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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Good to Great :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질적 전환을 맞이하기 위해서, 혹은 사회적경제가 이 사회에서 ‘좋은 것’을 넘어 ‘위대한 무엇’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위대한 사회적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함께 고민해 보시죠.

<사회적경제 Good to Great :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질적 전환을 맞이하기 위해서, 혹은 사회적경제가 이 사회에서 ‘좋은 것’을 넘어 ‘위대한 무엇’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위대한 사회적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함께 고민해 보시죠.


사회적경제,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
(1) 위대한 기업의 조건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어떻게 위대해질 수 있는가.
길은 두 갈래다. 실리콘 밸리의 길과 월마트의 길이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2007년이었으니, 벌써 7년 전이다.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하게 들리던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그리고 논의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문가들과 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제 한국에서 ‘사회적기업’ 은 들어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은 말이 됐다.

2012년이었으니, 벌써 2년이 지났다. 한 해 전 통과된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다.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던 협동조합 설립 및 운영이 법적 근거를 얻어 전면적으로 가능해졌다. 여러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뒤 흔들리는 자본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기업형태로 논의되기도 했다. 오랜 협동조합운동의 결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두 개의 큰 흐름은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논의는 더욱 꽃피는 듯하다. 사회적경제는 좀 더 나은 경제를 현실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물리치기 어려운 치명적 매력을 선사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조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신선하고 반갑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특히 초기에 사회적기업가로 나섰던 이들, 그리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협동조합을 세우고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하던 이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이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리고 이어갈 수 있었는지에 신규 진입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기세 좋던 그들이 요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모인 자리에서는 ‘재미없다’, ‘지쳤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 그들이 사회적경제에 뛰어들었을 때 보여주던 호기심 많고 초롱초롱하면서도 자신만만한 눈빛을 요즘은 찾기가 쉽지 않다. 조직의 생존을 이어가는 데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 애초 사회를 바꾸자던 열정을 갉아먹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회 변화를 향한 사명을 강조하며 실험을 이어가려는 창업자/대표자와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임직원들 사이의 갈등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변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기업이 하는 일을 답습한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먼저 맨몸으로 시장에 나가 영리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조직 입장에서는 서운하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그런 비판 앞에 또 지친다.

나는 이 모든 어려움을 위대한 기업이 탄생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본다. 어찌 보면 한 걸음 넘어 위대해지는 길을 가겠다고 방향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려움을 감당하겠다고 결심할 때 넘어설 수 있는 어려움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회적경제에서도 위대한 기업이 나올 때가 됐다. 그냥 좋은 기업이 아니라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시키는 데 거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 위대한 것일까? 그냥 ‘좋은 기업’과 다른 무엇이 이들을 위대하게 만들까? 어쩌면 그 답은 단순한 데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처한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길을 선택하는 기업은 최소한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가능성조차 갖지 못한다.

실리콘 밸리 vs 월마트

예를 들면 세계적 기술기업들의 산실인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떠올려 보자. 그 곳에서는 실험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디어만 있는 수많은 창업가들이 며칠 동안 한 군데 모여 프로토타입 앱을 만들어낸다. 그 중 괜찮은 것에는 그 자리에서 투자가 결정된다. 이게 해커톤이다. 그렇게 투자받은 창업팀은 내로라하는 투자 및 기술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그들이 제공해주는 사무실에서 성장한다. 이게 창업가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며 기업으로 키워주는 액셀러레이터다. 이런 시스템은 결국 이를 뒷받침하는 벤처캐피털이 있기에 가능하다. 1차 투자자는 2차 투자자에게 더 비싸게 주식을 넘기고,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해 거액을 회수한다. 그런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99개의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기꺼이 투자하고 멘토링을 제공한다. 나머지 1개의 성공이 그 모든 비용을 보상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이렇게 구성된 거대한 기업 생태계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기업들은 이런 시스템 아래서 기술적으로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가장 실험적인 것들이 만들어지고, 99개의 실패 속에서 하나의 성공작이 만들어진다. 한 명의 아이디어가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의 사용환경을 바꾸는 일도 많다. 그들 대부분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만들어간다. 가장 혁신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에서도 전혀 다른 경영모델도 있다. 월마트를 떠올려 보자.

월마트는 거대한 기업이다. 미국 전역을 실핏줄처럼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노동문제와 지역상권 파괴문제 등 다양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들이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들은 “Everyday low price”라는 슬로건을 걸고 저가경쟁을 밀어붙인다. 더 싸게 팔기 위해 임금도 협력업체 대금도 최대한 낮출 것이다.

그리고 지역 독점 전략을 쓴다. 소도시나 농촌지역에 가서는 그 지역 유통시장을 거의 다 잡아먹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매장을 차려놓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서 싸우니 당연히 잡음이 인다. 존재하는 이들을 밀어내며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는 일도 많다. 퇴행하는 기업처럼 보이기도 하고 값싼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지조차 개의치 않는다. 그 모든 잡음 속에서도 월마트는 탱크처럼 전진한다. 창업자인 샘 월튼은 ‘management by walking around’라는 말을 쓴다. 끊임없이 현장에 가서 상황을 파악하며 대응한다는 이야기다. 전투의 지휘자같은 역할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위대한 사회혁신기업의 조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월마트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 반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아는 기업들이다. 똑같이 사회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도 걸어가는 길은 갈라진다. 어떤 사회문제를 어떤 강도로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따라서, 그리고 해결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 데 따라 다르다. 모든 기업이 똑같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신이 처한 처지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사명이다. 자신의 역할을 잊어버리는 순간 모든 일은 복잡해지고 성장하는 길은 실종되고 만다.

가장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 사회를 혁신하려는 사회혁신기업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경영목표를 ‘오래도록 존재하는 영속기업’으로 잡는다면? 모순된 목표다. 실리콘 밸리 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실험을 멈추고 지금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 현재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정부 사업 대행을 하려 제안서를 넣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면?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당장 주류 시장에 뛰어들어 영리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매일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려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경쟁을 두려워하고 논란을 피한다면? 완벽한 모델을 만드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가장 혁신적인 모델을 찾아 실험하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매일매일 시장에서의 전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역시 존재 의미가 줄어든다.

월마트가 실험에 치중하거나 논란을 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런 기업은 당장 경쟁자들과 싸우며 협력업체나 임직원들과 갈등을 빚게 마련이다. 그런 역할을 스스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책임있는 기업으로 존재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논쟁은 피할 수 없으며, 논쟁이 있더라도 그것을 해결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가야 더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혁신적 기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사회혁신기업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려면 그렇다. 청산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남극에 깃발을 꽂는 일이고 우주를 정복하는 일과 같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방법을 실험하는 일이다. 실패하더라도 역사에 자국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업의 목표가 영구지속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최소한 혁신기업에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리콘 밸리 벤처기업 중 영속을 목표로 한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회혁신기업이라면 사회의 변화가 목적이라야 한다. 스스로의 영속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유통이나 공산품 제조업과 같이 영리기업들과 경쟁해 현재의 시장에 깃발을 꽂겠다는 기업이라면 영리기업과의 경쟁과 협력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질보다 양과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언제나 사회 변화라는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험적 시도로 기억되기보다는 고객을 설득해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판매하는 기업으로 기억되려 해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의 영속과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대한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필요하다

물론 위대한 기업이 탄생하려면 이에 걸맞은 생태계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적경제는 아직 제대로 된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영리기업과 비교하면 턱없이 어려운 환경에서 희생하며 싸우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혁신적 시도가 어떻게 출구를 찾고 확산될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혁신기업들의 혁신성을 꺾는다. 당장 생존하기 위해 실험을 포기하게 만든다. 인수합병이나 상장 같은 실리콘 밸리식 해법이 사회적경제에 맞게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곳에서 일할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유입되고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가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필요한 환경은, 영리기업에 맞춰져 있는 소비자와 금융사들의 변화다. 진정으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일은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프리미엄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이나 소비 같은 환경 변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은 결국 공공부문에 있다. 금융이나 소비는 많은 경우 공공부문이 조성한 인센티브와 인프라에 맞춰 변화한다. 정치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 공론 및 법제도와 중앙 및 지방정부가 설계하는 지원시스템이 사회 인센티브시스템 및 인프라를 구성한다.

위대한 정치가나 정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대한 기업이 많이 나오게 하면 그것이 좋은 정치, 좋은 정부다. 위대한 기업은 적절한 생태계에서 나온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공공부문의 관심은 이런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게서는 세상에서 가장 앞선 곳에 서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들의 발표에서는 호기심과 생동감이 넘친다. 사회적경제를 혁신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런 에너지다. 월마트 매장을 어슬렁거리는 최고경영자에게서는 그 모든 포화 속에서도 가장 싼 물건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서 하나의 제품이라도 더 팔고 말겠다는 끈기가 묻어난다. 사회적경제가 현실적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것은 그런 맷집이다.

위대한 사회적경제가 탄생하기 위한 필요한, 아주 솔직한 조건들이다.

글_ 이원재 (희망제작소 부소장 wonjae.lee@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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