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과거가 가장 찬란하게 미화되는 것은 아마 감옥일 것입니다. 감옥에는 과거가 각박한 사람이 드뭅니다. 감옥을 견디기 위한 자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이 자위는 참혹한 환경에 놓인 생명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명운동 그 자체라고 생각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옥은 과거에 대한 미화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앞날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희망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대한 미화와 앞날에 대한 희망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는 그 생각의 그물망을 ‘사색’이라고 본다면, 감옥은 가을이 그러하듯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희망제작소와 공동기획을 진행하고 있는 행정자치부를 통해서 전달된 한 수감자의 아이디어가 그것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만큼이나 길지는 않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만큼이나 의미가 깊은 글(아이디어)입니다. 20년하고 20일의 수감의 흔적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면 몇 년, 또는 몇 개월일지 모르는 K님의 수감의 흔적이 이 ‘감옥으로부터의 아이디어’일 것입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사회와 수감시설에 대해서까지 생각을 뻗쳐 20장이 넘는 글을 하얀 종이 위에 써주신 K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그 분의 아이디어를 올립니다.

* K님의 3가지 제안을 표와 그림까지 포함해 제대로 보실 분들은 맨 아래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세요. 아래 K님의 제안을 요약해놓았습니다.
”?”1. 교정시설 내 매주 금요일마다 교부해주는 “TV 편성표”를 교부하지 말고 TV자막으로 공지하여 물자를 절약하자.

전국 교정시설 내에서는 갇힌 수형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매주 금요일(공휴일 시작전날) TV편성표를 거실 내 각각의 방에 1장씩 교부해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각 거실에는 한 장이지만 목포교도소의 경우 전 수형자 거실에 모두 나눠주면 한 달에 3,000장이고 1년이면 3만 6,000장이 됩니다.

여기에 전국 50여 교정시설까지 포함한다면 그 양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이와 함께 잉크, 전기, 복사기계 수명, 복사하는 공무원 행정인력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성표를 굳이 나누어 주지 않아도 더 나은 고지방법이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TV가 끝나는 밤 8시 30분에 편성표 자막을 TV에 띄워주는 것입니다. 대략 1분만 띄워주면 충분합니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일 년 동안 방영되는 TV프로그램이 매주 1~2개 프로만 제외 하고는 거의 똑같아 2주만 TV를 보면 몇 시, 몇 분에 어떤 프로그램이 하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 1> 2007년 7월 7일과 8일의 교정 교화 TV프로그램입니다. 아래의 편성표는 일 년 동안 거의 같아서 외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2007년 5월 6일 위 아이디어를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사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4일 후 어떠한 이유로 우편물이 반송되었고, 한 교위관분께서 30분여간 제게 설명해 주시길 이 내용들은 별 볼일 없는 내용들이고 해서 채택가능성이 없으니 그냥 보내지 말자는 조언들을 듣고 응모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제출했던 아이디어를 검열 검사해본 서신검사검열 담당께서 제 제안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목포교도소는 7월 13일부터 제 아이디어대로 TV 편성표를 교부하지 않고 자막으로 그것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저의 아이디어가 자원절약 효과가 있음을 확신하고 다시 행자부에 제 아이디어를 재차 제출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아이디어가 실행될 때에야 비로써 그 의미와 이익이 생겨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부디 제 작은 아이디어가 공공의 이익이 되었으면 합니다.

* 첨언

아래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소자들은 대부분 쇼, 코미디, 오락프로, 연속극만을 교정교화 프로그램이라 하여 시청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사, 역사, 교양, 사회, 경제적 의식을 고양 시켜주는 교정프로는 없습니다. 실로 바보를 더 바보 만들어 사회에 내놓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정교화프로그램에 있어서 쇼, 코미디, 오락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사교양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비중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써 재소자들의 교양이 신장되고 자신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진정한 의미의 교정교화가 가능해 질 것입니다.

2. 교정 시설 내 수용 거실의 두 개의 형광등을 낮에는 소등하여 에너지 절약하자.

전국 50여 교정시설의 재소자 수용시설 내에는 형광등이 두 개씩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등을 낮에는 둘 다 끄거나 하나만 켜도록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낮에는 큰 유리창으로부터 채광이 되기 때문에 굳이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밝기 때문입니다.
만일 낮에 형광등을 끄게 된다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교정시설 수용실내 책상 겸 밥상을 변경제작하여 수용자의 인권을 신장하고 편의를 증진하자.

현재는 <그림1>과 같이 커다란 책상에 모두가 서로 마주 앉아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장기 및 바둑을 두면 옆에서 글을 쓰거나 책일 읽는 사람은 집중이 안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재소자가 재판 중일 경우 항소 이유서, 상고 이유서, 사건 의의서, 반성문, 탄원서등을 써야 하고 또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야 할 수 있습니다. 또, 재소중 공부나 독서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책상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과 마주보거나 잡담 및 소음을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겪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