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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저귀 낱개 판매는 안 되나요?”
[뉴스메이커 2007-05-23 15:39]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시민들 생활불편 개선 아이디어 ‘와글와글’

“시민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꿉니다” 희망제작소 부설 사회창안센터 식구들.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다 보면 간혹 기저귀를 준비 못했거나 떨어졌을 경우가 있지 않나요? 그런데 종이기저귀는 낱개로 판매하지 않아 살 수 없어요. 편의점이나 지하철 가판대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제안자 dragon)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아이를 길러본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언제 아이가 예고하고 ‘볼 일’을 보던가.

‘더 좋은 지하철 만들기’ 머리 맞대

비회원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댓글에서 “기저귀 자판기… 선진 복지국가의 모습일 것 같다. 찬성한다”며 ‘자판기 아이디어’를 보탠다.

“엘리베이터에는 일정한 수가 넘으면 삐~ 하고 경고벨이 울리는데, 지하철도 그런 것을 만들면 어떨까요. 적정 인원이 넘어서면 ‘다음 칸으로 이동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나온다든가, 인원 초과 멘트가 나오게 한다든가….”(김이혜연 사회창안센터 연구원)

“사실 혼잡하든 혼잡하지 않든 지하철을 탈까 말까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죠. 그리고 안내방송은 승무원이 항상 하지 않습니까. 시민들이 따르지 않는 거죠. 지옥철 문제를 생각하면 우리도 답답합니다.”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경영혁신팀장)

5월 15일, 지하철 관련 시민아이디어를 공사 및 정부 관계자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름하여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

지난 5월 15일 희망제작소. 때마침 지하철과 관련, 시민들이 제기한 아이디어를 관련업계와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름하여 ‘사회창안 와글와글포럼’. 벌써 5회째다. 지하철 관련 논의는 ‘더 좋은 지하철 만들기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그중 2회를 진행했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얼핏 들을 때는 ‘이거 정말 괜찮은데!’ 하는 아이디어도 막상 상대방 입장에 서면 전혀 다른 문제가 떠오를 때가 많다. 앞에서 언급한 ‘적정인원제’의 경우도 사회창안센터가 우수아이디어로 채택해 논의테이블에 올렸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잠정결론이 나왔다.

쉽게 합의보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희망제작소 부설기관인 간판문화연구소 연구원들은 ‘지하철 광고 공해문제’에 관한 시민아이디어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이날 자리에 참석했다. 지하철 관계자들은 “현재 광고가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운영 적자·결손을 메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다 보면 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한다. 이날 공식토론을 마무리한 뒤 오영명 서울메트로 경영혁신팀장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대부분 도로 뚫는 데 사용하고 지하철 보조는 아주 작은데, 대중교통으로서 지하철의 중요성을 인정해 자금을 투여한다면 굳이 지금처럼 덕지덕지 광고할 이유가 있겠냐”며 “사실 오늘 같은 자리에 참석해야 할 사람은 우리 같은 현장실무자가 아니라 건설교통부”라고 하소연했다. 건교부는 왜 참석하지 않았을까.

지하철 손잡이 차별화 실제 채택도

이경희 사회창안센터 연구원은 실제 관련기관이나 운영부처를 섭외하는 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논의할 카운트 파트너 자체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비공식적인 이야기’라는 전제 아래 관련 정보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인다. ‘관’의 경우 상대적으로 쉽다. 일반 사기업 등은 논의 자체를 꺼린다. 이 연구원이 경험한 가장 난감한 사례는 카드사들. “정책과 관련, 책임 있는 답변을 줄 수 있는 본사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상담원에게 말했더니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본사전화번호를 알고 싶으면 공문을 보내라’더군요.” 이 연구원의 말이다.

5월 18일 현재 사회창안센터에 등록된 ‘아이디어’는 1383개. 이중 사회창안센터가 선정한 ‘참 좋은 아이디어’는 177개이며,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로 꼽힌 것은 362개다. 실제 채택된 아이디어도 있다. ‘지하철 손잡이 높낮이를 달리하자’는 제안은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시범운영을 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으며, 서울과 대전, 부산 등의 지하철공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을 때 종전엔 주소등록 동사무소로 직접 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사회창안센터 제안을 받아들여 행정자치부는 올해 가을부터는 가까운 동사무소 아무 곳에서나 재발급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장애인운동단체와 사회창안센터는 횡단보도 등에 설치된 ‘볼라드’ 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조치를 취했다던 종로구의 경우, 위치만 변경했을 뿐 위험은 여전하다.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30cm 정도 옮겨 설치된 볼라드들. <희망제작소 제공>

사회창안센터의 입장에서 ‘관’의 반응이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나온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가 인도·횡단보도 등에 설치된 ‘볼라드’(bollard, 자동차 진입억제용 기둥) 문제. 사회창안센터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이 ‘볼라드’ 때문에 길을 가던 시각장애인이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민원을 냈다. 일부 ‘볼라드’는 장애인용 점자블록 위에 설치되어 있다. 불법이다.

문제제기 후 여러 지자체가 “휘어지는 재질의 볼라드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는 장애인의 날 직후인 4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종로구에 설치되어 있는 2824개 중 점자블록 위에 설치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의 사고를 유발하는 30개 등을 조속히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결과 5월 18일 현재, 점자블록 위에 있던 볼라드는 제거된 것이 아니라 30㎝ 정도 물러나 다시 설치되었다. 시각장애인은 여전히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 연구원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종로구 측이 관리부서를 일원화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어느 과에서 담당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종로구 교통지도과의 김덕부 팀장은 “과거 볼라드 문제와 관련된 부서가 서너 개여서 통일관리 방안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는 교통지도과가 총괄하고 공원녹지과 등이 설치를 담당하는 것으로 일원화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돼 올해 2월부터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하지만 예산이 잡힌 건 아니라서 하반기부터 교체작업에 들어갈 것이고, 우선 법에 저촉되는 볼라드부터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다. 처음에 언급한 기저귀 문제.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1~2개짜리는 없지만, 3개나 5개들이 소포장이 나와 있다”며 “자판기도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그것은 또 그쪽 업자들이 시장성 등을 고려해 검토해야 할 사안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레 밝혔다.

안진걸 사회창안센터 팀장은 “때로는 시민들이 시민운동의 고민을 앞지른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안 팀장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는 덧붙여 “사회창안센터의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 또는 공치라는 뜻으로 민관이 공동으로 정책을 토론·입안·수행하는 것)가 종전의 시민운동과는 다른 형태인 것은 사실”이라며 “영역이 다른 각각의 운동이 서로 보완하는 의미로 보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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