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섬에 밤배를 띄우다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섬들만으로 이뤄진 자치단체, 바로 신안이다. 신안에는 무려 1004개의 섬이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자원이 풍부해 천사들이 내려와 살 것 같은 신안에서,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보존하며 자연과 함께 자연이 선사한 선물들을 자원으로 삼아 미래를 활짝 열어가는 박우량 군수를 만났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먼저 신안에 대한 소개와 자랑 부탁드립니다.

박우량 신안군수(이하 박) : 우리 신안군은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되어 새로 창군된 곳입니다. 전국 3,300여 개 섬 중 30%인 1,004개의 섬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작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서는 우리 군의 홍도와 증도가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흑산도, 가거도, 자은도, 비금도, 도초도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섬들이 많습니다. 신안은 동서 길이가 150km, 남북으로는 100km가 넘는데요. 서울시의 22배가 되는 12,654㎢의 면적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갯벌 총면적의 10%를 차지하는 378㎢의 갯벌, 500여 개 해수욕장, 1,735km의 수려한 해안선 등 세계적인 해양자원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정바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수산물은 우리 군민들에게 큰 소득원이 되고 있어요. 매월 별미축제가 열리는데요, 봄에는 굴과 간재미, 강달어, 여름에는 병어, 바다송어, 민어, 가을에는 불볼락, 왕새우, 뻘낙지, 겨울에는 홍어, 김, 바다토하 등을 주제로 작은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신안은 언제 오셔도 맛있는 제철 해산물을 맛보실 수 있는 곳이지요.


[##_1C|1281238766.jpg|width=”300″ height=”34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박우량 신안군수_##]
윤 : 민선 4? 5기 신안군수로 재임하고 계신데요, 군정을 이끌면서 거둔 대표적인 성과를 말씀해주시지요.

박 : 가장 대표적인 성과 두 가지만 말씀드리지요. 바로 ‘전국 제일의 해양생태환경보호’와 ‘섬 주민 생활의 획기적 개선’입니다. 먼저 1004개의 섬과 바다, 갯벌 습지, 아름다운 해안선 등은 신안만의 자랑이자, 또 보존해야 할 자원이라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처음에는 ‘환경보호가 밥 먹여주냐?’라는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 군민들이 스스로 빈터에 나무를 심고 폐기물을 수거하는 등 환경보호에 저보다 더 앞장서고 있습니다.

둘째로 주민생활 개선인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안군민들은 오후 2~3시면 발이 묶여 나들이를 하지 못했어요. 섬이다보니 다들 그러려니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30분 전까지만 가능하던 여객선 운항을 관계법률 개정을 통해 야간에도 가능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중앙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했고요. 마침내 전국 최초로 전 읍?면 여객선 야간운항 시대를 열었지요. 또한 전국 최초의 버스 완전 공영제, 낙도 오지의 식수 해결 등 그동안 운명으로만 받아들였던 섬 주민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전국 최초, 버스 완전 공영제 시행

윤 : 전국 최초의 버스 완전 공영제에 눈길이 가네요. 행정에서 직영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직영제로 바꾸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박 : 몇 년 전에 브라질 꾸리찌바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버스만으로도 대중교통시스템을 충분히 편리하게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직 때 꾸리찌바 사례를 벤치마킹 했잖아요. 처음에는 다들 말렸어요. 재선하고 싶으면 버스회사를 건들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어요. 30~40년 동안 한 지역에서 자리 잡고 버스사업을 한 분들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저는 재선이 안 되더라도 필요한 건 반드시 하자는 생각이었죠. 우선 주민들이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버스회사 한 곳을 매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그 뒤 버스회사를 하나씩 차근차근 매입해 나갔어요. 2007년 임자면을 시작으로, 2013년 5월까지 14개 읍?면 전 지역에 버스 완전공영제를 안착시켰습니다. 만 65세 이상 노약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고요. 버스 완전공영제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어요.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취미?문화생활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이죠.

[##_1C|1356393908.jpg|width=”350″ height=”26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신안군에서 운영 중인 공영버스_##]

윤 : 공영제를 하면 예산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연간 어느 정도 투입되나요?

박 : 인근 다른 지자체에 비해 운영비가 굉장히 적게 듭니다. 노약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무료승차 범위가 넓은데도 적게 들어요. 현재 40여 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보니 다른 지자체는 1년에 24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고 우리 신안은 18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더라고요. 완전 공영으로 해서 운영하다보니, 즉 회사가 아니어서 인건비나 관리비용 등이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윤 : 군에서 직영한다고 해도, 모든 곳에 버스가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점은 어떻게 보완하고 계신지요?

박 : 완전 공영제 실시 이후 택시업계에서 난리가 났어요. 생존권 운운하는 주장이었는데, 일리가 있고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소장님 말씀대로 버스를 운영하기 어려운 지역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죠. 한참 고민하다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택시쿠폰제’를 생각하게 됐어요. 이 제도라면 택시 공급과잉의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요컨대 버스 운행이 되지 않는 지역에 택시쿠폰을 주는 거예요. 집에서 면사무소까지 가는 쿠폰, 집에서 선착장까지 가는 쿠폰 등 두 종류의 쿠폰을 1주일에 2장씩, 한 달에 8장 제공합니다. 쿠폰 한 장이 있으면 택시 한 대에 여러 사람이 탈 수 있으니까, 밖에 나올 때는 3~4명의 사람이 함께 택시를 이용하더라고요. 그만큼 비용도 절감되고요. 이 제도 시행 뒤 주민들과 택시기사들의 불평?불만이 굉장히 많이 줄었어요. 예산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연간 2억 원 정도 들거든요.

이야기 넘치는 슬로시티, 증도

윤 : 다른 지자체에서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되네요. 앞서 해양생태환경보호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차원에서 슬로시티 증도가 주목할 만한 사례 같습니다.

박 : 제가 하남시 부시장을 할 때인데, 출장길에 잡지에서 이탈리아의 슬로시티 이야기를 보게 됐어요. 굉장히 인상 깊더라고요. 환경을 지키며 옛 문화를 살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죠. 하지만 바쁜 일에 치여 잊고 있었는데, 2006년 신안군수가 된 뒤 만난 한 분이 슬로시티를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전라남도에 제안서를 올렸어요. 그런데 도지사님이 신안뿐만 아니라 전남 전체에 슬로시티 콘셉트를 적용시키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완도, 장흥, 담양 등도 슬로시티 사업을 추진하게 됐지요.

증도는 갯벌과 해수욕장, 해송숲 등의 자연환경과 송?원대 유물매장지역, 태평염전,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 등 문화유적과 유산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곳으로, 슬로시티를 추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었어요.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마음을 치유하면서 나를 찾을 수 있는 최적의 힐링지역인 셈이죠. 우리 증도가 다른 지역의 슬로시티와 차별화되는 게 있다면, 이야기(story)가 끊임없이 샘솟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테마가 ‘금연의 섬’이에요. 증도 안에서는 담배를 없애자고 한 거죠. 2년치 보상금액을 주면서 섬에 있던 담뱃가게를 철수시켰어요. 이제 한 곳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자전거의 섬, 유기농의 섬, 깜깜한 밤 별 헤는 섬 등 다양한 친환경 테마를 만들어 증도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차 없는 섬’ 추진을 위해 증도대교 입구에 자동차 주차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차장이 완공되면 증도는 완벽한 슬로시티가 될 것입니다.


[##_1C|1221085619.jpg|width=”400″ height=”2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증도_##]
윤 : ‘깜깜한 밤 별 헤는 섬’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 : 말 그대로 깜깜한 밤에 별을 헤아리자는 것인데요. 불을 끄고 별빛을 즐기자는 거죠. ‘국제밤하늘협회(The International Dark Sky Association)’에도 가입해 매년 150달러를 회비로 내고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주민들은 불을 켜자고 난리였죠. 하지만 제가 빛공해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증도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즐기자며 계속 설득을 했어요. 그래서 가로등에 갓을 씌우고, 가정과 업소에는 커튼 설치비용을 지원했어요.(가정 80%, 식당 50%) 지금은 주민들이 불 켜자는 이야기를 안 하십니다.

윤 : 유기농 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증도 농산물은 모두 유기농법으로 생산되는지요?

박 : 신안은 게르마늄이 풍부한 갯벌 토양과 맑은 공기, 하루 종일 내리쬐는 햇볕과 신선한 해풍 등 유기농업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2012년에 증도를 유기농 섬으로 선포했지요. 앞으로 증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은 유기농법이 적용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신안 전체로 확대시키려 해요.

또 5년 전부터 증도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전 가구에 주방세제와 세탁세제를 친환경세제로 공급하고 있어요. 사실 도시는 하수처리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거든요. 1개에 30~40억 원의 예산이 드는 걸 쉽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하지만 하수처리 없는 상태로 계속 방치하면 바다에 질소와 인산이 엄청나게 쌓이거든요. 그래서 질소와 인산이 안 들어간 친환경세제를 공급하게 된 거죠.

농촌에는 또 잡초를 잡기 위한 멀칭 때문에 폐비닐이 길가에 많아요. 바람이 한 번 불면 아주 난리예요. 하지만 증도는 아주 깨끗합니다. 증도에 오셨던 한 국회의원은 ‘무슨 농어촌이 이렇게 깨끗하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한국 조경업의 대모와도 같은 분인 정연선 선생님은 증도가 독일처럼 깔끔하다고 말씀하셨고요. 여기에는 남다른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정부에서 1kg에 15원으로 매입하는 폐비닐을 신안에서는 300원에 매입하고 있어요. 무려 20배 높게 사는 것이죠. 폐농약병은 1kg에 5,000원, 은박지로 된 폐농약봉지는 1kg에 1만 원으로 매입하고 있어요. 영농폐기물 수거에 매년 6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윤 : 정말 깨끗한 섬이 만들어지겠네요. 외부에 신안의 생태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게기도 될 것 같고요. 현재 조성 중인 ‘신안 갯벌 모실길 1004km’도 신안의 자연과 생태를 체험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던데요.

박 : 섬 사람들의 애환과 삶이 녹아있는 갯벌을 주제로 길을 만들고 있어요. ‘모실길’이라는 이름에는, 신안으로 ‘모신다’는 의미와 섬마을로 ‘모실(나들이)간다’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2016년까지 총 20개 섬에 77개 모실길을 만들 예정입니다. 현재 비금도 외 6개 섬, 26개 모실길을 연결했어요. 또한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노두길(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 만든 징검다리)과 갯벌 해상목교, 꽃 피는 방파제길, 천일염전과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배경으로 한 임도를 연결해, 신안 섬의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도 알리는 길을 만들려 합니다.

맑은 바람, 깨끗한 물, 건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신안 농산물!

윤 : 몇 군데 다른 지자체와 함께 서남해안 갯벌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 오셨습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던데요. 축소 등재 등의 대안도 나오고 있는데, 군수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박 : 신안의 갯벌 면적은 378㎢로, 한국 전체 갯벌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 습지보호 및 유네스코, 람사르습지 적용지역은 증도, 도초, 비금, 흑산 등 4개 지역인데요. 2011년 2월에 증도 갯벌만 세계유산 우선등재대상으로 지정됐어요.

서남해안 갯벌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 발전을 이룩하는 대표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5월1일 문화재청과 전남?전북?충남 3개 광역자치단체, 서천?고창?부안?여수?순천?고흥?보성?신안 등 8개 기초자치단체 간 서남해안 갯벌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어요. 이후 여자만?곰소만 2개 지역은 주민 설득 등의 노력을 위해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고요. 신안 갯벌과 유부도 갯벌을 우선 등재 추진지역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추진은 지형과 지질만 우선 등재대상으로 해서 진행 중이거든요. 어업과 같은 생업 활동에는 전혀 제한이 없어요. 따라서 다른 자치단체도 갯벌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적극적으로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1C|1041149534.jpg|width=”400″ height=”2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신안군 남측 갯벌지대_##]
윤 : 신안 다도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는데요. 전국 최초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에코라벨(환경인증마크)을 개발하셨지요? 이를 통해 지역 특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홍보하고, 지역민의 소득증대를 꾀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지요? 어떤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시는지요?

박 : 지난 5월에 개발 완료했어요. 저작권 확보를 위해 특허청에 상표디자인 등록 출원을 했고요. 2014년 상반기에 상표 등록이 완료될 계획입니다. 이 라벨은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등에 2014년 상반기부터 사용될 예정이에요. 이 라벨을 통해 생물권보전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농어민 소득증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려 합니다.

윤 : 그렇다면 친환경 농업 육성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2009년부터 신안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사업이 올해 5월 완공되었다면서요? 이 단지를 통해 신안을 명실상부한 친환경 유기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소개해주시지요.

박 : 친환경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바람, 그리고 땅입니다. 물론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농작물은 모름지기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 맑은 바람 등 3가지 조건 속에서 자라야 최상의 품질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신안의 농작물에는 힘이 있습니다. 예전에 쌀 주산지로 유명한 지역의 한 국회의원께 4kg의 신안 쌀을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왜 보내느냐고 반문하더니 나중에 전화하셔서 쌀 한 가마니만 보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쌀로 유명한 지역들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천 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그렇다보니 땅에 힘이 없을 수밖에 없죠. 신안은 농사지은 지 60년도 채 안 되었어요. 땅이 건강하다보니 재배되는 농작물에 힘이 있는 겁니다.

현재 신안의 전체 경지면적의 30% 이상에서 무농약 이상의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데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슬로시티, 람사르습지 등으로 지정된 증도면과 지도읍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사업비 111억 원을 투자하여 광역친환경농업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이 사업은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양질의 퇴비로 자원화하여 친환경농법 실천 농가에 공급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자원순환형 농업시스템과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앞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도초, 비금권역에도 광역친환경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려고 해요. 이를 통해 우리 신안이 국민의 안전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전국 제일의 유기농업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윤 : 이런 사실을 좀 더 적극 홍보하면 신안의 농산물이 더 유명해질 것 같은데요?

박 : 그렇지요. 하지만 신안은 쌀 유기농업에선 후발주자입니다. 쌀 브랜드만 전국에 180개가 넘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신안의 특산품이었던 천일염 홍보에 집중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죠. 천일염이 알려지면 다른 농작물도 자연스레 홍보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겠더라고요.

소금은 식품이 아니다?

윤 : 신안은 전국 천일염의 7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천일염 육성 산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한때 사양산업이 되었지만,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요.

박 : 저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맛있게 먹으려면 음식의 간이 맞아야 합니다. 그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소금이고요. 김치나 젓갈,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어디 하나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게 없습니다. 대체식품도 없고요.

요리 좀 하는 사람들은 신안 천일염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천일염을 포기하고 수입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그래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젓갈업자들의 공이 큽니다. 젓갈을 담그는 데 수입산 소금을 쓰면 제대로 된 맛이 안 나오거든요. 천일염의 품질을 따라갈 수 없었던 거예요. 사실 저도 염전하던 집 아들인데요. 저희 집이 40년 넘게 염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덕분입니다.

하지만 소금 값이 지나치게 싸다보니 그동안 천일염 산업은 사양산업으로 비껴나 있었어요. 군수로 취임하고 나서 이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지요. 이에 취임 두 달이 되었을 즈음에 세계 최고의 소금을 생산한다는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산하는 방법과 품질이 우리와 비슷해요. 가격은 20~30배 차이가 나는데…. 그래서 우리 신안 천일염의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죠.

그동안 소금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광물로 분류돼 있었어요. 배추나 생선 등의 보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돼 있었죠. 가정에서 김치나 장을 담글 때는 사용할 수 있지만, 가공식품 제조 등 산업용도로는 쓰지 못했던 거예요. 소금을 식품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 군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식품으로 재분류되었고요. 이를 통해 천일염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또 2011년 소금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명실상부한 천일염산업 육성 지원사업 추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요. 아울러 천일염의 세계화 기반 구축을 위해 2008년 천일염산업 특구 지정, 천일염산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염전시설개선사업, 천일염 택배비 지원과 홍보, 생산자 교육?훈련, 천일염 생산자협의회 및 작목반 지원 등 천일염 생산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천일염 축제와 박람회 개최, 천일염 팸투어, 언론매체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안 천일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2009년에는 신안 천일염 바둑팀을 창단하여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안 천일염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품질이 아주 우수합니다. 세계  최고 명품 소금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게랑드산에 비해 칼륨과 마그네슘 등 주요 미네랄이 더 많이 들어 있어요. 덕분에 이탈리아 코마치오 소금과 더불어 이제 세계 3대 명품 소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_1C|1232588175.jpg|width=”400″ height=”26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대성염전_##]
윤 : 섬 지역에는 물 부족 문제가 종종 나타나는데요. 이를 극복하고 생태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소규모 ‘생태둠벙’을 조성하셨습니다. 가뭄 해결은 물론 생태계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던데요.

박 : ‘친환경 생태둠벙’ 조성사업을 지난 2010년부터 매년 200개소 이상씩 추진하고 있어요. 이 둠벙은 친환경농업단지 인근의 자연수 확보가 가능한 논?밭 가장자리에 30~50평 정도의 소규모로 조성되고 있는데요. 친환경농업을 위한 천적 서식처 제공과 수질 정화의 효과를 거두면서 생태환경이 복원되고 있습니다.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험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고요. 가뭄이 심했던 지난해와 올해에는 적절한 시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해 효자노릇도 톡톡히 했지요.

생각을 바꾸면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된다

윤 : 지난 3월에는 기도에 설치한 빗물이용시설이 국제 환경상인 ‘에너지 글로브어워드’에서 국가상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박 : 신의면에서 떨어진 작은 섬 기도는 10가구 20명이 거주하는 낙도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지하수와 생수로 식수를 해결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하수에는 염분이 있어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생수는 육지에서 구입해 배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요. 가구 수가 너무 적어 수원지 등 규모 있는 사업을 벌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해결방안을 찾던 중,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게 되었죠. 이를 통해 깨끗하고 안정적인 식수를 공급하게 되었어요. 이 시설의 원리는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탱크에 모아 정수하여 공급하는 겁니다.

생각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행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렸을 때 빗물을 먹고 자랐거든요. 물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빗물을 먹으면 죽는 줄 압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빗물은 먹을 수 없다’는 인식을 깨트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_1C|1128513330.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빗물이용시설_##]
윤 : 생각을 유연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이를 행정에 적용시키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박 : 신안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무인도가 대부분이고 사람이 사는 섬은 72개인데요. 섬에 한 번 출장가면 하루가 꼬박 걸립니다. 때문에 1년 365일 중 사무실에 있는 때가 100일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결재를 제때 할 수가 없고,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주민들께 다양한 내용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빠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재시스템을 인터넷(전자)으로 바꿨어요. 결재를 위해 군수실 앞에 공무원들이 줄을 서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웬만한 일은 다 태블릿 퍼스널컴퓨터(PC)와 전화로 처리합니다. 아침회의도 태블릿으로 하고요.

윤 : 남은 임기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실 건가요?

박 : 섬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보존하면서 문화적이고 생태적인 가치를 지키는 일이 신안군 경제발전과 지역 특성화의 원동력이라는 신념으로, 행정의 최고 가치를 ‘환경과 생태’에 두고 자연환경 보존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신안군의 비교우위 자원인 친환경 농수축산물을 산업화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고, 풍부한 해양수산자원을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여 섬에 희망을 불어넣겠습니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새천년대교 등 1조2천억 원 규모의 연륙?연도교 사업 등 교통망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해 미래와 비전이 있는 섬으로 만들 것입니다.

윤 : 감사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 blis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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