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문턱이 낮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_1L|1107033674.jpg|width=”441″ height=”176″ alt=”?”|판자촌과 아파트로 경계지어진 범박동_##]부천시 범박동에는 두 개의 도시가 있다. 성냥갑 속 성냥처럼 높고 빽빽하게 세워진 깨끗한 아파트 단지들과 바로 그 아래 위치한 판자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낮은 동네가 그것이다.

몇 년 전 재개발 바람이 불어 범박동 전체가 하나 둘 개발됐지만, 바로 아래 판자촌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고층 아파트 바로 옆 낮은 지붕들의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어색하다.

이 곳에 들어섰을 땐 마치 갑자기 찾아온 소나기의 경계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왼쪽 어깨엔 해가 쨍쨍한데 오른쪽 어깨엔 차가운 비가 떨어지고 있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

‘범박공부방’은 그 곳 낮은 지붕들 중 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재개발 때문에 70% 이상이 이미 빈 집이라고 한다. 유달리 매섭게 느껴지는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범박의 문을 두드렸다.

[##_1R|1197708193.jpg|width=”217″ height=”325″ alt=”?”|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범박 친구들_##]오후 3시, 하나 둘 공부방으로

공부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은 이미 자원봉사 선생님과 함께 공예 창작을 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교과 수업이 이어졌다.

1993년에 시작된 ‘범박공부방’은 20년이 넘도록 한 장소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호해주고 있는 곳이다. 1996년부터는 ‘부스러기사랑회’에 등록해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범박공부방’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한때 부천시는 재개발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주며 계수동에서 ‘범박공부방’을 이동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범박의 지부예 원장은 돈을 다시 부천시에 반납하고 말았다. 여전히 범박동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웃음소리 가득한 ‘범박공부방’은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다.

처음 범박공부방이 문을 열었을 당시 다른 공부방들과 달리 아이들 보호 차원에서 무료급식까지 해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국에 있는 모든 지역 아동센터의 필수 제도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후원자 분들이 아이들 교육과 돌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재단’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방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부천시로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져 왔다. 범박공부방이 내년부터는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범박 공부방이 위치한 곳은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부천시 지역아동센터에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등록을 하지 못해 지원금이 삭감되는 바람에, 올 해 선생님을 여러 명 두지 못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항상 구석과 가장자리부터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문제보다 더 큰 어려움은 범박의 아이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다. 재개발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과 개발되지 않은 곳의 아이들 사이에 항상 은근한 신경전이 있어 범박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잦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단지 부모님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누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항상 구석과 가장자리부터 신경을 쓰며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부예 원장은 말했다.
[##_1L|1028834550.jpg|width=”300″ height=”225″ alt=”?”|범박공부방의 지부예 원장_##]몇몇 지역아동센터들은 아이들에게 약간의 ‘수강료’를 받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형편 때문에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범박공부방에서는 일체의 수강료를 받지 않고 있다.

덕분에 자원봉사 선생님을 바라보는 공부방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 맑은 얼굴들에서는 그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심은 배추 150포기를 뽑아 함께 김장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되지만 ‘천사회’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시기로 했으니 잘 될 거라 믿어요. 재밌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지 무척 기대되네요” 지부예 원장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엇나갔던 아이들이 변화해 다시 공부방을 찾아올 때가 가장 보람있다며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이곳 공부방은 언제나 문턱이 낮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빚을 져서 이 동네로 도망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잠시라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어떤 이유로 찾아오든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범박 공부방

☞ 전화 : 032-344-0056
☞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 8번지 범박 공부방

[##_1L|1212675673.jpg|width=”94″ height=”82″ alt=”?”|_##]해피리포터 전빛이라(manim85)

‘세상에 굶주리고, 병들고, 외롭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있는 한 그는 내 책임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해피리포터로 취재하면서 계산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행복을 전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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