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탐구생활

인턴연구원들의 활약상 공개!
조준형(뿌리센터 인턴)

조준형(뿌리센터 인턴)

서른 둘 조준형은 뿌리센터의 인턴이다. 경남 하동에서 상경해 스물아홉 살까지 대학을 다녔다. 졸업은 늦었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금융권 대기업을 4년간 멀쩡히 다니다가 올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4년 만에 주어진 자유 시간, 6주간 아프리카 케냐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귀국해 돌아오니 가을이었고 희망제작소 늦깎이 인턴이 되었다.

원소영(사회혁신센터 인턴)

원소영(사회혁신센터 인턴)

사회혁신센터 인턴 원소영은 스무 살이다. 아직 ‘청춘’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범주에 들어있는 희망인턴들도 부러워하는 가장 푸르른 나이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직 대학은 가지 않았다. 살면서 처음 맛본 자유로움을 누리다가 한번 써본 희망제작소 인턴에 덜컥 합격했다.

2014년 10월 6일. 34기 희망인턴은 활동 시작 3주 만에 비로소 11명의 완전체가 되었다. 11명 모두 각자 그려온 삶의 궤적이 다르다. 가장 긴 궤적을 그려온 조준형, 그려온 궤적은 짧지만 그만큼 폭넓은 가능성이 있는 원소영. 궤적의 길이는 다르지만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거부한 공통점이 있는 돼지띠, 띠동갑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궤적, 삶, 그리고 꿈이 궁금했다. 22일 수요일 늦은 5시 희망제작소 3층 회의실, 칼퇴근을 뒤로 한 두 사람을 붙잡고 서로가 묻고 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허좋은(이하 좋은): 진행 의식하지 말고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부터 자유롭게 이야기해봐.
조준형(이하 준형): 너 나한테 세대차이 느꼈어?
원소영(이하 소영): 전혀. 다른 모임에서 30대 중후반대 언니 오빠들을 많이 만나보고 이야기해봤어요. 저는 나이 많은 사람들과 하는 대화가 더 편해요.
준형: 내가 찌들었나? 나는 어른들 만나서 ‘조금 생각하면서 말해야지’ 하면 그때부터 대화를 제대로 못해.
좋은: 형은 반대로 소영이한테 세대차이 안 느껴?
준형: 나도 세대차이는 별로.

세대 공감, 고민은 반복된다

준형: 너는 요즘 관심사가 뭐야?
소영: 관계,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할 것의 괴리.
준형: 어떤 관계?
소영: 사람과 관계. 요즘은 ‘내가 다시 관계 맺는 법을 배워야 하나’ 생각이 들어요.
좋은: 최근에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사람과 만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소영: 그래요. 올해 초반부터 그랬어요. 어떨 때는 심했다가 어떨 때는 확 줄었다가 하는 것 같아요. 그 자리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분위기 따라 적응에 많이 영향 받은 것 같아요.
준형: 내 입장에서는 관계가 별로 신경 안 쓰여.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저 사람이 나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서로 생각이 맞으면 친해지고 아니면 안 친해지잖아. 네 바람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의식해서 관계를 고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돼. 나도 전에는 고민했는데, 이제는 바뀌었지. 나 같은 경우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거든. 지금 할 수밖에 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 먹고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면 해결될 것 같아.

좋은: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할 것의 괴리는?
소영: 처음 희망제작소 지원할 때 안 될 줄 알았어요. 대학생이 아니니까. 그런데 덜컥 됐어요. 한 달 전만 해도 ‘협동조합이 뭐지?’, ‘사회적 기업이 뭐지?’ 그런 관심이 있었는데, 사라진 느낌이 들어요. 또 2014년 초반에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뤘는데, 연말이 되니깐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서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좋은: 하고 싶던 것 중에 어떤 걸 해봤어?
소영: 혼자 다니기를 엄청 좋아해요. 전시나, 영화 보러.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정말 하고 싶던 것.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때부터 얽매이잖아요.
준형: 나는 진짜 공감이 가. 내가 뭘 해야 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나도 그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했어.
박예림(이하 예림): 지금도 항상 하는 고민이잖아.

외로운 결정의 지지자 부모님

좋은: 준형이 형은 어떻게 하다가 괜찮은 직장을 그만두게 됐어?
준형: 입사하고 6개월 만에 파업을 했어. 144일 동안. 금융권은 ‘노동자’와 거리가 먼 것처 럼 느꼈거든. 파업하다 보니 노동자 교육을 듣게 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된 거야. 돈 앞에 약한 사람들은 우리도 강자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돈의 노예라는 현실이구나’라고 생각했지. 파업이 끝나고 일을 하는데…,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돈 주는 대로 시키는 일만 하는데, 내 발전은 없이 그냥 부품으로 쓰이다가 버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뭐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노인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기업에 관심 생겼어. 막상 그만두니까 뭐 해 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
소영: 일반적인 눈에 오빠는 불안정하잖아요. 저 같은 상황도 부모님 입장에서 불안해하셔 요. 어떻게 믿음을 드려요?
준형: 난 회사 나올 때 두 가지를 말했어. 첫 번째 “아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데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한 가지 더. 실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나 실패할 수 있는데 노가다하면서 밥 먹을 자신 있다”고. 내가 내 풀에 꺾이는 것은 괜찮지만, 쉽게 말해서 나쁜 선택을 하지 않을 자신은 있으니까 믿어 달라고만 했어. 어머니는 내 맘 다 이해해주시고, 아버지는??.
소영: 잔소리?
준형: 장난 아니지. 아버지랑 얘기 많이 해. “아버지가 믿어주셔야죠. 아무도 안 믿어주는데, 아버지가 믿어주셔야 그나마 성공확률 높아집니다.” 그럼 또 잔소리하시고.
소영: 잘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준형: 너도 대학을 가지 않는, 진짜 쉽지 않은 선택을 했잖아. 나는 내 삶이라는 걸 조금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시기인데, 너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시기니까.
소영: 어릴 때부터 스스로 ‘무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워낙 많이 갖고 있었고, 워낙 소심해서 일탈을 꿈꾸지만 실행 못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고3 때도 힘들어만 했고 아빠는 안타까워만 했어요. 그러다 아빠가 먼저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제안했는데 저는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교회 언니에게 아빠의 제안을 말하니까 “아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해줬어요. 그때부터 고민해서 결정했어요. 사실 아빠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저 문과거든요. 아빠는 ‘실제 세상을 보고 이과 성향을 가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올해 4월이 되니깐 계속 자격증을 따라는 거예요. 엄청 싸웠죠. 싸우다가 아빠가 “믿어줄게”라고 한발 물러섰어요.
준형: 와~ 진짜 좋은 아버지다.
소영: 오히려 엄마는 불안해하죠. 공부할 시기 놓치는 거 아니냐고. 언니가 재수해서 저도 재수하는 걸 원치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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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형: 재수는 안 한다고 했지만 생각은 바뀔 수 있잖아?
소영: 현실에 지는 것 같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준형: 그러면 넌 어떤 공부를 하고 싶어?
소영: 사회학이요.
준형: 하고 싶어서? 아니면 가야 되니까 정한 거야?
소영: 고민이 있었어요. 대학에 대해 조언해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자유를 누리다가 조금 더 넓게 생각하게 되었을 때 가면 어떨까. 그때 대학에 가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학을 배우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언니 학교 학생증 빌려서 도서관에 갔거든요. 책을 보니 재밌을 것 같고.
좋은: 일단 당장 수능을 보는 건 아니고?
소영: 저는 시험 삼아 수능을 보라는 말도 이해 못해요. 작년 수능도 시험 삼아봤는데 엄청 떨었거든요.
준형: 그래서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소영: 아니요.
준형: 그래서 익숙해지라는 의미 아닐까? 익숙해지면 편해. 그리고 운이라는 게 있고.
소영: 작년 수능 기억 때문인지…. 엄청 스트레스였어요. 그 공간에 있는 게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서….
준형: 내가 회사 다니면서 제일 많이 느낀 게, 회사는 문제를 없애는 데가 아니거든. 항상 문제가 존재해. 그 순간 문제를 없애고 해결하면 그다음에 일이 생겨. 또 일이 생기고, 또 일이 생겨. 무슨 말이냐면, 문제를 없애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문제를 없앨 수 없어. 문제에 익숙해져야 하거든. 너는 스트레스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이야. 평생 동안 스트레스 절대 해결 못해. 또 뭔가 생길 거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엔 계속 스트레스 받아~

미래를 걱정 말고, 지금의 나만 보기!

소영: 지금 목표는 뭐예요?
준형: 희망제작소 오기 전에는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어. 지금은 노인을 위한 교육 콘텐츠나 뿌리센터에서 하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싶어. 사회적기업이 어렵긴 하지만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 그런데 회사 관두고 와보니 ‘와 이쪽 동네도 장난 아니구나, 성공하는 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관련된 곳에서 회사생활을 더 해야 할 것 같아.
준형: 너는 당장 꿈은 뭐야?
소영: 너무 어려워요.
준형: 미래의 꿈 말고. 아주 소박하게,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게 뭐야?
소영: 원래 꿈이라면 기분이 좋아야 되잖아요. 아…….
준형: 어려워?
좋은: 형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준형: 지금의 나만 보고 걱정 안 하는 거. 계속 미래를 보니까… 현재만 보면 걱정이 없거든. 지금 여기서 하는 일들이 엄청 재밌어. 일 하다가 ‘아, 나 취업 어떻게 하지?’
예림: 저도 처음 인턴 지원할 때는 고민 없이 썼어요. 딱 들어오니까 ‘내 친구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고, 내가 이럴 때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들어왔더니 애들이 어린 거예요. 혼란스러웠어요. 지금은 그냥 생각 안 하고 있어요.
소영: 먼저 얘기해줘서 기억에 났어요. 그냥 시간 흘리는 걸 너무 싫어해요. 어제 그래서 일부러 일기 썼어요. 일기 쓰면서 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고, 희망제작소는 어떤 곳이지, 스스로 뭘 할까 정해보고. 하루하루 다른 것에 대해 기쁨을 느꼈거든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 오늘 어디 가니깐 좋네. 다음날은 비가 와. 그래도 좋아. 어제와 다르니까’ 단순해보이지만 하루하루 행복해지려고 했거든요.
매일매일 똑같은 기억으로 안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엘리베이터 사진을 찍었어요. 그걸로 일기 쓰려고. 사소하지만 내 흔적이 닿은 곳, 내가 보면서 뭔가 생각을 한 곳에 대해서 일기를 쓰려고.
준형: 사실 나도…. 나 스무 살 때 도대체 뭐했냐?
소영, 예림: 술만 먹었지!!
준형: 그러니깐. 네가 지금 힘든 만큼 나중에 진짜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서른 되면서 기분이 제일 좋았어. 남들은 진짜 싫다고 하잖아. 나는 조금씩 뭔가 정리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아직 똑같은 문제에 닥쳐있고 힘든데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언젠가 너도 나랑은 다르겠지만 편안해지는 시기가 훨씬 빨라지지 않을까? 우리도 이 고민 얼마나 하는데.
예림: 비슷해
준형: 그래서 결론은 멋져. 더 고민해. 지지고 볶고.

진행·정리_ 허좋은 (34기 공감센터 인턴연구원)
사진·보조진행_ 박예림 (34기 교육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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