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수의 그린투어리즘(2) 소라치 그린투어리즘의 발생지 ‘나가노 농원’


편집자 주/ 지역과 농촌의 어려움은 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농촌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지원구조와 자구 노력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농업·농촌이 갖는 국가적 상징성과 다원적 공익기능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없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나 실천 활동에 너무도 인색하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살리기, 지역재생을 위한 일본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그린투어리즘과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한 개론적인 소개와 대안적 사례들을 연재한다. 이 글이 우리의 대안 모델을 상상하는데 모티브가 되었으면 한다.


[##_1C|1184697231.jpg|width=”400″ height=”300″ alt=”?”|나가노 농원 대표이자 소라치지역 그린투어리즘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나가노씨._##]
‘눈의 나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승용차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소라치 지청 소속의 중심도시인 타키카와시가 자리잡고 있다. 탄광지대였던 소라치 지역은 폐광 이후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하였지만, 타키카와시는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폐광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지역이다.

홋카이도에서 사람을 압도하는 것은 넓은 들녘만이 아니다. 다양한 생태계를 품고 있는 울울창창한 원시림은 일본 자연환경의 상징이다. 바로 들녘과 숲이 조화로운 타키카와시의 한 농촌 마을에 ‘나가노 농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 농원은 1995년 타키카와시에서 농가 체험형 수학여행을 최초로 실시한 곳이다(홋카이도 전체에서는 1993년 나가누마초가 최초로 실시함).

소라치 지역 전체에서 수학여행단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대략 300∼400명 정도. 그리고 한 농가가 받을 수 있는 숫자는 3∼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광역단위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린투어리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소라치 지역의 11개 시(市), 정(町), 촌(村) 지역에 400여 회원(개인 및 단체)이 그린투어리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소라치 지역의 그린투어리즘 네트워크인 ‘소라치 지역만으로 좋다’라는 뜻을 가진 ‘소라치 데이네’는 나가노 선생과 야스다 선생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처음에는 지방행정청인 소라치 지청에서 제안해 사람들을 모으고 모임을 이끌어 나갔다. 당시 모였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 ‘소라치 데이네’라는 그린투어리즘 네트워크이다. 이 네트워크에는 농가 이외에도 레스토랑 경영자, 건설회사, 펜션업자 등 관련 분야의 일반 사업자들도 포함되어 있고, 특히 온천 네트워크도 회원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농가 이외의 다른 일반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그린투어리즘이 농가체험뿐만 아니라 지역교류의 개념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농가 레스토랑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온천은 관광객들에게 인근 농가를 소개시켜주거나 특산품을 판매하는 등 소라치를 찾는 관광객과 도시인들이 다양한 통로로 지역과 교류하게 한다.

[##_1L|1327298467.jpg|width=”400″ height=”300″ alt=”?”|100년이 넘은 나가노 농원의 본채, 1층은 나가노씨 부부의 살림집이고 2층은 강의실이다._##] 체험활동과 가공품 개발은 일본 농촌의 일상풍경

나가노 농원의 본채는 100년이 넘은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예전에 마굿간이었던 것을 개조해 쓰고 있다. 농장 면적은 25ha. 홋카이도 지역 농가들의 평균 경작면적이 10ha 정도인데, 나가노씨의 농장은 그보다는 넓은 규모이다. 농가체험으로 유명한 이 농장은 지역 신문이나 잡지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농장은 순전히 부부 둘이서 운영하는데, 농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들 부부는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산물을 여러 가지 제품으로 가공해 상품을 개발하고 방문객과 도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물론 유통망을 거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비자와 직접 만남으로써 도농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얼굴이 보이는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다.



나가노 농원에서는 밀, 쌀, 유채와 메밀 등을 재배하고 이를 가공해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가공 과정에 사람들을 참여시켜 체험하게 함으로서 농가체험의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나가노 농원에는 농가체험 외에도 많은 시찰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해에는 400명 정도 다녀갔는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이미 400명이 연수나 시찰을 목적으로 다녀갔다. 나가노씨는 “사실 연구자들이 많이 다녀가지만 사업적으로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넉살을 떨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시찰단으로부터 일정한 비용을 받는 것도 검토하고 있단다.

이 농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체험을 하기 위해 방문한다. 소바를 만드는 체험, 밀을 이용해서 우동을 만드는 체험, 그리고 지역의 농가 레스토랑과 연결해서 특산품, 신상품을 만드는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그런 제품에는 나가노씨의 이름을 브랜드로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

[##_1R|1101353340.jpg|width=”400″ height=”300″ alt=”?”|나가노 농원의 가공품은 지역 잡지에 단골기사로 오르내린다._##] 행정은 여전히 멀리 있고

이렇게 농원이 유명해지기까지 행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지원받았을까. 행정의 지원에 대한 질문을 하자, 농장주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개선해달라고 이것저것 부탁을 해봤지만, 오히려 각종 서류나 조건 같은 것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바람에 귀찮아서 도움받기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고, 다만 약간의 자금지원 정도를 받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일본 역시 식품위생법에 따라 가공시설에 대한 검사는 식품위생사를 통해 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브랜드를 잘 모르면 인정해주지 않지만, 직접 거래를 하면 서로 얼굴이 마주하고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신뢰가 쌓인다.

나가노씨도 처음에는 농산물을 판매할 때 3배 이상 받으면 과연 팔릴까 불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4∼5배 이상의 가격에도 잘 팔리고 있다. 그만큼 제품도 확실하게 만들고 소비자와도 신뢰가 구축되었다는 증거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상품을 어떻게 재배하고 가공했는지에 대한, 즉 제품생산의 전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이다.

쌀 역시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농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는다. 쌀 생산량의 3분의 2는 농협을 통해서 판매하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인근 레스토랑에 공급하거나 직접 판매한다고 한다. 특히 인근 농가 레스토랑의 쌀은 이곳에서 공급하고 있다.

농장주 나가노씨는 스키광이다. 겨울이면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맘껏 스키를 즐긴다고 한다. 보통의 농민과는 다른 독특한 취미를 갖고 끝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그린투어리즘과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세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기존 마을 사람들은 상상력이 떨어지므로), ‘젊은 사람'(열정), ‘바보'(남이 뭐라고 하든 우직하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김달수의 그린투어리즘 – 일본편]

1. 일본 농촌의 상상력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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