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의 힘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13) 만들기의 힘

가브리엘리노(Gabrilelino)는 25개의 기술을 보유한 아이이다. 페이퍼크래프터(종이로 물건이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고, 애니메이터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꽤 만들 줄 안다. 장난감 기술자이면서도 다크니스 엔지니어라는 이색적인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미 134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베테랑 메이커인 그의 포트폴리오는 450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일까?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기지 않는 분들은 영상과 가브리엘리노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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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리노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공교육 틀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기회는 흔치 않은 것 같다. 필자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경험을 되짚어 보면, 과학상자 조립하기, 고무 동력기나 글라이더 조립하기 등 과학 시간에 경험한 만들기와 미술 시간에 경험한 만들기를 제외하고는 만들기가 교육 과정의 중심에 있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교과서와 글자로 기록된 지식에 대한 학습이 강조되어 왔고,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에는 ‘만들기’라고 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 ‘만들기’라고 하는 것이 교육에 있어, 그리고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지를 증명해주는 운동과 같은 흐름들이 있다. 그중 두 가지를 오늘 살펴보자.

첫 번째는 바로, <메이커 에듀케이션 이니셔티브(Maker Education Initiative>이다. 메이커 에듀케이션 이니셔티브는 메이커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창작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했던 메이커 미디어가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최근 설립한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메이커 에듀케이션 이니셔티브는 젊은이들에게 ‘무언가를 만드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만드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형성하고 창의력을 키우며, 과학과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그리고 예술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에 더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합류할 수 있기를 원하며 젊은 창작자(young maker)를 육성하기 위해 가족, 지도자, 교육자, 멘토, 조직단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커 콥스(Maker Corps)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의 공립학교 학생들이 참여하여 일련의 창작 활동과 만드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캠프나 단기 학교 같은 프로그램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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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창작 프로그램 청사진 보고서는 ‘만드는 사람(Maker)’, 만드는 것을 위한 공간, 만들기 프로그램, 만들기 페어 등 다양한 움직임이 크고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젊은이들이나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공공 커뮤니티나 사적인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이런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들은 ‘만드는 행위(Making)’가 가지는 효과와 힘에 대해 주목하는데, 만드는 행위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협업을 지향하며 힘을 불어 넣어 준다고 보고 있다. 만드는 행위는 깊은 수준의 참여,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과 협력, 호기심 유발을 동반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으로 구성된 STEM 교육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들은 지역사회 기관과 교육자들, 부모들에 의해 청소년들을 위한 ‘메이커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으며, 더 많은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도록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창작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가이드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창작 프로그램 설계에 참고할 수 있도록 누군가 이 보고서를 번역해서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살펴볼 사례는 바로 <DIY.org>라고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DIY.org는 가브리엘리노에게 다양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온라인 커뮤니티로, 아이들이 자신의 창작품과 창작 결과물을 공유하고, 현대 사회에 있어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습득하며,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DIY.org는 ‘사람은 누구나 실행을 통해 배운다.’고 믿고 있으며, DIY.org에 있는 여러 가지 ‘기술’들을 직접 아이들이 시도해봄으로써 어떤 직업이든 해볼 수 있고 되어 볼 수 있는(가브리엘리노가 페이퍼크래프터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앱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기록할 수 있는데, 이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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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org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자크 클라인(Zach Klein)은 DIY.org를 창업하기 전에는 영상재생 및 공유 서비스인 비메오(vimeo)의 공동 창업자였다. 그는 ‘누구나 창의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DIY.org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 DIY.org를 처음 만들 때에는 소셜네트워크가 결합된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스크랩북’을 지향하고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리는 활동을 하는데, 이 결과물이 냉장고 문 앞에 잠시 걸려지는 정도로만 공유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을 온라인 공간에 잘 기록하고 저장하면 아이를 위한 멋진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특별히 그는 온라인 공간이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개성을 키우는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고, 오히려 오프라인 활동을 장려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세상은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아이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자신들의 힘을 보탤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 참고

초기 DIY.org는 아이들이 했던 활동과 작품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포트폴리오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소셜네트워크 속성이 결합되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창작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그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DIY.org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이사야 삭슨(Isaiah Saxon)은 “오늘날의 소셜네트워크는 내가 하고 있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한 것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것을 중심으로 네트워킹하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고, 아이들이 보유한 각각의 기술을 영웅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 한다. ※ 참고

DIY.org는 현재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클럽을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현재 총 91개의 ‘스킬(Skill)’이 등록되어 있는데, ‘스킬’은 세상을 만든 다양한 방법들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직업 개념을 포함하기도 한다. 애니메이터, 건축가, 우주 비행사, 운동선수, 개발자, 뒷뜰 농부, 빵 굽는 사람, 양봉, 자전거 기술자, 생물학자, 블럭 만드는 사람, 식물학자, 캠핑하는 사람, 요리사, 화학자, 옷 만드는 사람, 춤추는 사람,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탐정, 영화감독, 기업가 등 정말 다채로운 ‘스킬’이 즐비하다. 각각의 스킬은 몇 개의 하부 ‘챌린지(Challenge)’로 구성되는데, 챌린지는 해당 스킬을 배우기 위해 시도해야 하는 일련의 작업들로 성공하면 ‘딱지’를 얻어 자신의 보유 능력과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

DIY.org는 오프라인에서의 활동도 장려하고 있는데, 메이커 클럽을 결성하고 자신의 클럽을 DIY.org에 등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부모와 교육자를 위한 안내 페이지에서도 오프라인 클럽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게 독려해달라는 메시지를 빼놓지 않고 있다. 그것은 함께일 때 혼자 해낼 수 없는 만들기 행위나 창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환경에 노출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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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Y클럽 지도. 대한민국은 아직 등록된 클럽이 없다. 당신이 1등으로 등록해보면 어떨까?

메이커 에듀케이션 이니셔티브와 DIY.org를 통해서 볼 때 교육의 혁신에 있어 필요한 것은 바로 ‘만드는 힘의 회복’이 아닌가 한다. 단순히 ‘이색적인 경험으로써 만들기’가 교육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차원을 벗어나, ‘STEM 교육에 있어서 만들기가 효과적이다’라는 차원을 벗어나, ‘만들기’라고 하는 행위가 가진 본질적인 의미와 교육적 가치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두 가지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그리고 만드는 힘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학습하며 상호작용 속에서 발전시키면서 아이들이 또래나 지지자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글_ 이성은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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