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와 직업훈련, 두 마리 토끼 잡기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 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클라리넷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연주하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붙임성이 좋아 누구에게나 먼저 손을 내밀던 그 친구는 앞을 볼 수 있는 눈 대신 절대음감과 음악적 재능을 신께 받았다. 지금은 후원을 받아 독일에서 공부중인 그 친구를 떠올리면 늘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때부터 였을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던 듯 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것 외에 활동이 비장애인들과 얼마나 다를지, 생각하는 것은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오히려 더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여러 의문이 들었다.

늦은 오후,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청했다.


복지와 직업훈련, 두 마리 토끼 잡기

복지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홍보담당 함요한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함요한 씨의 설명에 따르면, 실로암의 초대 관장 김선태 목사님은 그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분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폭탄 파편을 눈에 맞아 시력을 잃었는데, 장애에도 불구하고 늘 열정적으로 활동해 대한예수교 장로회 맹인선교회에 있을 때 실로암 복지관 건립을 주도했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를 알리자는 취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현재 실로암 안과병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 해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 받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까지 수상했다.

실로암복지관은 큰 규모만큼이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취업훈련 및 알선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생필품이나 여가활동만을 지원해 줄 수도 있죠. 하지만 인격이 있고 비장애인과 같은 삶을 똑같이 살 수 있는 분들이거든요. 예전처럼 지원만 받는 걸 원하시는 분들이 줄어들고 교육도 많이 받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한 욕구가 늘고 있어요. 점자 책이나 녹음한 책을 통해 공부하고 대학에 진한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어요.”
[##_1C|1323679673.jpg|width=”380″ height=”262″ alt=”?”|점자책을 이용해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_##]
차별화된 맞춤 프로그램

“온라인 상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자체개발 해, CD로 구워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네이버 기사 전체를 클릭하면 다 읽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요. 이번에 시각장애인 중에 사법고시 되신 분도 그렇게 공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외에도 소프트개발원 팀에서 만든 음성변환 프로그램 ‘드림보이스’, 묵자인 한글파일을 점자로 바꿔주는 ‘드림리더’ 등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지원센터에서는 시각장애인 가족과 일반가족을 대상으로 캠프를 개최해, 서로 가까워지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성격 유형검사, 심리진로탐색검사, 지능검사, 자아수용검사, 지역사회적응검사(CIS-A), 체력평가, 촉각변별력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도 빼 놓을 수 없다.

“직업을 찾으러 오시면 저희가 아무 데나 연결해 드릴 순 없잖아요. 심리평가와 체력검사를 통해 적성등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고용 지원센터에서 직업 훈련과 알선을 하는 거죠.

활동적인 성격인 분에게는 활동적인 직업 분야를, 대인관계가 원만한 분들에게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직업을 연결해 드립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죠. 시각장애인들은 어떤 장애인보다 취업률이 가장 저조하거든요. 안타까운 부분이죠.”


시각장애인도 다 할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들도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요. 물론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하긴 하죠. 시각장애인이 등산을 갈 때 1인당 한 명씩 자원봉사가 있으면 위험하지는 않아요. 자원봉사자만 충분하다면 어떤 활동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도 눈만 안 보인다 뿐이지, 우리와 똑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도 해외 나가고 여행가고 싶어하잖아요. ‘집 근처에도 좋은 곳이 있을텐데 왜 굳이 멀리가나’ 생각할 수 있지만 갔다 왔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정말 뿌듯해 하세요. 하나도 안 보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옆에서 설명하면 상상의 나래를 펴서 들으면서 이해하시죠.”

그렇지 않아도 골프, 겨울낚시, 스키 등의 많은 야외활동을 하는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내 편견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_1C|1199070975.jpg|width=”380″ height=”262″ alt=”?”|지난 여름 열린 가족캠프 모둠게임 시간_##]
“장애만을 보아서는 안돼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 못지 않게 잘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저희 복지관에서도 안마센터, 일반사무, 컴퓨터 교육까지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다 하세요. 그분들께서는 계속 한 가지일만 해 오셨기 때문에 저희보다 훨씬 더 능숙하세요.

시각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 더 잘하는 것도 있어요. ‘점역(점자번역)’한 것 가운데 틀린 것을 찾아내 교열하는 ‘교정사’ 일이 대표적입니다. 비장애인보다 청각이 더 잘 발달했고 기억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훨씬 정확해요. 물론 배우는 속도에 있어 차이가 조금 있겠지만 그 후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지난해 전국의 시각장애인 복지관15개가 모여 제1회 <시각 장애인 고용 확대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의 시각장애인 복지관 라이온스 회장, 일본의 라이트하우스 부장이 초청된 세미나는 200여 명 의 시각장애인들도 참여해 질문과 건의를 하며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1차적으로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해서 좋은 점을 본받고자 하는 거죠. 세미나가 끝나면 시각장애인들이 실질적인 욕구자 이기에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건의하도록 하죠. 단숨에 달라지지 않겠지만 쌓아 가는 거에요.”

스페인은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는 직업이 따로 있다고 한다. 복권 파는 부분에 있어선 시각장애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직업으로 가질 수 없다.
[##_1C|1283102550.jpg|width=”380″ height=”262″ alt=”?”|실로암 시각장애인들이 노인들에게 안마봉사를 하고 있다._##]
“일반사람들과 사실 경쟁이 안되죠. 안마 뿐만이 아니라 장애인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직업이 있어야 해요. 맹아학교에서 주로 배우는 게 안마인데 졸업해서 일반인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한 순간에 꿈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지정된 직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글 _ 최주희 / 해피리포터 , 사진 _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 전화번호 : 02-880-0500
☞ 팩 스 : 02-887-1120
☞ 누리집 : http://www.silwel.or.kr/


[##_1L|1207370881.jpg|width=”94″ height=”88″ alt=”?”|_##]해피리포터 최주희(josumi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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