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  –  한국 종자산업의 미래, 허브씨앗과 채소씨앗 이야기 


농업에서 종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상당 부분의 종자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국내 농업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종자 개발과 연구에 매진해 한국 종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한국 종자산업의 대부가 있다. 특수채소씨앗과 허브씨앗 생산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아시아종묘의 류경오 대표이사다.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소장 김완배)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  강좌의 7월 강연자로 초청된 류 대표이사는 16일 열린  ‘한국 종자산업의 미래 -허브씨앗과 채소씨앗 이야기’  강연을 통해 그동안의 경험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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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못 팔면 밥도 안 먹었죠”

가락시장에 위치한 아시아종묘는 우리나라 종자수출의 약 14%(2008년 기준, 1905만 달러)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종자회사다. ‘Every Corner of the World(세계의 모든 구석구석까지)’라는 모토를 내건 아시아종묘는 약 50개국 184개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아시아종묘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류경오 대표는 건국대 농대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서울종묘에 입사하면서 종자 산업에 입문했다. 영어, 일본어가 모두 가능했던 류 대표는 가방 하나만 메고 전 세계를 누비며 일본이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종자 시장에서 한국 종자를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씨앗 한 봉지를 팔지 못하면 밥을 먹지 않았다”는 류 대표의 열정은 아시아종묘의 오늘이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틈새시장의 일반화를 노려라

류경오 대표는 1992년 아시아종묘의 전신인 아시아나종묘를 창업했다. 종자회사를 창업하면서 류 대표는 혼자만 팔 수 있는 씨앗이 없는지 계속 고민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허브씨앗이었다. 그러나 허브씨앗은 아무리 홍보를 해도 많이 팔리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로즈마리나 라벤더와 같은 허브 식물은 씨앗 없이 나무를 잘라서 심어도 재배가 가능했다.

허브씨앗의 실패 이후 생각한 것은 쌈밥집이었다. 대학신문사 편집장 경험을 가지고 있던 류 대표는 신문에 글을 올려 식당을 모집했다. 식당 운영이 어려운 식당주인들에게 쌈장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채소 농가를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전국적으로 허브바람이 불고 쌈밥집에 대한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류 대표의 쌈밥집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채소를 짓는 농민들에게 다품종 소량 재배를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작물을 한 농지에 짓는 것이지요. 몇몇 채소의 가격이 내려갈 때도 여러 가지의 채소를 동시에 지으면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아요. 쌈채소를 처음에는 5~6가지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250가지나 내놓게 되었습니다. 쌈채소 가짓수가 많아지면 매일 색다른 채소를 맛볼 수 있으니 먹는 사람들도 질리지 않게 되지요.”

아시아종묘는 모듬쌈채 이외에도 무순, 특수서양채소, 먹는 꽃, 단호박과 미니 단호박 등을 개발해 왔고, 최근에는 새싹채소와 어린잎채소 등 남들이 도전하지 못했던 채소들을 생산하고 있다.  모두 류경오 대표의 남다른 사업철학에 의한 것이다.

“저는 늘 틈새, 희귀, 특수시장을 독자적으로 개척하여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틈새시장의 일반화라고 할까요. 그리고 쌈채소는 일종의 공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닐하우스는 공장이고 남편은 영업과 기획, 부인은 총무와 경리이지요. 일용직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직원들이구요. 이쯤 되면 농업은 1차산업이 아닌 3차산업을 뛰어넘는 종합예술과도 같습니다. 농민들이 가을에만 수확해서 돈을 벌게 된다면 우리 농업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매일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어야 하고, 매일 납품해 현찰이 들어와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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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채소와 어린잎채소를 국내에 소개하다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자주 먹게 된 새싹채소는 어떻게 국내에 도입된 것일까?  류경오 대표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민들이 보다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새싹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새싹도 쌈채소처럼 모듬으로 하게 되면 하나의 가격이 나쁘더라도 다른 것의 가격이 높아지면 보완이 됩니다. 요즘은 대부분이 넉넉히 먹고 사는데, 적게 먹고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 새싹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싹의 경우 아시아종묘에서만 150톤 정도가 나가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밀싹을 많이 먹고 있는데, 히포크라테스 연구소라는 곳에서는 밀싹으로 즙을 내어 암을 치료하는 연구도 하고 있지요.”

류 대표는 어린잎채소를 도입하게 된 계기도 소개하면서 강의를 이어갔다.

“새싹채소가 너무 양이 적어서 좀 더 풍성하면서도 안전한 먹거리가 없느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린잎채소를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베이비 리프(baby leaf)라고 부르는데요. 새싹채소는 떡잎과 배축을 뿌리와 같이 먹는 것이고, 어린잎 채소는 떡잎은 죽고 본엽(true leaf)이 5~6개 정도 있을 때 수확해 먹는 것입니다. 쌈채소는 25일에서 30일 정도 걸리지만 어린잎채소는 15일에서 2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종자업은 최고의 문화사업

류 대표는 종자업이 직원들과 가족처럼 정으로 뭉쳐야 가능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자들을 소중히 여기며 존경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CEO가 직원들을 잘못 대접하면 1, 2등 상품은 친구집에 보관하고 3등짜리만 회사에 보관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야간 육종이라는 말이 있는데 밤에 몰래 연구소에 가서 남이 연구해 놓은 것을 먼저 발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자들을 더욱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지요.”

“국내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유전자원들 조차 서로 지켜주지 못하고 외국에 유출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국가에서 눈을 뜨고 지켜주는 것도 아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류 대표는 종자업이 “외화벌이에 있어 최고의 사업인 동시에 최고의 문화사업”이라며 한국 종자산업의 미래를 밝게 내다 보았다.

“종자업은 최고의 부가가치 사업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기 쉬운 영역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양배추이고 가장 비싼 채소는 브로콜리인데요. 저희는 이 두 가지 영역에 모두 도전하고 있고, 특히 양배추 부분이 유명하지요. 교배종으로 적양배추(red cabbage)를 만들기도 했는데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80%는 자가 농사를 짓고 20%는 생활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사람들이 온순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고 사람들이 건전해지려면 모두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욕도 하고 싸움도 많이 하는데 순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허브 채소를 기르고 농사를 지으면 사람들이 좋은 쪽으로 순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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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도 휴가를 보내줘야죠”

아시아종묘의 CEO인 류 대표는 개인적인 운동도 벌이고 있다. ‘한가족 한텃밭 가꾸기 운동’, ‘자연 퇴비사업을 위한 풀베기 운동’, ‘농토안식년제-비닐하우스 땅 휴가보내기’ 등 독특한 이름의 운동들이다.

“도시민들이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면 농민들이 만든 채소를 안 사먹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채소를 길러본 사람이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는 퇴비가 없습니다. 퇴비가 생산되어야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데, 풀을 베어서 퇴비를 만들고 땅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 땅은 임대료가 비싸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아토피 등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질병들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땅이 쉴 수 있도록 휴가를 보내줘야 합니다.”

류경오 대표는 개인적으로 9년째 성경에 나오는 식물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성경에는 여러 가지 허브를 비롯한 고귀한 식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허브와 꽃을 공부해서 새로운 사업 테마를 개발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한다.

류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도시민의 시각 변화를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작은 목소리가 모이면 커지듯이 도시민들도 시각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수퍼마켓이나 가락시장에 갔을 때 유기농 채소가 아름답지 않고, 혹 찢어졌더라도 그것을 먹을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유기농이 상처 하나 없이 예쁘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합니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전우석 연구원 (jeonws7@makehope.org)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  8월 강의에 초대합니다!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에서는 8월 6일(목) 오후 2시, 장생도라지의 이영춘 대표이사를 초청해  ‘산삼보다  좋은 도라지 이야기’  강의를 엽니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누구나 오셔서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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