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짧았던 48시간의 교육


10월 중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년도 예산 작업, 운영하던 프로그램 마무리, 감사 준비 등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던 중 우연히 희망제작소에서 보낸 메일 제목 하나가 눈에 쏙 들어왔다. 평생교육 담당 공무원 대상 교육 무어라 했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기존 교육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변화에 목말라 있던 나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바로 첨부물들을 출력해서 읽어본 후 과장님께 보여드리고 교육 허락을 받았다.

교육 신청을 하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바쁘게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교육, 혁신을 만나다> 교육을 하루 앞둔 11월 27일이 되었다. 사실 11월 들어서 워크숍, 평가보고회 등으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보다 출장이 더 많아서 1박 2일의 교육이 살짝 부담이 됐지만, 이왕 신청한 것 어쩌랴! 오전에 대구로 가서 급한 업무를 후다닥 해결하고 동대구역으로 가서 KTX에 올라 살짝 졸고 나니 벌써 서울역이란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1시 30분 등록인데 벌써 시간이 2시 50분. 후다닥 뛰어서 택시에 올라 “희망제작소요!” 하니 택시기사님이 “주소 알아요?” 한다. 스마트폰으로 주소를 검색하여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는 길이 뭐 그렇게 멀고도 먼지…. 우여곡절 끝에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택시에서 내리니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겨울 날씨가 실감이 난다. 그런데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제작소는 보이지 않고 스산한 바람만 나의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보니 길 건너편에 희망제작소라고 적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 건물 3층으로 올라가니 3시 15분. 눈치를 보며 강의실로 들어갔더니 “진재경 선생님”한다. 나 혼자 지각인 모양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하고 자리 안내를 받아 앉자마자 참가자 소개 시간인 모양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자기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적으라고 해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시 공무원답게 ‘하회탈’이라고 큼직하게 써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행정사무감사 기간이라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셨다고 한다.

기대했던 정민승 교수님의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지역교육’이라는 기조강연을 놓쳤던 터라서 아쉬움을 달래며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희망제작소에서 1분에 가장 가깝게 소개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단다.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 1분을 넘기며 길게 자기소개를 한다. 신안군에서 오신 하이에나 님, 인천 남구청의 순둥이 님, 남해군 천사 님, 서울 관악구 버섯 님 등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닉네임이 훨씬 귀에 쏙 들어온다. 하회탈 소개와 함께 나의 랩타임은 54초. 2위로 아쉽게 선물은 받지 못했다.

재미난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니 희망제작소 연구원 분들이 스파게티면과 종이테이프, 실, 마시멜로를 주면서 18분 동안 마시멜로 탑을 쌓으라고 한다. 제일 높이 쌓는 조에게 선물! 서울은 역시 교육도 빡세구나 생각하며 최근 1~2주 교육에 단련된 나의 몸에 감사하며 바로 내가 소속된 2조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가느다란 스파게티면을 테이프로 고정하며 사각형 모양의 기초를 세우고 삼각 피라미드 형태의 머시멜로 탑 쌓기 완성! 모양이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간발의 차이로 1등을 해서 예쁜 모양의 희망제작소 머그컵을 얻었다. 팀원 간의 대화와 단결이 필요한 재미난 프로그램이었다. 나도 나중에 팀 빌딩 프로그램으로 활용해야겠다.

이어지는 사례발표는 3개 사례로 진행되었는데 ‘네트워크가 힘이다.’는 주제의 통영시 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의 사례와 ‘교육의 경계를 허무는 시민의 힘’을 주제로 수원시평생학습관 사례,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를 통해보는 시민교육’은 참신한 주제로 나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참가한 교육인원이 소수이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친교의 시간을 보내고 1일차 교육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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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식사 후 큰 기대감을 안고 서울크리에이티브랩에 도착했다. 서울크리에이티브랩은 겉모습은 80년대 건물인데 내부 시설은 창의성이 넘치는 멋진 공간이었다. 강의실에서 들은 희망제작소 교육센터 남경아 센터장님의 기조 강연은 실제 지역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좋은 팁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서울크리에이티브랩의 공간 설명을 듣고 기존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탈피한 시설들을 보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안동에 들어설 창조와 편리함이 잘 조화를 이룬 안동시평생학습관을 꿈꿔봤다. 이어 방문한 청년일자리허브와 은평구평생학습관 또한 신선함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안동에 있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에게 꼭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카메라를 마구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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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교육 사례들을 다 담기엔 1박 2일의 교육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교육이 진행되었기 때문일까? 교육생들과의 헤어짐도 아쉬웠다. 안동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고 집으로 내려오며 희망제작소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동안 내가 받았던 많은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곱씹으며?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교육에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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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동안 함께 했던 남경아 센터장님을 비롯한 희망제작소 교육센터 연구원 분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보고 싶네요. 같이 교육 받았던 선생님들 꼭 안동에 놀러 오세요. 안동찜닭 쏜다고 했던 말 농담 아닙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추운 겨울 잘 보내시고 다음에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글_? 진재경 (안동시청 평생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