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들 (5)] 품격 높은 만남과 대화의 장 : 아스팬연구소(The Aspen Institute)

[##_1L|1071466876.jpg|width=”256″ height=”157″ alt=”?”|아스팬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듀퐁서클원 건물_##]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아스팬연구소(The Aspen Institute, http://www.aspeninstitute.org/)는 “계몽된 리더쉽과 열린 대화”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1950년에 창립되었다. 시카고의 사업가 월터 페이프치크(Walter Paepcke)는 1945년 콜로라도 아스팬의 광산지역을 방문했다가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감동을 받게 된다. 그는 그곳을 전 세계 예술가와 지도자, 사상가, 음악가들이, 그들의 일상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함께 모일 수 있는 곳으로 바꾸기로 결심하였다. 1949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월터는, 세계적 대문호 괴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2주간의 국제적 행사를 기획하였고 여기에는 당대 유명 지식인과 예술가들 2,000명이 참여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다음해인 1950년 월터는 아스팬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이후 아스팬 뮤직페스티발, 아스팬 국제디자인 경진대회 등을 개최하게 된다.

월터 페이프치크는 당시 시카고 대학에 개설되어 있던 고전 읽기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현재까지 아스팬연구소의 가장 대표적 세미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아스팬연구소 임원 세미나(the Aspen Insitute Executive Seminar)를 개설하였고, 1960년대, 1970년대를 거치며 점점 그 규모를 키워 나갔다. 1979년, 유리제조업 자본가이자 자선사업가인 아서 휴턴(Arthur A. Houghton, Jr.)의 기부로 메릴랜드 체사피크 만 동쪽에 1,000에이커 규모의 캠퍼스를 짓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 와이 리버 컨퍼런스 센터(the Wye River Conference Center)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아스팬연구소는 현재 워싱턴 디씨에 본부를 두고 있고, 콜로라도 아스팬과 매릴랜드 주 와인 리버 체사피크 만 언덕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현재 연구소의 대표는 타임(Time) 지의 편집장 출신이자 전기작가로도 유명한, 전 시엔엔(CNN) 최고경영자 월터 아이잭슨(Water Isasscson)이 맡고 있다.

2007년 4월 23일 오후 2시부터 약 한 시간 가량, 아스팬연구소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공적 업무 책임자인 제임스 스피겔만(James M. Spiegelman) 부대표와 1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제임스 스피겔만은 아스팬연구소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고, 아스팬연구소의 언론업무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소의 거의 모든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여가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하였다. 한편 2005년도 아스팬연구소의 언론인용 빈도는 전체 싱크탱크들 가운데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미나를 포함한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높은 순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_1R|1006400351.jpg|width=”241″ height=”161″ alt=”?”|제임스 스피겔만 부대표_##]아스팬연구소에 대한 전반적 설명을 우선 부탁드립니다.

아스팬연구소는 독립적이고 비당파적인 연구소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비당파적’이라는 규정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포럼(Forum)’을 통한 대화를 중시하는 우리 연구소가 중립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춰질 경우 포럼의 구성 자체가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5년~20년 간 미국 사회는 더욱 ‘당파적’이고 목소리만 크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해 왔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존재가 점점더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스팬연구소는 콜로라도와 이곳 워싱턴 디씨 그리고 메릴랜드 주에 사무실과 교육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주제는 비단 정치적인 사안만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철학, 음악, 미술, 사진 등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대화식 교육에 영향을 받아 ‘토론(discussion)’을 중시하는 것은 저희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주일간 합숙하며 고대 그리이스 철학자들인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과 휴식을 취하는 임원 세미나(executive seminar)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변호사, 의사, 교수, 관료, 기업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평균 약 7,500달러의 수업료를 내야하며, 정원은 17명에서 22명 사이로 제한됩니다. 콜로라도 아스팬과 메릴랜드 와이 리버(Wye River) 두 군데 중 한군데를 골라 신청할 수 있으며 이 두 곳은 완전히 다른 풍경을 제공해주므로 그것을 감안하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1-2명 정도의 진행자(moderator)가 있고 이들은 매우 높은 학문적 명성을 이미 갖춘 이들로 구성됩니다. 진행자는 토론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이끌며 무엇보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반드시’ 미리 제공된 자료들을 다 읽고 와야만 합니다. 그렇게 해야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하나의 ‘의무’ 조항입니다.

두껍고 어려운 자료를 미리 읽어야 하고 일주일간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세미나에 참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핸드폰은 모두 꺼 놓아야 하며 오직 세미나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은 자신들의 경영자(CEO)가 보다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시간 이외에는 오후에 스키를 타거나 하이킹을 즐기고 저녁 식사를 하며 많은 이들과 새로 사귀게 되면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아스팬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세미나들에 대해 소개를 좀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가장 대표적인 세미나는, 1년에 2회, 일주일간 콜로라도 아스팬과 메릴랜드 와인 리버 근교에서 이루어지는 임원 세미나(executive seminar)입니다. 2년 전에 새로 개발한 세미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중국 여행(Trip to China)”이라는 세미나가 있습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중국으로 직접 여행을 떠나 중국인 학자들과 교류하고 토론하며 중국인의 감성까지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인데 아직은 생각했던 만큼 신청자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외에도 록키 산맥에서 카누와 카약을 타며 자연을 느끼고 인간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 체사피크만 주변에 마련된 아름다운 환경에서 과거 소로우가 그랬던 것처럼 사색과 독서를 즐기는 월든(Walden) 세미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새로운 세미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전통과 새로운 얼굴이 항상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도록 ,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개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세미나에 참석했던 이들이 다시 만나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도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일종의 동창회 조직이 만들어져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세미나를 함께 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연결고리가 됩니다. 또한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의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나의 예를 상상해 볼까요?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를 조직해 볼 수 있고 여기에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신속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알 고어 전 부통령이 초청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요 산업체들을 대표하는 경영자들도 함께 초청되구요. 이들이 3-4일 간 함께 지내며 계속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공동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의회와 관련 전문가들에게 전해져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게 됩니다. 그동안은 각자의 입장만을 담은 보고서만이 각각 제출되었지만 아스팬연구소의 세미나를 통해 환경운동가와 산업체 대표들이 함께 고민하여 만든 보고서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아스팬연구소에는 현재 20개의 정책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기 위해선 나름의 조직 운영 방침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아스팬연구소는, 말씀하신 것처럼 20개의 정책 프로그램을 하부에 둔 일종의 우산형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프로그램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책임자는 스탭의 급여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져야만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연구소 전체를 위해 일하는 스탭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각 프로그램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현재 저희가 진행하는 다양한 세미나를 선전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은 별도로 벌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미국의 대표적 잡지 가운데 하나인 <아틀란틱>(The Atlantic)에 프로그램 광고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의 방법은 역시 ‘구전’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결국 세미나에 참여해 봤던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좋은 평판이야말로 다른 어떤 광고보다 더 나은 홍보효과를 갖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_1L|1302355377.jpg|width=”269″ height=”176″ alt=”?”|아스팬연구소 내부 모습_##]그렇다면 아스팬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독자적으로 어떤 연구를 수행하는가요? 연구원들이 자기 분야에 대한 연구물을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요.

아스팬연구소의 연구원의 역할은 전통적 싱크탱크의 연구원과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이라고 한다면 그의 역할은 자기 분야에 대한 논문을 쓰고 언론에 기고를 하는 것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스팬연구소 연구원의 역할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그 능력에 덧붙여 “누가 전문가인지 알고 이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출 것이 요구됩니다. 그렇게 하여 좋은 세미나를 기획하고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역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스팬연구소는 ‘대화(dialogue)’를 중시하기 때문에 저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전문가와 참석자들이 어떻게 서로 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보통 다른 싱크탱크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가보면 강사가 앞에 서 있고 청중들은 조용히 강사만을 바라보며 앉아 있습니다. 강사가 한명일 경우도 있지만 여러 명의 발표자들이 나란히 앉아 자기 얘기를 하고 세미나 마지막에 청중들로부터 약간의 질문을 받아 대답하는 형식이 일반적인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소의 세미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발표자와 청중 사이의 구분이 없도록 좌석을 배치합니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인원은 25명에서 30명 정도로 제한되며 발표자는 약 5분 정도의 발표 시간 안에 핵심적인 내용만을 발표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모든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세미나는 기본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정도로 작은 규모의 세미나가 선호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녹음하거나 녹화하여 다른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 또한 잘 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니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모두 카메라로 녹화되고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아스펜연구소의 세미나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아닌가요?

아스팬연구소의 세미나는 어느 정도의 ‘배타성(exclusivity)’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연구소 세미나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콜로라도 아스팬이나 메릴랜드 와인 리버 같은 곳에서 일주일간 합숙 세미나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멀찍이 떨어짐으로써 함께 모여 있는 이들끼리는 더욱 친밀해지고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모임의 규모가 커지고 공개되면 될수록 참석자들 사이에서의 긴밀한 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가가 참석자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드리겠습니다. 작년 여름 세미나에 공화당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방송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가 세미나를 중간에서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때 저희는 위성 생중계가 가능한 방송차량을 콜로라도 덴버에서 마련해서 아스팬으로 가져 와 존 맥케인 의원과 새벽 5시 30분부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동부와의 시차 때문에 그렇게 일찍부터 해야만 했지요. 하지만 결국 이렇게 함으로써 맥케인 상원의원은 세미나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저희는 세미나 참석자들에 대해 우리 세미나가 갖는 ‘우선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세미나를 조직하고 참가자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별도의 교육을 받고 있는가요?

공식적인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마치 수영을 배우기 위해 물속에 그냥 내던져 지듯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익혀 나가고 있습니다. 아스팬연구소의 연구원 또는 스탭들은 세미나 장소 섭외에서부터 프로그램의 기획, 발표자 선정 및 참석자의 초청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잘 해나갈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석사나 박사학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현장 경험이 더욱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세미나를 조직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고서의 편집도 해야 하고, 마치 저글링(juggling)을 하듯 많은 프로그램들을 한꺼번에 다뤄야 합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량 가운데 하나는 ‘유연함’입니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곧바로 그것에 대응하여 빠르게 세미나를 조직할 수 있는 개인적, 조직적 유연함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저희 연구소의 대표를 맞고 있는 월터 아이잭슨(Walter Isaacson)은 아주 창조적인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유연함’이 강조하는 편인데, 예를 들어 저희 연구소의 중동 전략 프로그램의 경우 그것이 필요하겠다고 결정된 당일에 바로 시작되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그냥 그렇게 하자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접근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아스팬연구소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연구원과 스탭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됩니까?

아스팬사무소는 워싱턴 디씨와 뉴욕, 콜로라도와 메릴랜드에 있습니다. 모두 합해서 180명 정도가 일하고 있고, 워싱턴 디씨의 사무실이 본부입니다. 현재 90명 정도가 워싱턴 디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모든 시니어 펠로우들은 콜로라도 아스팬에서 지내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저희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집행 세미나’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프로그램의 디렉터들은 연구소에서 상근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스팬 전략 그룹(Aspen Strategy Group)의 책임을 맡고 있는 커트 캠펠(Kirt Campbell)의 경우는 예외적입니다. 그는 여기에 상근하지는 않고 다른 곳에서 별도의 싱크탱크를 운영하면서 이곳의 프로그램 운영만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곳 워싱턴 디씨 연구소에는 강의공간이 3개가 있는데 가끔 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야 하는 세미나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에는 대학 강의실 등을 빌리기도 합니다.
[##_1R|1146101136.jpg|width=”244″ height=”167″ alt=”?”|아스팬연구소 라운드테이블 풍경_##]아스팬연구소는 대중들에게 널리 공개되기보다는 소수의 참석자들의 긴밀함을 중시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많은 대중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인가요?

3년째 해 오고 있는 ‘아이디어 축제(Idea Festival)’는 많은 대중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일주일간 열리고 200명 가까운 연사들이 강연을 합니다. 그린스펀, 콜린 파월, 울브라이트, 빌 클린턴 등 쟁쟁한 유명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하기 때문에 축제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참가신청이 시작되면 거의 곧바로 마감이 될 정도이죠. 흥미로운 것은 저희는 여기 참여하는 연사들에게 별도의 강연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교통비와 숙박비 정도를 제공할 뿐인데요. 그런 명사들에게 강연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건 매우 예외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절대로 무료 강연을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만 저희 행사에서는 무료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그만큼 아스팬연구소의 명성이 높기 때문이죠.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속의 미국의 역할(US Role in the World)”이라는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 역시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프로그램인가요? 그렇게 비공개로 한다면 참석자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그렇습니다. 제한된 사람들만이 참석합니다. 저희는 이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를 위해 워싱턴 디씨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 예를 들어 각국 대사관 소속 관료, 학교 연구자, 싱크탱크 연구자, 기자 등 약 200명 정도가 포함된 리스트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들을 초청하면 대략 매회 40명 정도가 참석하게 됩니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세미나에는 점심식사가 제공되고 이 세미나의 비용은 다이뮬러크라이슬러 사가 만든 재단에서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견 전문가 그룹이 일상적으로 함께 하는 라운드 테이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싱크탱크는 현재 없습니다. 최고 레벨의 대학들, 예를 들어 하버드나 예일 대학교 같은 곳의 비즈니스스쿨에서 기업체 중견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비즈니스 지향의 프로그램이라 우리는 조금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 같은데서 열리는 컨퍼런스나 출판기념 세미나 등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형식이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와 달리 아스팬연구소는 참가자 전원이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아스팬연구소의 재정구조와 의사결정구조는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각 프로그램 책임자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을 독립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대체로 재단들로부터 후원을 받습니다. 카네기 기금이나 포드, 매카서 재단 등 대형 재단들이 가장 중요한 대상입니다. 물론 개별 기업이나 개인들로부터도 후원이나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 특정한 프로그램을 지정해서 후원하는 경우도 있고 아스팬연구소 전반의 운영비용 형식으로 후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아스팬연구소의 이사회는 다소 기형적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려 70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20명에서 25명 내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사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번 이사가 되면 계속 할 수 있고 이사의 숫자는 자꾸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 이사회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별도로 ‘종신 이사(life time trustee)’라는 이름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아스팬연구소는 해외에도 연구소의 지부를 두고 있는 것 같던데요. 해외에 있는 아스팬 국제사무소들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아스팬연구소의 국제사무소는 독일의 베를린, 인도의 뉴델리, 일본의 도쿄, 프랑스 리옹, 이탈리아 로마 등에 있습니다. 이들 사무소들을 우리의 지부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느슨한 수준의 제휴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아스팬 사무소는 일본국제문화회관(International House of Japan)이 맡고 있습니다. 국제문화회관은 자기 조직과 예산, 사업, 홈페이지를 갖춘 독립적인 기구이고 저희와는 제휴관계인 것입니다. 여긴 규모도 저희에 비해 훨씬 작고 좀 더 상업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스팬 베를린 사무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미국의 아스팬연구소는 엄격한 ‘비당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팬 베를린의 책임자는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이라크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을 이곳에서는 할 수 없지만 독일 사회에선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국제 사무소들은 모두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큰 틀에서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일부 세부적인 프로그램들을 공유하기도 하구요.

바쁘신데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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