 세계를 돌아 다녔고 다양한 이슈를 글로 옮겼지만 요즘은 환경과 지방문제, NGO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글 쓰는 것이 너무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0.6도 올랐다는 사실이 인류의 미래에 끼칠 영향을 엄중히 경고하기 위해서 사막을 다녀온 후 책을 쓰고, 매주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현장에 있고 천상 글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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