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11)
희망제작소와 연세대는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생 현장 탐방 프로젝트 uGET’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2010년 여름 한 달간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영국 시니어들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조사해 그 방문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영국에서 전해질 재기발랄한 젊은이들과 지혜로운 시니어들 간의 조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기관은 영국 시니어 정년 및 고용과 관련된 정책 활동을 펼치고 있는 TAEN(The Age and Employment Network)이라는 곳입니다. 이 곳은 앞서 소개해 드린 PrimeTimers의 CEO인 Brent씨가 소개해주셔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기관과는 달리 출국 전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방문 전 현지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어떤 기관인지 살펴보았지만, 웹에 나와 있는 정보만으로 명확한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웠습니다.
TAEN의 사무실은 해리포터에 등장했던 Kings Cross 역 근처에 자리한 Age UK 건물 내에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Age UK에 관한 짧은 소개를 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 Age UK는 저희 팀이 직접 방문해 인터뷰한 기관은 아니지만, 방문 기관 중 여러 곳과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영국 최대의 고령화 관련 기관입니다.
Age UK는 고령화 관련 기관인 Age Concern과 Help the Aged, 두 단체가 병합된 기관으로, ‘시니어들이 번영하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갖고 시니어를 위한 정보와 조언 제공, 캠페인 실시, 상품 판매, 교육과 연구 등의 활동을 합니다.
[##_1C|1404003549.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TAEN 사무실이 위치한 Age UK 건물_##]이날 저희는 TAEN의 대표인 Chris Ball씨와 인터뷰를 하기로 되어있었는데요, 인터뷰 장소에는 Corinna Stowell이라는 숙녀분께서 나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Stowell씨는 인터뷰 당일 아침에 있었던 영국 정부의 정년 폐지와 관련된 성명 발표 때문에 대표 가 미디어 인터뷰에 응하느라 급히 자리를 비웠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TAEN은 정부의 정책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일하는 단체입니다. 저희는 먼저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었던 TAEN의 정체성에 대해서 여쭤보았습니다.
TAEN은 고령화 시대의 정년 및 고용 정책에 관계된 NGO들을 회원 기관으로 두고, 그들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 정부의 방침을 회원 기관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회원 기관들은 단체의 규모에 따라 일정한 회비를 내고 등록하게 됩니다. 반대 급부로 TAEN은 회원 기관에게 정부 정책의 변화를 업데이트 해줄 뿐 아니라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개최하고, 뉴스레터를 발송하며, TAEN에 일자리를 문의해 오는 시니어들을 적합한 기관에 소개해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고령화 관련 최대의 미국 기관인 AARP(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와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으며, 50세 이상 시니어 고용에 앞장선 고용주 및 기업을 시상하는 ‘International Innovative Employer Award’의 영국 지역 홍보를 맡고 있습니다. Stowell씨는 굉장히 대규모이고, 국제적인 이 행사에 한국 회사가 참여하는 것은 보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_1C|1215426893.jpg|width=”655″ height=”47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TAEN 개념도_##]
TAEN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정책 주제에 비해서 이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6~7 명이 이 조직을 꾸려나가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각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맡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운영 매니저(Operations Manager)인 Stowell씨는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건 분야의 정책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기술(Skills),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 복지에서 일터로(Welfare to Work), 재고용 등의 분야를 각각 직원 한 명이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Stowell씨가 맡고 있는 보건 분야에서는 연구 커미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세미나도 자주 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고령 노동자의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저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렸던 ‘복지에서 일터로(Welfare to Work)’ 주제의 경우 실업 수당이나 의료 수당 등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고, 이들을 다시 일자리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기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의지나 정책기조만으로 실제 사회 변화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TAEN이 현장에서 피고용자와 관계를 맺고있는 고용주나 고용 관련 영리ㆍ비영리 단체의 노력을 촉구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죠. 각자의 전문분야를 설정함으로써 TAEN은 각 주제에 관해 보다 심도 있는 활동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TAEN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영리영역(Private Sector)에서 경력을 쌓다가 시민영역(Civil Sector)으로 옮겨온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대기업 등에서 일해 본 경험은 영리영역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용주의 태도가 어떠한지, 또 어떤 이슈들이 산재해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TAEN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TAEN은 한 영역이나 분야에서 길러온 직무 역량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전 가능한 기술(Transferrable Skills)’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엔 이전과는 전혀 다르고 낯선 맥락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영리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시민이 시민영역에서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Stowell씨에게 영리영역에서 시민영역으로 건너오게 된 계기와 경험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여쭤보았습니다. 그녀는 35년간 아시아에 거주했고, 영국의 다국적 보험회사와 로이터에서 20년간 일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을 했다고 합니다. 50대 중반, 예기치 않은 사고로 배우자를 잃으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1년 후 로이터를 떠나면서 ‘무언가 다른,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민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_1C|1162261440.jpg|width=”266″ height=”25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인터뷰에 응해준 Corinna Stowell_##]TAEN에서도 그녀 자신의 ‘이전 가능한 기술’인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Stowell씨는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서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자원활동 영역의 네트워크, 정부와의 관계, 학자 및 고용주와 일하는 법 등 새로운 맥락에 익숙해지자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TAEN은 사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실행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원래 계획했던 방문 기관의 범위에서 다소 벗어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AEN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진 것은 아마도 영국 정부와 NGO간의 소통의 통로가 되어주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과 나이를 잊은 직원들의 열정 때문 아니었나 싶습니다.
Stowell씨를 비롯해 시민영역에서 인생 2막을 멋지게 개척하고 있는 TAEN의 시니어들은 저희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력과는 ‘무언가 다른, 보다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해 시니어 스스로 시니어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한국에서도 활짝 꽃피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이상 TAEN 방문기였습니다.
글_김맑음 (uGET 실버라이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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