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셜디자이너 인터뷰(4)_‘비건소비생활’ 팀 정한나 님
정한나 님은 초등교사이자, 대학시절 환경교육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교육전공 박사과정 중인 전문 연구자다. 미래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평소 채식과 동물권에 관심을 갖던 중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에 참여했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개인적 실천에서 한 걸음 나아가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정한나 님을 만났다.
Q. 환경교육을 전공하셨다니, 우리나라 교과목에 ‘환경’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해외에도 독립교과인 경우는 드문데, 우리나라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선택교과로 ‘환경’ 과목이 개설돼 있어요. 다만 2021년 임용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12년간 환경교사를 선발하지 않아서 전공자들은 복수전공으로 교직에 나와야 했죠. 최근에 생태전환교육이 의무화되고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교에서 환경교육 시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환경 교재가 개발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요. 특히 기후위기가 환경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Q. 초등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환경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아이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던가요?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저는 아이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이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극단적인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조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에게 자칫 우울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초등학생들은 이미 기후위기 상황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의 기후가 이전과 다르다는 걸 체감하지 못해요. 그래서 상황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상물을 활용해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Q. 기후소셜디자이너로서 비건 소비생활과 관련한 활동을 했는데, 정한나 님은 비건인가요?
완전히 비건은 아니고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상에서 웬만하면 먹지 않지만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는 상황에 맞추어야 하니까 조금 먹기도 하고요. ‘육식 섭취를 최대한 줄이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한 사람이 엄밀하게 비건 생활을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간헐적으로 채식을 하는 것이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완벽한 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좀 서툴러도 여럿이 함께해야 문제해결이 더 쉽다는 뜻일 거예요.
Q. 기후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문제해결에 더 가까워졌나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비건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품의 성분표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부분을 해소하고 싶었고, 팀원들과 상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카드뉴스를 제작했어요. 카드뉴스 말미에는 우리가 프로슈머로서 제품의 성분을 좀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표기하도록 기업에 제안하자는 내용을 넣었고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에는 성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같은 성분이지만 식물성일 수도, 동물성일 수도 있어서 생산한 업체에 직접 연락해서 물어봐야 해요. 이미 많은 비건들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희가 제작한 카드뉴스에 공감한 분들이 함께 실천해서 앞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해요.
Q.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을 통해 얻은 개인적인 변화나 의미가 있다면요?
환경을 공부하고 있고, 1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노력은 해왔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건의를 하는 식으로, 사회적 행동을 한 적은 없었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서 그런 변화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환경 관련 행사장에 가면 텀블러나 에코백을 나눠주잖아요. 거기 모인 분들은 이미 에코백이 집에 많을 텐데도 관행처럼 로고를 찍어서 나눠주곤 해요.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건의할 생각은 못했는데, 이제는 나서서 이야기를 좀 하려고요(웃음). 교사로서는, 아이들에게도 생활 속 환경문제를 인지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학교나 기업에 의견을 말하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초등생들이 건의해서 우유팩 빨대가 없어지기도 했잖아요. 우리 학생들도 행동하는 시민으로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Q.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극단적인 경우 기후변화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교육을 통해서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고,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서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즉 인간이 자연과 함께 생태계 안에서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면 변화는 불가능하거든요.
정부와 기업에도 할 말이 있어요. 정부는 환경과 관련한 문제를 너무 정치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지구 공동체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하고요, 기업은 요새 ESG 경영이 유행이라는데 직원들에게 수저세트를 나눠주면서도 여전히 일회용품을 비치해두는 식으로, 눈가리고 아웅인 경우가 많다고 해요. 경영 성과표를 채우기 위한 ESG 경영이 되지 않도록 임직원들의 생활습관과 가치관을 바꾸고, 결국에는 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시민들은 나 하나 바뀐다고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되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지레 포기하거나 실천하는 사람들을 유난스럽다, 힙한 척한다고 비딱하게 보지 말고 작은 것부터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동참했으면 합니다.
‘비건소비생활’ 팀은 육식이 개인의 건강과 지구환경, 나아가 동물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비건 실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기후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가공식품의 정확한 성분표기를 촉구하는 내용을 비롯해 화장품, 패션까지 다양한 생활영역에 걸쳐 비건 소비생활 정보를 담은 6편의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했으며, 앞으로도 관련 정보 제공과 캠페인 활동을 지속해나갈 계획입니다.
– 인터뷰 진행: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 인터뷰 정리: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