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매주 금, 토요일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를 방문하면 전통복장을 하고 모자를 쓴 궁궐지킴이를 만날 수 있다. 한 여름의 뙤약볕과 동장군의 추위를 무릅쓰고 매번 똑같은 자리에서 웃으며 반겨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궁궐지킴이’이다.

회비로 운영하는 문화유산 시민활동

‘한국의재발견우리궁궐지킴이(대표 최영환)’의 활동은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겨레문화답사연합’에서부터 출발한 ‘우리궁궐지킴이’ 는 사적지인 궁궐에서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보호활동을 전개하는 문화유산 시민활동이다.

‘우리궁궐지킴이’ 사무실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 5층(꼭대기층)에 자리 잡고 있다. 비좁은 사무실 구석구석에 각종 자료들이 쌓인 가운데 낡은 컴퓨터 앞에서 활동가들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우리궁궐지킴이’의 자원봉사활동가는 현재 300여명에 이른다. 우리궁궐지킴이, 우리왕릉지킴이, 문화유산방문교육(궁궐원정대), 저소득계층아동문화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한편, 문화유산 시민운동도 벌인다. 고궁에서 갖는 대규모 행사 개최 반대, 덕수궁 터 미 대사관 직원 숙소 건립반대,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문화유산 모니터링 활동 등을 벌인다.

회원들이 월1만원씩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하느라 항상 경비가 부족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자료를 발간하여 서울시문화유산해설사나 교원들을 위탁 연수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주말뿐이 아니라, 주중에도 신청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달려가 우리의 문화유산인 궁궐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며. 특히, 지방에서 올라오거나 단체의 요청일 경우는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경복궁에서 8년째 일하는 자원봉사활동가

정차수씨(57)는 2000년 겨울에 교육을 받아 2001년 3월부터 시작한 자원봉사 활동가이다. 학부모의 입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궁궐을 방문했다가 궁금증이 일어 발을 들여놓았다. 역사 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하고 교육 받은 후, 한국어와 일본어 궁궐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활발하고 의욕 넘치는 그녀는 경복궁에서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면서 ‘문화유산방문교육(2004년 9월부터)’을 담당하고 있다. 자료를 들고 학교로 찾아가서 학생들이 문화적 감성을 갖고 역사를 이해하게끔 도와주는 교육이다.

북악산 아래 탁 트인 공간에 자리 잡은 경복궁 구석구석은 정씨에게 제2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그녀는 관람객들을 처마 끝이 멋드러지게 올라간 궁궐 건축물 앞에 안내할 때 마다 새로운 힘이 솟는다. 각 건축물마다 설명과 함께 그 안에 깃든 삶의 이야기,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몇 대목을 옮겨보자.

“인상 깊었던 교사들이 있었어요. 지방에서 온 선생님이 대여섯 명의 학생들을 인솔하여 서울의 문화재를 안내하는 것을 볼 때라든가. 어떤 수학선생님은 건축이나 무늬의 배율을 알아오게 하여 우리도 함께 공부하게 되지요.”

“보통 근정전부터 시작하여 명성왕후가 시해된 향원정까지 일정을 잡고 마지막엔 ‘우리의 힘을 기르자’라고 소리치며 끝냅니다. 일본에서 온 중3학생들을 대상으로 궁궐 안내를 할 때예요. 한 학생이 심각하게 듣고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며 얼굴이 어두워지더군요. ‘왜 이런 시해 사실을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는지’의문이라며 궁금한 것을 질문하던 일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의식 아쉬워

“반면에,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억지로 끌려와서 장난치거나 듣지도 않고 인솔자들은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의욕을 잃게 돼요. 우리가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죠. 요즈음에는 아예 현장체험단체에 맡겨서 체험활동인솔자가 저희에게 다시 위탁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는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으로 순수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직 인식이 부족한 듯 해요.”

정씨는 “일부 관람객은 자신의 역사적 견해를 큰소리로 이야기하여 진행을 어렵게 한다”고 애로상항을 전하며 주중에 한 예약을 사전예고도 없이 취소할 때 역시 속상하다고 토로한다. 또 “‘우리궁궐지킴이’에서 교육을 받아 자원봉사활동가로 등록해놓고 다른 단체에서 수당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라며 문화유산을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한다.
”?”성실성이 첫 번째 자격

나이, 성별, 학력과 무관한 궁궐지킴이를 하려면 첫 번째로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기간(실내교육 60시간, 현장교육 6개월)에도 출석률이 80%에 달하지 못하면 이수증을 받을 수 없다. 불특정다수와의 약속이므로 성실성은 그 어느 것보다도 앞선다.

두 번째가 열정과 지적 호기심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설명을 하려면 쉼없이 공부해야 한다. 관련책자와 소모임을 통하여 공부하면서 재교육도 받고 문화유적답사를 꾸준히 다녀야 한다. 실례로 궁궐지킴이들과 답사를 다니면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기 위해 강사도 교육생도 함께 뛰어다닌다.

정차수씨는 경복궁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건물이 사정전이라고 한다. 곡선으로 처리된 처마모양을 손으로 그리는 그의 눈에는 궁궐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하다. 8년째 활동하면서도 아직도 공부해야 할 거리가 많아 기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유산을 알리는 일이 자신의 삶을 활기차게 이끈다고 토로한다.

“사무실 간사들이 사무실도 협소하고 컴퓨터등 사무기기도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그는 “ 문화의식의 확대로 많은 시민들의 지원을 받아 경제적인 걱정 없이 활동만 열심히 하는 날이 오는 것이 꿈”이라며 밝고 힘차게 웃는다.

[글/정인숙_해피탐사단, 사진/정인숙,우리궁궐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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