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행권 되찾기, 정부가 나서야”

안녕하세요. 사회창안센터입니다.

희망제작소-녹색교통운동-한겨레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보행권을 되찾자” 캠페인 관련해서 10월 4일 한겨레신문에 사설이 실렸습니다. 아래 붙였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보행권 되찾기, 정부가 나서야”

지난해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2442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1732명이 중소도시와 시골에서, 나머지 710명은 비교적 인도가 잘 설치된 대도시에서 사고를 당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눈앞에 둔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자동차에 밀려 도로의 주인 자리에서 밀려난 보행자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보행자의 안전과 권리는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더 위협받고 있다. 실태를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지방의 일반 국도 1만4천㎞ 가운데 95.5%는 아예 인도가 없다. 보행자들은 길을 걸을 때마다 차도의 가장자리를 넘나들면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여야 한다. 버스나 트럭이 지날 때면 생명의 위험을 느낄 정도다.

대도시의 인도 역시 시민들에게 걷고 싶지 않은 길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변압기·분전함 등 각종 시설물과 무질서한 선간판에 부딪히고 방해받기 일쑤다. 자전거까지 오가는 혼잡한 인도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에게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도시 교통사고 사망자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보행자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방으로 번듯한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쌩쌩 달린다고 선진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외형적인 성장보다 실질적인 삶의 질에 주목해야 할 때다. 교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당연히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보행자들 가운데는 어린이·노인 등 교통 약자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몇몇 자치단체가 최근 육교를 없애고 횡단보도를 늘려가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도 위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을 없애 인도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지자체도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마다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조경을 바꾸는 데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보행자 안전을 위해 돈을 쓰는 데는 인색한 게 대다수 지자체의 현실이다.

보행권을 확보하는 데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미국의 학교 버스들은 정차하면 차단장치가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을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차 중인 학교 버스를 추월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우리도 정부가 나서 구체적인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침 국회의원 30명이 최근 ‘보행권 확보 및 보행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한차례 정치적 제스처로 끝내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실질적으로 보행자의 안전과 권리를 찾아주는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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