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샌드위치와 함께 인생을 가르치는 영어선생님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아파트에서 행복한아파트공동체학교(이하 ‘행아공’)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아공은 아파트에서 보다 즐겁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일을 찾아내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행아공을 진행하며 만난 주민들을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
(8) 커피&샌드위치와 함께 인생을 가르치는 영어선생님 -김동익

김동익 씨는 강일동 주민으로 열린공간 강일 카페에서 진행하는 ‘커피&샌드위치와 함께하는 생활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0년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다가 은퇴하고 제2의 인생으로 배운 제과제빵 기술과 커피 그리고 다년간 실무 경험과 강의로 다져진 영어를 접목해서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아주 특별한 강좌를 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역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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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에서 지내다 이곳에 온 지 4년 정도된 것 같아요. 이전 동네에 오랫동안 살았는데, 재건축 문제가 있어서 이곳에 온 거예요. 처음에는 정말 황량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때는 주민센터 건물도 없었고 아파트만 달랑 있었죠. 1~2년 지나니까 주민자치센터 건물도 생기고 주민을 위한 공간들도 들어서면서 마을다운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죠.

강일동에서 좋아하는 장소는 8단지 앞에 있는 조그만 동산인데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예요. 강변로도 가까워서 자전거도로도 있고요. 강변을 끼고 걸으면 굉장히 좋아요. 가을에는 억새가 있어서 풍경도 좋죠. 그 옆에는 체육공원이 있는데 축구장, 야구장 등등 각종 운동을 할 수 있는 공원이에요. 이런 것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을 해요.

커피와 샌드위치가 영어를 만났을 때

올해 초부터 열린공간에서 수업을 시작했어요. 저는 그때 한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 전까지는 30년간 다국적 기업에서 일을 했어요.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을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결정했죠. 한국제과학교에서 정규과정을 밟고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했어요. 그 후에 빵집에서 거의 3년 반 동안 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그때 고경자 위원장님이 특별한 강의를 고민하다가 커피나 샌드위치, 영어 중에서 하나를 강의해주시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셨는데 저는 그냥 다하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영어만 하려고 했는데, 인원이 별로 많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커피, 샌드위치 만들기 수업을 같이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젊은 주부가 많이 사는 강일동의 특성상 그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때문이라도 영어에 관심이 많아요. 근데 보통 엄마들은 그냥 나와서 영어수업 듣는 걸 무서워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배운다는 명분으로 편안하게 수업에 나올 수 있게 하는 거죠. 부끄럽지 않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에요.

수업은 굉장히 호응이 좋았어요. 커피와 영어, 샌드위치와 영어 이런 식으로 격주로 수업을 하기도 했어요. 저는 수업 방식을 조금 특별하게 했어요. 시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고급 재료를 보여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재료도 본인들이 직접 보고 맛보고 선택하도록 했어요.

영어 강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요. 다국적기업에 있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잘 표현하고 싶지만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쭉 메모해 왔어요. 청담동에서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주부들에게 교육을 해주고자 하기에 저도 거기에 강사로 참여했어요. 거의 7년 정도 동안 일을 하면서 병행했죠. 사실 의사, 간호사, 변호사 같은 분들도 회화는 생각보다 잘하지 못해요. 그런 분들에게 쉬운 영어를 가르쳐준 거죠. 어쨌든 그렇게 시작한 영어 강의가 여기까지 이어오게 되었어요. 이것은 실력차, 수준차가 있다고 해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하다보니까 처음에는 대학교 1학년 교양 과목의 정도 수준이었어요. 초보적인 수준이었어요. 그것을 조금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조금 중학교 수준으로 낮추면서 이어갔죠. 계속 말을 하도록 시킴으로써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있어요.

커피 강의는 이론부터 시작했어요. 원산지, 생산국, 재배방법, 수확방법, 지역의 명품 커피의 종류 등등이죠. 외에도 커피 제조 과정, 로스팅 과정, 커피 기계에 대한 설명 등 다양한 이론들을 가르쳐주면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단계적인 이론 공부가 이루어졌죠.

샌드위치 만들기 강의도 하고 있는데 샌드위치는 빵이 정말 중요해요. 시중에 파는 샌드위치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 곡물로 만든 곡물빵이나 천연효모를 개발하여 만든 빵도 가끔씩 사용하지만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서 자주 사용하지 못하는 아쉬운 점도 있어요. 치즈는 국내에서 파는 치즈는 치즈의 본맛을 느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코스트코 같은 곳에서 저렴한 값에 직수입한 서양 치즈를 사용하기도 해요.

가장 샌드위치에 적합한 치즈는 네덜란드 고다치즈예요. 하지만 비싸서 자주 쓸 수 없고 영국식 체다치즈를 많이 사용해요. 샌드위치의 제일 핵심은 바로 이 치즈예요. 과일이나 채소는 대체로 제철 상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사과도 많이 쓰고 있고요. 빵 그리고 그 계절에 맞춰서 채소를 사용하죠. 그런 식으로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최대한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서 하려고 해요. 이런 재료로도 만들 수 있고 맛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지요. 주부들이 다양한 요리 방법을 알고, 또 다양한 재료로도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나눔과 베품으로 충만한 제2의 인생

고경자 위원장님이 이 활동을 하면서 특화교육을 하고 싶다고 계속 얘기했어요. 근데 처음엔 걱정했죠. 왜냐면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조금 더 들기 전에 재능 기부도 해보고, 내가 그동안 모아놨던 정보들도 말해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 인생의 한 부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죠.

또 외국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단순히 커피, 샌드위치, 영어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하게 되었죠. 활동을 하면서 정을 붙이고 도움을 주는 이런 활동들이 ‘나눔과 베품의 즐거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을 했죠.

현재는 시나 구에서 작은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다보니 사실 제약이 많아요. 수강생들에게 부담이 가는 점도 없지 않고요. 제대로 활동하려면 기본적인 도구나 시설 등이 당연히 필요하겠죠.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상황에만 준비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죠. 이런 걸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의 사회적기업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발생하는 이익으로 다시 또 좋은 재료들을 구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하려면 역시 또 자본금이 필요하죠. 관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것만으로는 쉽지가 않죠. 그래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도 하고 있어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장우연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wy_chang@makehope.org