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故 마이클 잭슨을 생각하며…

이용규의 Dirty is beautiful

비범한 맥주 사냥꾼(Beer Hunter)이자 위스키 연금술사


아마 놀라셨을 게다. 마이클 잭슨이 죽다니, 마이클 잭슨이 맥주 사냥꾼이라니, 노래만 부르는 줄 알았는데…
가수 마이클 잭슨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시대에 맥주·위스키계의 마이클 잭슨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또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동명이인이다. 오늘은 이 사람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마이클 잭슨을 언급하지 않고는 맥주와 위스키에 대해 한 마디도 얘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중요한 인물이다. 작가이며 저널리스트, 맥주·위스키 감정가이며 재즈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럭비광이자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커다란 웃음을 안겨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는 또한 대단히 탁월한 맥주·위스키 사냥꾼(?)이었다.

필자 역시 처음 싱글몰트 위스키를 접하고 난 후 어느 순간 전문서적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때 구입한 첫 책이 마이클 잭슨이 썼던 『Michael Jackson’s complete guide to single malt whisky』였다. 지금도 이 책의 서문에 적혀 있던 마이클 잭슨의 첫 문장을 기억한다.

내가 처음 마셨던 위스키가 글렌그란트(Glen Grant) 10년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내 나이가 19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술이라는 것은 악마의 유혹이라며 마시지 말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늦었다. 첫 경험으로 인한 내 영혼의 순결함(virginity)을 이미 악마가 빼앗아간 뒤였기 때문이다.

[##_1C|1353051725.jpg|width=”299″ height=”435″ alt=”?”|마이클이 런던프라이드(잉글리쉬 에일)를 들고 있다. 출처: http://www.bjcp.org/images/mj.jpg_##]
표현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고, 점점 마이클 잭슨과 위스키에 몰입하게 되었다. 뒤이어 그가 1976년에 쓴 『The English Pub』을 헌책방에서 어렵사리 구했고, 『Michael Jackson’s Great Beers of Belgium(1991)』과『Whisky(2005)』등을 사서 보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책들을 통해 필자는 더 이상 위스키가 술이라는 생각보다 문화이자, 문학이며 동시에 화학이자 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각의 맥주와 위스키는 기후 내지는 풍토와 같은 자연의 영향, 배합의 비율과 적정 온도와 같은 인공의 기술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맥주 바이블의 저자


마이클 잭슨은 영국 요크셔지방에 있는 웨더비(wetherby)에서 태어났고, 리투아니아계의 유태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철저히 영국식으로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가 유명하게 된 것은 1977년에 쓴 『The World Guide to Beer』가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책은 전 세계 각지에 있는 맥주를 총 정리한 것으로 훗날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맥주를 공부하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개론 혹은 바이블과 같은 것이다. 이른바 맥주의 스타일에 대한 현대적 이론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맥주의 스타일이란 색, 향, 도수, 성분, 생산방식, 레시피, 역사와 기원 등 다양한 요소들로 정해지며 이에 따라 맥주의 분류법이 만들어 진 것이다. 예를 들면 맥주를 마실 때 느껴지는 쓴맛(bitterness)은 그 구성요소인 홉, 태운보리, 허브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단맛(sweetness)은 맥주에 들어있는 당분의 영향이며 도수(strength)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알코올의 양으로부터 기준이 만들어지며 부드러움(smoothness) 혹은 끈적함(viscosity)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정도를 말하며 마지막으로 겉보기(appearance)는 그 색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도 위스키에 대한 이러한 느낌과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으나 마이클 잭슨에 의해 공식적으로 분류되고 체계화된 것이다. 다시 말해 서 말이나 되는 구술을 꿴 사람이 그다.


맥주와 관련된 각종 용어를 만들어내다


그는 또한 상면발효(top yeast)를 통해 만들어진 에일(ale)과 하면발효(bottom yeast)를 통해 만들어진 라거(lagers)를 처음 소개(이 용어를 처음 만듦)하기도 하였다. 상면발효라는 것은 상온(15도에서 25도 사이)에서 가장 활발히 발효되는 효모가 양조용기의 위쪽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이것을 가지고 만드는 맥주를 상면발효주 혹은 에일이라 한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소개를 했지만 에일은 도수가 높고, 풍부한 향이 그 특징이며 냉장하지 않은 채 마시는 맥주다.

반면 하면발효라는 것은 저온(5도에서 12도사이)에서 발효를 시키는 것으로 발효과정에서 효모가 아래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저온숙성하여 만드는 맥주로 특징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도수가 낮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것을 통칭하여 우리는 ‘라거’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마시는 맥주의 99%가 ‘라거’다.


맥주 하나로 기사작위를 받다


마이클 잭슨은 특히 북아메리카 즉 미국의 맥주와 위스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웬만한 미국 맥주(버드와이저, 밀러, 사무엘슨 등)와 위스키에 대한 품평은 거의 마이클 잭슨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는 또한 미국을 자신의 조국인 영국만큼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나중에 영국에서 ‘맥주사냥꾼(Beer Hunter)’이라는 제목의 대중적인 TV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맥주와 위스키를 소개하기도 했다.

[##_1C|1333041245.jpg|width=”264″ height=”448″ alt=”?”|100여가지의 몰트위스키를 소개한 책. http://themanfrommoselriver.files.wordpress.com/2007/06/malt-whiskey-small.jpg_##]
마이클의 또 다른 기여는 맥주와 위스키가 단순히 술로써가 아니라 문화의 구성요소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문화적 맥락 속에서 맥주를 기술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맥주와 위스키를 접했지만 그래도 그가 가장 사랑한 나라는 벨기에(주: 스텔라 아르투와, 호가든, 네로블론드 등 약 200여가지의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 네로블로드는 플란다스의 개에서 유래되었다)라고 한다.

벨기에 맥주를 세계에 알리고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벨기에로부터 명예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토크쇼에 나와 가장 싫어하는 맥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곧바로 ‘코루나(Corona)’라고 답했다고 한다.(멕시코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위스키에 관해서도 마이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스키를 접했고, 평론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0점에서 100점까지 위스키에 대한 평가점수를 만들어냈고 이 가운데 75점 이상이면 구입할 가치가 있는 위스키라는 자신만의 견해도 밝혔다.

심지어 그를 칭송하는 사람들은 그를 ‘빅토리아 시대 이후 가장 위대한 단 한 사람의 위스키 평론가’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가 저술한 『The Single Malt Whisky Companion』또한 현대 위스키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이로 말미암아 스코틀랜드가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The Master of Quaich』를 받게 되었다. 마이클이 참석하는 위스키 감정대회에는 항상 전 좌석이 매진이 되는 진풍경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말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불교식 식단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 슬로우푸드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취선이 되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다


이렇게 대단한 명성과 권위를 갖고 있던 그는 2006년 파킨슨씨 병을 얻게 되고 이어진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다가 2007년 8월 30일 오전 9시 65세를 일기로 런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게 된다(1942년 3월 27일 ~ 2007년 8월 30일)


[##_1C|1239298613.jpg|width=”400″ height=”600″ alt=”?”|위스키 진열대 앞에 서있는 말년의 마이클 잭슨. 출처: http://www.dtcscotch.com/images/news/mj3_b.jpg_##]
시인 조지훈(동탁)은 그의 술에 관한 18단계 즉, 유단론(有段論)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술을 마신 연륜, 술을 마신 친구, 술을 마신 기회, 술 마신 동기 마지막으로 술버릇. 억지춘향 격이나 굳이 마이클 잭슨을 이 기준에 빗대어 보면 최고의 단계인 9단 폐주(廢酒) 혹은 열반주(涅槃酒)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폐주, 술로 말미암아 이제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p.s 억지춘향인지 억지춘양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자는 춘향전에서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억지로 수청을 들라 해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설이 있고 ,후자는 한국전쟁 직후 경북 영주에서 강원도 철암으로 영암선(지금의 영동선)을 부설하는데 방전삼거리를 지나 녹동방면으로 직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벌어진 일에서 생겼다는 설이다.

이 구간 사이에 안쪽으로 봉화군 춘양면소재지가 자리하는데 당시 국회의원 정모씨가 압력을 행사하여 철도가 오메가(Ω) 글자처럼 안쪽으로 휘어 면소재지를 지나게 하였다. 이에 철도를 억지로 춘양을 통과하게끔 만든 유래에서 ‘억지춘양’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 Michael Jackson’s Bibliography

? Jackson, Michael (1976). The English Pub
? Jackson, Michael (1977). The World Guide to Beer
? Jackson, Michael (1987). The World Guide to Whisky
? Jackson, Michael (1988). New World Guide to Beer (Updated)
? Jackson, Michael (1991). Michael Jackson’s Great Beers of Belgium ISBN 0-7624-0403-5
? Jackson, Michael. Pocket Guide to Beer
? Jackson, Michael (1997). Michael Jackson’s Beer Companion ISBN 0-7624-0772-7
? Jackson, Michael (1998) Ultimate Beer
? Jackson, Michael (1998) Little Book on Beer
? Jackson, Michael; Lucas, Sharon (ed.) (1999). Michael Jackson’s complete guide to Single Malt Scotch (fourth ed.). Philadelphia, Pennsylvania: Running Press Book Publishers. ISBN 0-7624-0731-X
? Jackson, Michael; Lucas, Sharon (ed.) (2000). Michael Jackson’s Great Beer Guide. DK ADULT. ISBN 0-7894-5156-5
? Jackson, Michael (2001). Scotland and its Whiskies
? Jackson, Michael (2003). You’ve Got the Wrong Guy: Jesus Juice is Wine
? Jackson, Michael (2005). Bar and Cocktail Party Book
? Jackson, Michael (2005). Whiskey
? Jackson, Michael (2007). Tyskie Vademecum Piwa (The Tyskie Beer Compendium), promotional book, polish language


글_ 이용규 (희망제작소 기획1팀장)

[##_1L|1062100589.jpg|width=”120″ height=”88″ alt=”?”|_##]사북 석탄유물보존위 활동중이며 여우와 토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에 순결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더불어 살고 있다.
돈 한 푼없이 농촌에서 일주일 이상 살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가끔 공무원과 싸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또 가끔은 희망제작소에 금전적 손해를 입혀 Stone Eye라고 한다. 석탄박물관 근처에서 위스키에 대한 글도 쓰고 실제 장사도 하면서 유유자적 신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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