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왕따 외교’,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동북아의 역학관계를 고려해 볼 때,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국가는 없다. 중국의 영향력 또한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할 뿐이지, 그 안의 깊은 고민을 생각한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 역시 국제사회에서 생각하는 만큼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까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그래도 북한에게 중국은 ‘미워도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줘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중 관계는 상대에 대해 속은 검게 타 들어가도 애써 태연해야 하는,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기”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운의 방중설 또한 이와 같은 북-중 관계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김정운의 방중은 오늘날의 북한에 있어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는 중국임을 암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_1C|1007006092.jpg|width=”500″ height=”360″ alt=”?”|(워싱턴=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6일 백악관 정상회담은 미국의 5개 주요 TV 방송사가 기자회견을 생중계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에서 비중있는 뉴스로 다뤄졌다. 사진은 CNN 화면 캡쳐. 2009.6.17 _##]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대통령은 북한 핵 포기를 위한 5자 회담을 제안함과 동시에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 가진 일본 방문에서도 북한 핵 해결을 위한 5자 회담의 필요성과 중국 역할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의 밀접한 공조로 대중 설득에 적극 나서자고 주문하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와 같은 행보는, 우리 정부가 북핵 해결의 핵심 관건으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고려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한일 정상회담 등, 중국 설득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외교 채널을 구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선’이 느껴지질 않는다. 북핵 해결에 있어서 최중요 관건으로 중국 설득을 상정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국 설득을 위한 최선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 행위에 있어 ‘정상회담’ 은 꽃 중의 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라가는 사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최대의 현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현재 우리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미-일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중국 설득, 그 중국 설득에 있어 가장 직접적이며 효율적인 효과가 기대 가능한 한중 정상 회담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중국 설득이 중요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사안까지는 아니라는 판단 하에 한중 회담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중국 설득’을 말하면서도 이를 위한 방법 실천에는 게을리하고 있거나 제대로 된 방법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혹시 표면적인 이유야 어떠하든 사실상 중국측의 거부로 인해 개최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주말에 접한 중국 학자들의 견해는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 적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누가 만들고 그 해결은 애꿎은 제3자에게 미루는 듯한 현 상황에서, 한 중 정상회담이 과연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까. 사실, 한국 정부의 현행 외교정책을 보면, 중국이 한국을 반갑게 만날 수 있을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체면을 중시한다. 이 쪽뿐 아니라 상대방의 그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한번 정상회담을 하려면 그 만큼의 성과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한중 사이에서 과연 무엇이 얼마만큼 가능하겠는가”

“아니다, 그래도 한국이 정상회담을 절실히 원한다면, 한국의 체면을 무작정 무시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한국이 바라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중 정상회담은 어쩌면 중국 측의 거절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국민들이 나서 정부에 추궁해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하이의 한 조선족 학자는 북핵을 둘러싼 현 상황을 중국의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어려운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목을 조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움직임의 한 가운데는 한국이 놓여 있는 격” 이라며 “한국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 것인가. 그렇게 함으로써 취해질 수 있는 한국의 국가이익이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다음날, 일본의 외무차관은 이 대통령이 제안한 ‘5자 회담’을 사실상 거절하였다. 극우 보수파 인사가 총리로 집권하고 있는 일본조차 한국 정부의 현재와 같은 대북 조르기와 균형 잃은 친미 일변 외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행태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이중, 삼중으로 위기 속으로 내몰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외교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글_우수근

우수근은 한국출신 ‘아시아인’임을 자처한다. 일본유학(게이오(慶應義塾) 대학 대학원) 중에 아시아를 자각했고, 미국유학(University of Minnesota, 로스쿨(LL.M)) 중에 아시아를 고민하다가, 중국유학(화동사범(華東師範) 대학, 법학박사) 중에 아시아인이 되었다. 좀 더 열린 마음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국내외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그는 현재 중국 상하이 동화(東華)대학교 외래교수(外敎)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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