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마을 터줏대감을 위한 증언

희망제작소에서는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총서 28권 완간을 맞아 저자들의 집필 후기를 연재합니다. 이 총서를 집필한 이들은 전문적인 학자나 저술가가 아닙니다. 지역 운동가에서부터 교사, 지역 언론기자, 공무원, 대학원생, 귀농인, 예술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지역 연구자들이 다채로운 주제의 현장을 담아냈습니다. 이들이 글을 쓰면서 느낀 진솔한 감정과 책 발간 후 겪은 인상적인 변화들을 집필 후기를 통해 소개합니다. 다섯 번째로 소개할 후기는 <염리동, 소금마을 이야기>의 10대 저자들을 이끌고 책 발간 작업을 이끈 ?최경미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염리동을 돌아 다녔다.

처음에는 염리동을 돌아다닐 때 옆 마을까지 넘나들어 그 경계가 애매했다. 골목 하나가 집 하나가 마을의 경계가 되어 어디까지가 염리동인지 구분하기 힘들어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아현동으로 넘어가 되돌아온 적이 여러 번이었다.

염리동은 행정구역상의 구분이었지 우리에게는 마을의 경계는 없어서 모든 길은 통했기에 옆 마을까지 모르는 순간 넘나들면서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 사이 아현 3동과 경계해 있던 염리동 골목은 빈집이 늘어났고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도 새로 세워지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것과 새로 생긴 것 사이에서 마을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했다. 그 사라져 가는 것과 새로 생긴 것들이 바로 마을의 경계가 되어 버렸다.


[##_Gallery|1285850009.jpg|염리동 골목을 누비고 있는 무지개반사 친구들|1213463515.jpg|염리동 골목에서 만난 삶의 흔적|1050799160.jpg|염리동에는 이제 장막이 생겼다|1226787817.jpg|마을 어르신과 기념사진 한 장!|width=”400″ height=”300″_##]
40년 터줏대감들의 알리바이

하지만 이 경계에서 새로 생기는 것과 반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은 옛날 흔적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옛날 흔적과 전설은 지명이나 길 이름에만 남아 있거나 여든이 다 되어가는 어르신들 기억에서 가물거리고 있었다. 그 아스라한 흔적들을 찾아 나서면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모습들, 제 나름의 이야기들로 역사를 만들어 오고, 새겨 온 다양한 무늬들을 만나게 되었다.

40여 년 동안 터줏대감처럼 염리동에서 살아 온 사람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염리동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그 알리바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들에게 아직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가 회복하고 복원해야 할, 도시에서 情을 나누며 살아가는 법이라든지, 고된 삶 속에서 위로를 나누었던 이웃사촌과 사라져 버린 단골의 의미에 대해서 이제는 낯설어진 이 수많은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더 해야 했다.

지난 환절기 다시 찾은 염리동에서 순간 나는 길을 잃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염리동과 아현 3동의 경계에서 사라져버린 집들과 골목들 때문에 길을 헤맸다. 이정표가 되어 주었던 목욕탕과 교회, 초록색 대문과 반질반질한 장독대가 있던 옥상, 누구누구의 낙서가 있던 그 담벼락도 없어져 버렸다. 그 사라진 곳에 커다란 장막이 쳐져 있었다.

그 비밀스러운 장막 너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어디까지가 염리동이고 어디까지가 아현동인지 불분명했던 마을의 경계가 그 장막으로 인해 생겨버렸다. 그 장막 앞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한참동안 가로막혀 있었다.

[##_1C|1050502276.jpg|width=”195″ height=”28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염리동,소금마을 이야기 (이매진, 2009)_##]우리는 증인이다

아마 다시 계절이 바뀌면 그 장막은 염리동까지 덮치게 될지 모른다. 그 장막이 마을을 이루며 살았던 시간들을 훔쳐가 버릴지도 모른다. 마치 모모에 나온 시간도둑 회색도당들처럼 말이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난 몇 계절 동안 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는 작업들은 바로 증인이 되는 일이었다. 2008년도 재개발이 되기 전, 터줏대감들이 이사를 가기 전의 염리동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증인이 되어 주는 것이었다.

10대들에게 이 염리동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웃과 마을에 대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이정표와 같은 곳이었다. 이 작은 책자에 남겨진 이야기들과 역사와 흔적들이 바로 여기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염리동에 사람이 사는 동안에는 마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_최경미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하자작업장학교 담임)

‘염리동, 소금마을 이야기’ 의 저자 무지개반사

각양각생의 무늬들을 가진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무지개반사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네트워크하고 있는 학교 밖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세대를 넘나드는 멘토들로 이루어진 글쓰기 팀이다.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 이야기가 화두였던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뉴타운의 물결을 타고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염리동의 기억들을 복원하고자 했던 염리동주민센터의 인연으로 염리동 마을 이야기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염리동이 마을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면, 이 계기를 바탕으로 무지개반사는 앞으로도 복원하고 회복해야 하는 삶의 흔적들을 찾고 여러 사람들에게 반사시켜 풍요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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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메일과 전화로 접수
담당: 희망제작소 사무팀 이용신 연구원
메일: cacer56@makehope.org
전화: 02-2031-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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