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009 시민활동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가을걷이가 한창인 남도의 끝자락, 강진을 다녀왔습니다.
매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리는 활동가대회는 벌써 9돌을 맞았는데요, 올해는 강진군과 광주YMCA의 도움으로 다산초당과 해월당에 이웃한 ‘다산교육관’에서 대회를 열었답니다.
[##_Gallery|1147064583.jpg|가을걷이가 한창인 남도의 들녘|1247180163.jpg|코스모스가 한들한들 예쁘게 피었네요|1292621882.jpg|대회가 열린 다산교육관 입구|1088460646.jpg||width=”400″ height=”300″_##]
대회를 주최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000년 ‘낙천낙선운동’으로 한국 시민운동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총선시민연대’가 모태가 되어 출범한 연대기구입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활동가들이 이렇게 짬을 내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인데요, 연대회의 덕분에 오랜만에 다들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고민도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으며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활동가대회에는 하자센터, 정토회,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지역시민단체 등 반가운 새얼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변함없이 진솔한 고민을 나누고 반성하며, 성찰하는 마당도 이곳저곳에서 벌어졌구요.
불철주야 대회를 준비하느라 애쓰신 기획단의 여는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화의 모습, 그 이상의 패러다임을 꿰뚫고 싶다면 그냥 끓기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보통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지만, 100에 1도 1도 차근차근 온도를 높여 108도의 들끓는 점을 찾아내려 합니다.
2009 전국시민운동가대회 기획단은 1도의 울림을 위해 8개의 장작을 준비했습니다.
집중탐구시간의 ‘진지함’ 1도,
난타공연과 공동체놀이의 ‘신명’ 1도
일상의 고민을 털어내기 위한 ‘쉼’ 1도,
변화를 위한 시간, ‘상상력’의 1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것들에 대한 ‘비우기’ 1도,
새로운 시민운동 주체를 발견하기 위한 ‘공감’ 1도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희망찾기’ 강연을 통한 ‘탐색’ 1도
‘더숲트리오’의 노래와 신영복 선생님과의 이야기에서 어우러지는 ‘성찰’ 1도
이제, 여러분들과 함께 뜨겁게 태워보려 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 단체, 나이들의 ‘숨’이 맞부딪쳐
시민운동가들의 새로운 상상력이 108도에서 들끓습니다.
지난 해 열린 <2008 활동가 대회>의 화두는 ‘촛불’ 과 ‘이명박 정부’였습니다. 이제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지, 촛불 시위를 통해 드러난 시민사회단체들의 여러 한계들 (한 박자 느린 소셜미디어 활용능력, 시민들과의 소통능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반면 올해 활동가 대회는 기획단의 여는 말에서 보듯, ‘성찰’ 하고 ‘대안을 모색’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초점이 맞추어 진 듯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안팎으로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소홀히 했던 것들, 놓치고 있던 것들을 보듬어 안으며 내실을 기해야 할 적기이기 때문이겠지요.
“늘 낮은 곳을 향해 흐르지만 결국 바다를 이루고야 마는, 낮지만 큰 물처럼 시민사회단체들이 더욱 더 ‘하방연대(下方連帶)’ 해야 한다”는 신영복 교수의 말이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 ※ 활동가대회에 대한 더 자세한 소식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식 블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_Gallery|1200717336.jpg|밤새 수공업으로 만든 활동가대회 소식지 (최승섭 / 해피리포터)|1101600282.jpg|식사시간을 이용해 기사와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 조유나 리포터|1015892494.jpg|신영복 선생님 인터뷰가 한창입니다|1021091051.jpg|재기발랄한 하자센터 친구들 촬영중|1269403025.jpg|시민운동가대회 기자단. 최승섭 리포터, 유일영 활동가(여성단체연합), 이재환 기자(시민사회신문), 오보람 활동가(여성단체연합), 조유나 리포터|1363390534.jpg|우리는 해피리포터입니다~|width=”400″ height=”300″_##]
희망제작소에는 비영리단체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시민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해주는 ‘해피리포터’ 시민기자단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취재활동을 어찌나 열심히 잘 해 왔던지! 그 소문이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에까지 퍼져, 이번 대회 취재를 의뢰받는 영광을 안게 되었답니다.
교육과 언론단체 취재에 일가견이 있는 최승섭 리포터와, 문화예술과 인권단체를 주로 다뤄온 조유나 리포터 두 명이 참여했는데요, 역시 그동안 수 많은 비영리단체와 행사를 취재해서인지 여느 활동가 못지 않게 ‘능숙한 취재실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3일 동안 씻지도, 자지도 못 하고 행사취재하랴, 소식지 만들어내랴 고생이 많았던 두 분께 따뜻한 격려의 댓글 부탁드릴게요. (두분 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비영리단체 관계자분들의 채용문의, 대환영입니다.)
원순씨의 희망메시지, “시민활동 절대 좌절금지”
<박원순과 희망찾기>는 이번 활동가 대회에서 큰 관심을 모은 순서 중 하나였습니다. 예년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폐막식 참석자들 앞에서 원순씨의 강의가 활동가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국정원이 제기한 얄궂은 소송 때문에 원순씨를 염려하는 분들, 원순씨의 대응 발언에 귀를 쫑긋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만, 늘 전세계를 누비며 차곡차곡 우리 사회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와 희망메시지를 모아 온 그가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지에 모두들 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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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씨는 얼마 전 영국과 미국, 네덜란드에서 만난 ‘사회혁신(소셜 이노베이션, Social innovation)’ 사례들과 국제모금총회 참가 경험담을 소개하며, 활동가들에게 새로운 운동방법과 운동주제에 대한 상상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희망은 반성과 성찰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정치권에 있는 분들을 가리켜 ‘거친 슬로건과 빈약한 컨텐츠’를 가졌다고 비판하는데, 시민사회활동가들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최근 들어 운동분야나 운동방식이 너무 한 곳에 몰려있지 않았나 싶어요.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서 운동의 외연을 더욱 더 넓혔어야 하는데 말이죠. 특히 서민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 농촌, 우리 지역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제가 지난 2006년부터 작심을 하고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 10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해 보시면 더 생생한 이야기들과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_1C|1306104050.jpg|width=”500″ height=”3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대회 참가자들이 원순씨에게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습니다_##]
“대영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노예제도 폐지를 주창한 윌리엄 윌버포스의 꿈과 이상은 아브라함 링컨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링컨의 꿈과 이상은 다시 넬슨 만델라에게 이어졌고, 만델라는 클린턴 대통령에 큰 영향을 끼쳤지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만델라였다고 해요.
시민사회활동가의 운명도 윌버포스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설사 우리들이 당대에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 한다고 할지라도, 그 꿈과 이상은 후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언젠가는 실현될 거라 믿습니다. 정말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10년만 투자해 보세요. 앞도 뒤도 돌아보지 말구요. 언젠가는 알아주는 사람이 반드시 생길 것이고, 꿈을 이루게 될 거예요.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많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여러분들 절대로 좌절금지입니다!”
원순씨는 저서 <한국의 시민운동,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박봉에 연이은 야근, 불안한 미래, 사람들의 홀대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한 길을 가는 활동가를 ‘수행자’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천형을 받은 시지프스와 같은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라고도 칭했구요.
뒤이어, “나는 그런 활동가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여, 나중에 저 세상에 가게 돼도 꼭 천당대신 지옥을 선택해, ‘지옥개혁연대’를 만들어 신나게 시민활동을 하면서 살겠노라” 고 적어 놓았을 정도니, 이쯤되면 그야말로 못 말리는 천상 활동가입니다. 원순씨 뿐만 아니라, 이날 대회에 모인 활동가분들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시도하는 사람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기에 위안이 되는 듯 합니다. 우연히 서랍 속에서 찾아낸 빛바랜 졸업사진 한 장과 마주했을 때처럼 말이죠.
시민사회활동가 여러분, 힘내세요.
절대 좌절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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